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가방과 소금」

by 김지숙 작가의 집

루소는 ⌜사회 불평등의 기원⌟ 에 의하면 남에게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자기애(amour propre)와 허영(vanity)을 탄생시켰다 비교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립하고 우월하기를 바라고 그런 척을 하는 욕망이 생겨나며 이를 ‘불평등의 씨앗’이라고 말한다. 또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만족을 모르는 에리직톤은 데메테르의 저주로 음식을 탐하게 된다. 음식이 떨어지고 재산이 동이 나자 딸까지 팔아 음식을 샀고 채워지지 않는 식탐은 제 몸뚱어리마저 뜯어 먹고 이빨만 남게 된다. 이처럼 과욕이 부르는 결과는 처참하다.



소중한 것은 잘 보이지 않아요

가방을 내보이며 그녀가 말했다

모양도 빛깔도 다른

삶의 속내와 욕망의 자국이 담긴 가방

그녀의 가방은 눈부신 소금을 담았다

나도 가끔은 가방을 바꾸고 싶다

송곳 같은 말과 찢겨지고 터진 몸띠

를 던져버리고 싶다

스스로를 녹여 누군가를 살리고

드러내지 않으나 끝내 살아 있는

너덜대는 일상과 보이지 않는 흉기 대신

빛나는 소금을 담고 싶다

-임혜숙「가방과 소금」


시의 화자에게도 눈부신 소금을 담은 그녀의 가방을 보면 가끔씩은 비교에서 일어나는 욕망이 찾아온다. 이는 고요한 화자의 내면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던 욕망을 일깨우는 매개가 바로 ‘그녀의 가방’이고 이로써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 ‘나도 가끔은 가방을 바꾸고 싶다’에서는 그 갈망의 실행하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의 가방을 그녀처럼 바꾼다고 해도 눈부신 소금을 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화자는 ‘송곳 같은 말과 찢겨지고 터진 몸띠 / 를 던져버리고 싶다’ 그녀를 만나기 이전의 자신의 것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가방’을 담기를 갈망하는 욕구가 일어난다. ‘드러내지 않으나 끝내 살아 있는 / 너덜대는 일상과 보이지 않는 흉기 대신 / 빛나는 소금을 담고 싶다’고 해서 현재 자신이 속한 일상에서 벗어나 지금의 화자와는 전혀 다른 삶을 담고 싶어하는 임계점에 달한 욕구와 갈망이 드러난다.

99도의 물은 물의 본질을 지키지만, 100도가 되면 수증기가 된다. 물은 100도에 이르면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처럼 온도 또는 압력을 가해 성질이 바뀌는 지점이 바로‘임계점’이다. 또한 임계점과 미임계점을 오가는 것이 변곡점이다. 앞의 시들에서 드러나는 욕구는 특정한 매개를 통해 분출되고 넘어서는 임계점과 변곡점을 넘나드는 다양성을 지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윤유점 「눈부신 것들의 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