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희 「홍시」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의미적 기억(noetic)은 일화적 기억이 쌓여 추상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개념적 일반 지식의 기억이 변화하게 된다. 즉 과거의 사건 자체에 대한 기억 없이도 알고 있는 기억으로 공간적 관계적 성향을 띠며 장기적 기억 형태를 지닌 암묵적 기억에 해당된다. 화자는 정보를 습득하듯이 이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일화적 기억은 의미적 기억으로 의미망을 넓힌다



하얀 성에로 단장한 홍시 하나

여름날 접시에 담긴다.

검고 무딘 먹감나무 고목에

기를 쓰고 매달렸더니 그 열정 식히려

육개월을 냉동실에서 묵언정진 했다

혓바닥을 달콤하게 녹이는 저 미소

먹을수록 양미간을 때리는 차가운 성미

조각으로 몸이 잘려도 붉게 사각거리다

서러움에 담긴 풀 벌레 소리

붉은 마음 비치는 속옷을 걸치고

이별의 가을 길 걸어 와

쟁반에 앉아

배시시 웃고 있다, 저 홍시

-백영희 「홍시」 전문



이 시에서는 ‘단장한 홍시 하나 / 접시에 담긴다’ 에서 화자는 자기 이야기 같은 홍시의 일생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먹감나무 고목 냉동실에서 묵언정진 차가운 성미’ 등에서 우선 홍시 하나로 무수한 세월 속에서 기억해 온 일들을 되새김하는 일화적 기억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화자의 기억은 홍시가 되어가는 눈에 보이는 과정에서 의미적 기억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홍시가 되는 과정에서 내면적 성찰을 더하는 무의적 기억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이는 시의 내용상 문맥적 의존성이 높고 사건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일반적 지식과 사실을 재사용하도록 체계적으로 기억하는 공간적 관계적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기억은 의미적 기억으로 획득된 맥락과 연합되지 않는 일반화된 지식과 의미를 가리킨다. 경험이 배제된 지식적 기억에 해당되는 이 기억은 쉽게 변하거나 망각되지 않으며 비교적 영구적으로 남아 있는 기억을 말한다.

감각적 기억은 ‘열정 식히려 혓바닥을 녹이는 사각거리다’ 는 표현 등에서 나타나며 얼음홍시를 느끼는 혀의 미각적 기억이 사각거리는 귀가 듣는 청각적 기억이 부각된 개인적 정서와 더불어 감각적 기억 공감적 기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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