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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야 Dec 07. 2024

12.3 내 인생이 부끄럽다

한국인이라는 내 국적이 부끄럽고, 이렇게 살아온 내 인생이 부끄럽다.

2024년 12월,

대한민국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21세기, 잘 나가는 게 눈에 띄게 보여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 몇 년 안 되는 한국의 대통령이 그냥 마음에 안 드는 "야당 정치인들 겁 좀 주"려고 군대를 움직였단다. 

아~~~


난, 45년 전의 계엄사태를 직접 몸으로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삼촌들을 지켜보면서 어린 마음이 무거웠다.

'세상이 왜 이렇게도 험악한가'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하지도 못하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 이론을 16살에 읽었다. 결국 이해하지 못했다. 책을 펼쳐 글자를 읽고 있는 내가 있었지만 그 문장들을 해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석가모니의 생애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을 나가서 고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전들도 읽으면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한글로 해석판이 이해 안 되고 어려웠다. 한글인데 나는 어떻게 한글 문해력도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경을 읽었다. 읽으면서 왜 아브라함 집안의 족보를 내가 들여다보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무엇에 기대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집안사람, 아니 그 족속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이해 안 되는 이론을 믿고 따른다는 건지.

그때 한 선배가 말했다. "신앙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거야"라고. 

그래서 정말 가슴으로 이해되고 믿어지는지 또 읽었다. 결국 가슴으로도 머리로도 이해하지 못하여서 책을 덮었다. 그러고는 신앙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직업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쯤, 나는 내가 왜 하필 한국인으로 태어났는지 궁금했다. 왜 그랬을까? 왜 하필이면 이 작고 가난한 나라의 가진 것 없는 집안에 태어나서 하고 싶은 것 포기하며 돈을 벌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답을 찾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선택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내 나라가 아닌 머나먼 이국의 땅, 그곳에서 나는 전쟁을 접했다. 


이국에서의 전쟁.

사람이 직접적으로 총탄이나 폭격에 의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과도 같은 병원이라는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밤이면 불을 끄고 불빛을 감추며, 먼 곳에서 터지는 폭파음을 들어야 했다. 

낮이면 사태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뉴스에 집중해야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전쟁은 끝났다. 

전쟁의 한 복판에서 총을 들고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후방에서 근무하면서 겪었던 상황들과 멀리서 울리는 굉음들, 사막의 모래바람에 묻어오던 화약냄새를 맡으며 후방에서도 이렇게 공포스러운데 직접 전쟁의 폭격을 맞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한국은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1980년대.

20대였던 우린,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고 채류탄과 전투경찰의 방패를 마주했다.

어둑한 도시 한복판의 6차선 도로를 점령한 전투경찰들의 발자국소리와 전차들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골목으로, 낮선집으로 몸을 숨기던 그 1987년에도 계엄령은 없었다.

모든 대학생들이 도로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면, 전 국민들이 박수를 치던 그때도 계엄령은 없었다. 


2024년.

야당이 국회에서 정부의 예산을 삭감했다고, 검사 몇 명을 탄핵했다고, 일명 영부인이라는 거니를 특검하자고 했다고 "겁을 좀 주려고" 군대를 움직이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미친....

내가 이런 일을 보자고 민주화를 외치며 도로에 나갔던가. 이런 일을 겪자고 채류탄 연기에 콜록이며 눈물 흘리던 그 20대를 보냈던가. 

산다는 게 허무하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래서 잠시 이민을 고민했다. 아니 사흘 동안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의 원인을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뭐가 잘못된 건가.

과연 그의 인간성이 잘못된 건가, 욕심과 권력욕으로 똘똘 뭉쳐 생각이 없고 미신을 맹신하면서 출마한 그가 잘못인가, 그런 인간인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밀어준 정치인들의 잘못인가. 그런 인간임을 여러 번 경고한 몇몇의 경고를 무시하고 선거에서 표를 던진 우리 국민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이 시대에 태어난 내가 잘못인가.


결론 없는 원인이 의문이 되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잘못된 시대에 사는 건지, 잘못된 사람이 시대를 만든 것인지.


아직도 결론은 없다. 당분간 고민은 계속될 것이고, 길어질수록 스트레스는 더 쌓일 것이다. 그리고 사태를 지켜보며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하겠지.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다." 

그리고 단념하거나 포기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되고, 한 해가 지나가고, 나의 늙음도 흐르겠지.


아, 한국인이라는 내 국적이 부끄럽고, 이렇게 살아온 내 인생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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