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달이 귀신불같이 무서운 산골 거리에선
처마 끝에 종이등의 불을 밝히고
쩌락쩌락 떡을 친다 / 감자떡이다
이젠 캄캄한 밤과 개울물 소리만이다
-백석 「향락」 전문
시에 등장하는 감자떡은 이북의 음식으로 감자를 쪄서 ‘쩌락쩌락’ 떡을 치듯이 오래도록 절구에서 쳐서 팥고물과 땅콩고물을 묻혀 먹던 향토 음식이다. 이 시에 나타나는 기억은 화자만이 느낀 감각적 기억을 토대로 형성된 일화적 자서적 기억이 나타난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 중 가장 밑바탕이 되는 욕구로 기아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욕구를 든다. 인간의 어떤 욕구도 식욕에 앞서지는 못한다. 추억도 아름답지만 음식 맛을 기억하게 만드는 맛의 유혹도 늘 강렬하게 남아 있는 등 과거의 인생사 중에서 반복적 경험에서 얻은 ‘무서운 산골 거리’ ‘캄캄한 밤과 개울물 소리’에서는 기존의 장소에 대한 공간적 기억이 ‘처마 끝에 종이 등의 불을 밝히고’에서는 자서전적 기억이 ‘쩌락쩌락 떡을 친다’에서는 청각적 시각적 기억이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일제강점기의 현실에 대한 비극성을 홀로 지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다양한 기억의 방식을 통해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사라져가는 당시의 음식에 대한 그의 마음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시를 통해 전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