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창란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그느슥히 여진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백성의 향수도 맛본다
-백석 「북관」 전문
시에서는 음식에 대한 표현이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그느슥히 여진의 살내음새’ 등으로 이에서는 암묵적으로 기억된 미각적 감각을 동원한 후 발전된 후각화된 감각적 기억으로 표현된다. 암묵적 기억(Schachter 1994, Graf&Schachter 1995)이란 이전 경험에 대해 의식적으로 회상을 개입시키지 않아도 되살아나는 기억으로 의식하지도 못하고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지만 이전에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 단순히 되살아난다. 무의식적(unconcious Freud)기억과 비자각적 기억이 이와 유사하다
‘투박한’과 같은 시각적 표현과 후각화된 감각적 이미지들은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비릿한 살내음(후각적 기억) 투박한(시각적 기억) 꿇어진다(촉각적 기억) 구릿한 이 맛(미각적 기억) 등과 같은 음식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획득한다. 의미적으로 약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되며 크기 색 위치 모양 등과 같은 물리적 단서에 의존하는 확률이 높은 감각적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하게 망각하므로 기억의 생명력이 비교적 짧다. 백석의 시에서는 음식관련 어휘들을 ‘무이를 뷔벼 익힌’과 ‘무릎은 꿇어진다’ 등과 같은 시각적 기억을 보여주기 방식으로 기리고 ‘무살내음새를 맡는다’ 등과 같이 상황을 설명하는 후각적 기억을 도출하는 감각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무이 뷔벼 그느슥히’ 등의 토속적 표현에서 고향의 정취를 시각적으로 환기시킨다. 이 표현은 다시 신라의 향수로 역사 속으로 깊이 관여하는 서사 구성으로 펼쳐지면서 음식스크립트에 진정성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