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바뀌어버린 아침

이유없이 찾아오는 평온에 대해

by Jin

오랜만에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 고향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겨울의 기운이 아직 짙게 남아 있던 시간이라 밖은 어두웠고, 몸은 졸음에 무거워 눈을 감은 채로 기차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조용히 바뀌어 있었다.

해가 천천히, 강요하지 않는 듯 떠오르고 있었고,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은 부드러운 빛을 머금고 펼쳐졌다. 일정한 기차의 리듬과 여린 아침빛 사이에서, 그동안 쌓여 있던 피로가 서서히 풀어졌다.

마음은 잔잔해지고,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가방 속에 넣어두고 잊고 있던 책을 꺼내 들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시간의 감각은 희미해졌다. 깊은 산속 작은 펜션에 혼자 머물며 책을 읽는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은 잠시 멀어지고, 나와 책만 남아 있는 듯했다.


기차가 남쪽으로 달려가는 동안, 오늘 하루와 어쩌면 이 한 해가 좋은 일들로 채워질 것 같은 조용한 예감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순간들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평온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2025. 1. 2.(금)

- J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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