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도 성서 이전에는 자연과 신을 동일시했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을 금기시 여겼다 하지만 창세기( 1장 28절)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고 했고 하나님 사람 자연이라는 세 축을 두고 볼 때 하나님 중심적 가치관으로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는 인간 이은 자연을 지배한다는 절대적인 가치관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로마서』.( 8:21-22)에 따르면 ‘그것은 곧 피조물도 사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해산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는 것을 안다’라고 하여 자연과 신 인간의 관계는 순환적으로 관여하면서 서로 구분되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상호 유기적 관계성 속에서 일치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땡볕이 쨍쨍하게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정오
개울 따라 걷는 여유
내 소유도 아니면서도 내 소유인 양 개의치 않고
자연의 소리를 사유하고 걸어간다
큰 물고기가
햇빛에 비늘을 세우듯
잔잔한 파랑이 무늬를 돋치며 바실거리고
새들이 긴 목을 드리우고
푸른 자연의 손짓이 바람을 부채질하는 사이로
하늘을 보다 웃는다
“참 잘 살았다.” 이렇게 도심의 평원에서 자유를 사유하다니
개울이 흐르고 나뭇잎이 손짓하고
바람이 길동무 삼아 동행하는 길을 걷다니
가난이 아니라 ‘복 받은 사람’이었음을
평원으로 내려가는 내 모습이 그 사람이었음을
환하게 웃는 꿈 하나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알고
앞세워 본다
-우재정 「길을 가다」
각자의 분리 독립 가운데서는 서로를 인정하는 경계가 있고 그렇지만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는 틈으로 거리낌없이 연속적으로 유연하게 존재하게 된다. 시에서는 ‘내 소유도 아니면서도 내 소유인 양 개의치 않고 자연의 소리를 사유하고 걸어간다’에서는 자연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질서 안에서 끊임없이 만물을 낳고 기르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며 인위적인 조작과 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화자의 자연관이 드러난다
또한 소유와 비소유의 경계가 흐려진 자연의 소리는 자신의 소유가 아닌 점을 인지하지만 이를 개의치 않고 누리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푸른 자연의 손짓이 바람을 부채질하는 사이로 하늘을 보다 웃는다’ 일체의 자연은 서로 각자의 역할대로 생존하면서 서로에게 관여하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때로는 그 경계에서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어네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평원으로 내려가는 내 모습이 그 사람이었음을 환하게 웃는 꿈 하나’에서는 결국 화자가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양가적 감정에서 벗어나서 각기 다른 방향성을 지닌 자신의 감정에 접점을 찾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복받는 사람’ ‘하나님이 주신 복’에서는 화자의 생각이 나타난다. 성경(시편1:1-6)에 보면 복 받은 사람은 예수 안에 거하고 계명을 지키고 말씀에 순종하면 복을 받고 성공하며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복을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화자는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언급된 시들을 '틈'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禪, 보이지 않는 경계’ 에서는 장동범의「물」에서는 ‘물’이, 이구재의「새우 소금구이」에서는 ‘흰다리 새우’가, 김윤아의 「공중회전」에서는 ‘허공’이, 차옥혜의「바람 바람꽃」에서는 ‘님의 사람’이 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경계를 구분 짓는데서 나아가 5온에서 6식의 정신작용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한편, 이로써 선(禪)을 이루는 차원까지 나아갈 수 있는 매개가 된다
‘현실적인 삶에서 오는 틈’을 주제로 하는 시들에 해당하는 강남주의 「벽 또는 낭떠러지」에서는 무희의 소매끝이 만들어낸 ‘허공’이자 ‘벽’ ‘낭떠러지’가 생명을 잉태하는 틈이 되고, 김시철의 「교두보」에서는 산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틈의 공간이 되는 ‘꿈’이, 양병호 「우중한상·3」 에서는 그녀와의 사랑의 소멸 혹은 관계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비’가 현재의 삶 이를 비집고 들어선 틈이 된다.
‘자연의 섭리와 경계’를 주제로 하는 시들에서는 임경희 「나무 안에 사는 나무」에서 화자는 윤회가 계속되기보다는 현실적인 삶을 끊임없이 고찰하면서 이전의 삶을 깨닫는 과정에서 생의 섭리를 터득하게 되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우재정의 「길을 가다」에서 화자는 자연의 소리는 자신의 소유가 아닌 점을 인지하는 소유와 비소유의 흐린 경계조차도 개의치 않고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앞서 언급된 시에 나타나는 주된 특징으로는 주체와 대상 간에 발현된 경계는 양가성을 갖는 한편, 틈을 통해 이들은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들게 되고 흐려진 경계로 삼라만상은 서로 구분되되 공통된 하나의 유기체로 살아가야 하는 우주공동체적 사고에 기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