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아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헌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긁은 탓이다. / 바람 좋은 한 벌판에서 물닭이 소리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어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백석 「선우사」전문
시「선우사」에서는 음식 친구를 위한 시로서 화자는 ‘쓸쓸한 저녁’ 밥상을 중심으로 ‘흰밥과 가재미’를 친구로 의인화한 자서전적 기억이 나타난다. 이 기억은 자신의 과거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개인의 역사적 경험적 사실적 사건에 대한 기억의 구성으로 자아중심의 기억을 일컫는다. 자기에 관한 모든 정보 중 일회적이거나 반복적 경험에 관한 심상의 표상으로서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에서는 개인적 기억과 심상을 수반하지 않는 자서전적 사실 반복적 경험을 획득한 추상적 자기도식이 이에 포함된다(Brewer 1986)
화자는 흰밥과 가재미와 더불어 쓸쓸한 저녁을 맞지만 무슨 이야기라도 다 나눌 것 같은(화자의 속마음을 일방적으로 터놓을 것 같은) 미덥고 정다운 오래된 화자의 친구사이이다. 가난해도 서럽지도 외롭지 부럽지도 않은 착한 친구이다. 이들 셋의 공통점은 거세지 못하고 착하고 정갈하고 하얗다. 그래서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는 만큼 세상과의 관계에는 무관심하다는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한다. 달리 말하면 연약하고 힘없는 셋이지만 미워하지 않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러한 밥상친구에 대한 기억은 화자만이 가지는 독특한 기억이라는 점과 자신의 성격 자아개념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자서전적 기억은 특정 사건 감각적 인상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므로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나 태도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왜곡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