양초
‘툭’ 건드리고 저만치 달아나는
한 올 시어에 불 붙이는 마음
모두 태우기보다는
가장 알맞은 한 톨 씨 말이 밝히는 마음
시 <양초>에서도 시심을 보았다 양초에 무심한 듯 불을 켜고 달아나는 저 불쏘시개를 보면서 어떤 사물에 가닿아 시를 생각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불쏘시개는 그 임무를 다하면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큰 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꺼져가는 불에 혹은 도무지 붙지 않는 열정에 씨앗이 되기도 한다
시심도 그처럼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는 곳에서 한 톨의 불씨로 일어나게 된다 사람을 향한 마음도 같다
가장 적당한 때에 가장 적당한 마음을 내어 만난다는 것 그것이 인연이다 인연이 된다면 별반 말이 없어도 이심전심이 되고 이연이 아니면 수라상을 차려놓아도 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