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 대부분은 시간의 방향(temporal direction)이 과거로 향하는 과정에서 재현된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발생되며 비교적 반복되기 힘든 초기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과거의 상황을 포착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정적 고정적 반복적 사건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이 경험한 여러 사건 일화로 다른 기억에 비해 자주 바뀌면서 종종 변화하고 저장되는 특징을 지닌 일화적 기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내 손을 잡은 큰고모님은
말갛게 웃으신다
들일과 땔감 나무를 하느라 손이 거칠고
자식들 걱정에 머리가 세었지만
장조카를 바라보는 눈길은
윤기가 난다
상처가 나거나 상한 감자들이
물 담긴 독에 담겨 썩는 동안 내는
고약한 구린내
물을 갈아주고 또 갈아주는 손길에
구린내는 사라지고 남는
햇살 같은 녹말가루
그리하여 감자떡은 상처도 슬픔도 냄새도 감쪽같이 지운
말간 얼굴이다
할머니를 닮은 큰고모님이
눈밭에 서 있는 내게 감자떡을 내민다
-맹문재 「감자떡」 전문
시의 화자는 현재 시점에서 감자떡을 보면서 과거의 기억 속에 있는 감자떡을 떠올린다. 이는 지난 일을 돌이키는 회상적 상황이다 이 경험의 증거(Tulving 1989)에 해당되는 상한 감자를 물갈이하는 과정을 거쳐 맛있는 감자떡이 되기까지 바뀌어가는 여정에서 할머니를 닮은 큰고모가 감자떡을 내밀던 하얀 얼굴을 떠 올린다 감자떡을 매개로 화자가 맛과 냄새 모양으로 추억을 떠올리는 일화적 기억으로 나타난다.
이 시에서 화자는 과거의 기억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되새긴다. 감자를 기억하는 화자의 눈앞에 있는 감자떡을 보는 순간 불현듯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느꼈던 감자떡에 대한 기억이 섬광처럼 되살아난다. ‘감자떡은 상처도 슬픔도 냄새도 감쪽같이 지운 말간 얼굴’은 과거의 시점이라기보다는 방금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 흔히 어른이 된 후의 자서전적 기억이 지니는 특징은 최근보다 젊었을 때를 더 잘 기억한다(Rubin 1982)
시의 화자에게 즐거운 기억이 되고 삶을 풍요롭고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매개가 되기는 감자떡은 화자의 기억 속에서 상황에 맞도록 재구성되어 따뜻하게 와 닿는다. 지금까지 언급된 시들은 맛을 기억하는 내용으로 지난 일을 돌이키는 회상과 관련된다 또한 외현적 기억에 해당되는 일화적 내용을 주로 하는 특징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