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다

어떤 모습의 하늘을 가장 좋아하나요?

by 윤슬

나는 다양한 하늘의 모습 중에서도 파란 하늘을 좋아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왠지 깨끗하고, 밝고, 온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가도 하늘이 맑아야 더 기분이 좋았고 돌아다닐 맛이 났다.


이런 나에게 가장 최악의 날씨는 구름이 온 하늘을 메워 깨끗한 파란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날씨다. 여기엔 비가 오는 날도 포함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흐리고, 구름이 많고, 비가 오는 날에는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아침에 본 날씨가 하루 종일 이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의 기분도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홀로 여행을 떠났던 초여름의 어느 날. 나는 깨끗한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는 파란 하늘을 보고는 매우 기분 좋게 숙소를 나섰다. 비 예보가 있긴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는 비가 올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발길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여러 곳을 구경하고 다시 숙소로 향하던 중, 저 멀리서 몰려오는 먹구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먹구름은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심상치 않았던 먹구름에서는 금세 굵은 빗줄기가 떨어졌다. 나는 다급하게 비 피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주변에는 비를 피할 마땅한 건물도 없었고, 택시도 잡히지 않아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비를 온몸으로 다 맞았다.


그래도 지나가는 소나기였는지 다행히 비는 금방 그쳤지만 그럼에도 이미 나는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 위를 둘러싸고 있던 먹구름이 멀어지고 다시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지개를 보았다.


머리와 옷, 신발까지 모두 젖을 정도로 비를 맞았고 돌아갈 길은 멀었지만 그런데도 왠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후련하고 홀가분했다. 그날 20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순간에 정말 다양한 날씨를 경험하고 다채로운 하늘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때 무지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순간의 날씨가 하루를 결정하진 않는구나.'

'맑다가도 비가 올 수 있고, 비가 오다가도 맑아질 수 있구나.'


나는 여전히 맑고 파란 하늘이 좋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그래도 이제는 그 기분에 하루 종일 매몰되어 있진 않는다. 날씨가 흐린 날이면 우산을 들고 밖에 나가본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듣고 비가 그친 후엔 갠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게 하루에도 여러 번 변화하는 하늘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한바탕 내린 비가 그친 후 구름 사이로 드리우는 햇빛, 그 하늘이 가장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좋다. 구름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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