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인 둘째가 3주의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제, 둘째가 3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첫째는 양구에서 운전병으로 군생활을 했는데, 둘짼 과체중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되어 3주간의 훈련을 받은 것이다. 말이 별로 없는 둘째가 훈련소 들어가고 1주일이 지나 보내온 편지에는 온통 '심심하다'는 표현만 있었다. 심심하다는 이야기와 같은 생활관에 지내는 동료들 이야기가 전부인 그 편지에 온 가족이 웃었다.
평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방안에서만 지내던 둘째의 생활관 동료들 이야기는 둘째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 사람들에 대한 신기함과 둘째의 관심사와는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 없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총 2장에 3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편지의 내용은 평소 둘째의 심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일단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첫마디에 이어 "같은 생활관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은 아닌데 저하고는 별로 안 맞는 거 같네요."로 이어지는 문장에서 둘째는 모든 말을 다 했다. 그리고는 코로나 PCR 검사의 오류로 다시 한번 더 검사하면서, 퇴소했다가 훈련소에 다시 오게 될까 봐 두려웠다는 표현이 있었다. 그리고는 집에 가고 싶다. 심심하다는 일관된 내용으로 이어지는 3쪽짜리 편지는 짠하면서도 웃겼다. 우리 가족이 공유하는 톡방에 편질 올리며 첫째와 막내와도 공유하면서 훈련소 생활을 무사히 보내길 바랬다. 그리고 드디어, 퇴소일이 되었다.
퇴소하면서 걸려온 전화기 너머의 둘째 목소리는 군인의 억양이 잔뜩 배인 "~다. ~까"로 끝났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군복 입은 둘째의 모습과 같은 생활관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언제나 혼자서 지내는 둘째가 걱정되었지만 훈련소 생활을 무사히, 별 탈 없이 보낸 듯 보였다. 그리고 뒷좌석에 앉아 쫑알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너 진짜 심심했나 보다. 말이 많아졌네." 했더니, "녜, 진짜 심심했습니다. 말할 일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에구~. 우리 아들 다 컸네.' 이것이 나의 속마음이다.
항상 아이 같고, 내성적이고,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 나갈까 고민이 많았는데, 3주의 훈련에도 군인 같은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복무지가 장애인 학교로 결정되었단다. 동료 중 한 명이 '고생하겠다'라고 했다며 걱정을 하지만, 배려심 많은 둘째가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빠는 집에 기르는 고양이처럼 대하면 된다고 했다. 첫마디에 못 알아듣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더라고 대한이(고양이 이름)가 못 알아듣는 것처럼 달래고, 어르고, 보살피면 된다고 말이다. 둘째는 고양이 집사다.
걱정은 되지만 이제 20대가 되어 훈련소까지 마쳤으니 앞으로 잘하리라 생각한다. 규칙은 잘 지키는 아이니 복무지의 규칙을 잘 지키며 생활하리라 생각하지만, 가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고집을 꺾지 않고 의견 피력하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잘하리라. 내 아들이니까. 이것이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정이다. 나는 아직도 젊은 시절의 "나"이지만 현실은 20대 아이들의 엄마인 중년이다. 내 나이는 잊고 지내고 아이들 나이는 기억 못 하는 나이 든 아줌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니 조금 있으면 할머니가 될 나이인 것이다. 세월이 야속하다. 하지만 아이들도 각자의 삶을 준비하는 20대가 되어 조금씩 준비를 하는 모습이 오히려 나는 편안하다. 첫째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여자 친구가 있다. 둘째는 이제 군 복무 중이고, 하나밖에 없는 딸인 막내는 기숙사에 거주하며 대학에 다닌다. 4~5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 더 지나면 나는 할머니가 되어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 보자. 어떤 미래가 또 나를 기다릴지, 그리고 나의 노년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이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노년을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도 노력하는 중년이다. 그렇게 또 하루는 흘러가고, 일 년이 가고, 5년이 갈 것이다. 그럼 나의 브런치도 많은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다. 이 나이에도 기대되는 미래가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아, 아들이 훈련받은 훈련소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훈련받은 바로 그 훈련소이다. 그래서 손흥민 사진을 사용하니 다른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Oct-8.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