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기]를 마무리합니다.
더위가 제대로 지구를 덮이고 있습니다. 지구의 생명들이 태양의 이글거림에서 생명을 품어대고 있을 무렵,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지구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인간이 지구를 불쌍히 여긴 걸까요?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이 인간도 원래 자신밖에 모르는 생명체입니다. 그런 생명체가 지구를 생각하자고 큰소리를 냅니다. 지구의 서사에 귀 기울이며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생명이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 입다. 만약 지구도 생명체라면 끝이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단지 늦추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인간의 생명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인간이 임의로 생명의 끝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조금 늦추어서 연장시키려 무진히도 노력할 뿐입니다. 그 노력이 정당한 것인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이 시작한 일은 모두 정당한 일이니까요.
죽음의 서사를 생각한 것은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나의 근무환경이 그렇다 보니 여러 종류의 죽음을 대하면서 '죽음에 대해 내가 느끼는 것은 이런데,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의 당사자는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이 죽음을 대면하는 걸까?' 하는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문력이 짧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짧은 기록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그 짧은 기록도 어느 순간 놓아버렸습니다. '내가 뭐하지?' 싶어서...
우연한 기회에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떠올리다 '죽음의 서사를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이 [버스에서 내리기]입니다. 우린, 어느 순간 내려야 하는 버스에 탑승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 탑승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나를 태운 버스는 덜컹거리며 목적지를 향해 달립니다. 나만의 버스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가족의 버스가 되었고, 내 직장의 버스가 되고, 내가 머무는 지역사회의 버스가 됩니다. 그렇게 여러 종류의 버스에 오르내리다 결국 인생의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시간이 되면 후회가 될지, 아쉬움이 될지 모르는 감정을 뱉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줄 모르고 나는 버스에 타고 있습니다.
내가 만든 서사가 다른 사람이 만든 서사와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서사와 다른 이의 서사가 가지는 보이지 않는 차이는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나의 능력을 말해주는 것이 될 수도, 나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서사는 정당하게 내가 만든 서사로 나에게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서사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임을 내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나의 서사를 만든다는 것이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크나큰 일을 섣부르게 시작한 것은 아닌가 반성해 봅니다. 짧은 서사에도 하나의 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것이 미숙해 보이고, 서툴러 보이더라도 나름의 많은 고민과 시간이 녹아있는 내가 만든 서사이기에 하나하나 풋풋합니다. 이제 3월부터 시작한 20주간의 서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앞으로도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노력하여 더 그럴듯한 서사를 만들어 또 하나의 작품집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태양이 죽자고 지구를 덮이는 이 날씨에 여러분들의 생명에 이상이 없기를 바라며, 연재를 마칩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4년 8월의 뜨거운 날에. 뜨거운 섬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