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이 밴 잔치국수를 찾아
이즈음도 재래시장 곳곳을 뒤진다
굶을 때가 많았던 어린 시절
그릇에 담긴 국수 면발과
가득 찬 멸치육수까지 다 마시면
어느새 배부르고 든든한 잔치국수
굶어본 사람은 안다
잔치국수 한 그릇 먹으면
잔치집보다 넉넉하고 든든하다
-김종해 「잔치국수 한 그릇」 전문
이 시는 잔치 국수와 관련된 화자의 회상에서 시작된다 과거 경험한 사건을 다시 경험하고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감정을 느끼는 회상의 주체는 화자이고 대상은 어머니의 손맛이다. 이는 개인적 추억의 서정을 찬찬히 풀어낸 일화적 기억에 해당된다. 과거에 느낀 국수의 맛을 잊지 못해 재래시장의 국수를 찾아 나서고 과거 배고픈 시절 국수 한 그릇이 가져다주었던 포만감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매개가 바로 잔치국수가 된다. 기억은 끄집어 낼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 즉 기억들이 재생될 때마다 특정 사실만 활성화되어 피질에 남는다 결국 일화적 기억은 의미적 기억으로 강화되어 간다(존스홉킨스대 연구진 발표 2013)
현시점에서 화자는 재래시장 국수 한 그릇으로 배가 부르다. 이는 추억 속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잔치국수에서 오는 든든했던 가난의 세월을 되짚고 이 과정에서는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방편이 되고 있다. ‘그릇에 담긴 국수 면발과 가득 찬 멸치육수까지 다 마시면’에서와 같이 국수를 먹으면서 든든하고 배부른 과거의 행복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잔치국수는 면발과 멸치육수로 우려낸 국물로 고명을 올리지 않은 양념장과 멸치 육수로 맛을 낸 음식이다 화자의 입에 변함없는 맛과 사랑을 떠올리는 매개가 된 국수에 관한 일화가 중심이 되는 자서전적 기억이 나타난다. 이러한 정서와 유관한 기억은 누구와 만나 무슨 일을 한 기억으로 유의적 기억(M. 푸루스트)이자 일상적 사회적 기억으로 실제적으로 행동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동적 기억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