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한다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는 농짝같은 도야지를 잡어 걸고 국수를 치는 도야지 고기는 돗바늘 같은 털이 드믄드믄 백였다
나는 이 털도 안 뽑은 도야지 고기를 물구러미 바라보며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 모밀국수에 얹어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을 생각한다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
-백석 「북신」 전문
메밀은 백석 시인의 고향인 평안북도가 주 원산지이다. 생육기간이 짧아 흉년에도 수확이 가능한 구황식물에 해당되는 메밀은 오래된 산비탈(산멍에)이나 거친 땅(예데가리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동국세기』에 보면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설어 넣은 것이라고 하여 냉면이라고 한다.(김주언 2011) 위의 시들에서 나타나는 감각적 기억이 주를 이룬다. 시에서는 메밀국수를 통해 정갈한 노인네의 내음새 같은 메밀국수 냄새를 후각적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느끼고 털도 채 뽑지 않은 돼지고기를 삼키는 사람들을 통해서는 시각적 기억을 환기하는 이미지 기억이 나타난다.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과 광개토왕’이 느끼던 맛으로 화자 자신의 기억을 객관화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연속적인 변화를 순간적으로 파악한 것을 이미지라 하고 그 이미지로 포착된 지각으로 구성된 기억은 신체와 정신에 동시에 작용하여 둘을 연결 짓는 매개가 된다. 이 시에서 주된 이미지는 ‘모밀’ ‘돗바늘 같은 털이 드믄드믄 백인 도야지 고기’에서 음식스크립트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기억을 운동능력이나 언어능력과 같이 반복된 신체 활동을 통해 습득된 습관 기억이 아니라 어떠한 노력 없이 떠올려지는 이미지 기억에 해당된다. 이 이미지 기억은 유용성과는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작용된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이미지 기억이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상태인 순수기억의 작용된다. 이 이미지는 시각적 기억으로 형성된 감각적 기억이라기보다는 이성적 지성적으로 형성된 이미지 기억으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