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시: 제목이 아닌 오로지 시, 그대로를 즐기다 (제목은 마지막에)
내가 첫걸음을 떼어 내디딘
이 길이
그저 단단한 길인 줄만 알았다
끝이 안 보이는 길이지만
끝까지 안전한 길인 줄만 알았다
처음의 새로움과 긴장감을 뒤로하고
똑같은 풍경에 지루함이 더해지는 길이지만
그래도
걸어가기만 한다면
내가 원하던 끝에 도달할 줄만 알았다
그런 자만이 문제였을까
내가 걸어온 고작 한 걸음이
만리의 길을 걸어온 수만 걸음이듯
우쭐대는
그런 오만이 문제였을까
어느새 눈앞은 희뿌연 안개로 가득 차
내가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 길은 단단하니까
이 길은 안전하니까
그런 안일함으로 다음 한 걸음을 떼었다
낭떠러지였다
[추 락]
- 윤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