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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을 바라보아도

부모라는 구조 안에서, 나는 나였다

by 주씨

우리가

두 가지 신체 구조를 가진 건

어쩌면 두 사람에게

물려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쪽 눈으로 보는 대로 믿지 말라고 하셨고

한쪽 눈으로 익숙해지라고 말씀하셨다


한쪽 귀로 항상 들어 주되

한쪽 귀는 밀어내라고 말씀하셨고


한쪽 콧구멍으로 숨이 들어가고

다른 한쪽 콧구멍으로 숨이 나가는 것을 느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면

기회가 분명히 올 거라고


때론 악수하고 싶지 않아도

한 손은 내밀고

다른 손은 연민을 뻗으라고 하셨다


한쪽 가슴은 뜨겁게 안아주되

한쪽 가슴은 담대하라고 가르쳤고


한쪽 다리는 지탱하되

한쪽 다리는 쉼 없이 걸어나가라고 배웠다


나는 늘 그 둘 사이에 있다

닮고 싶지 않았던 걸 닮아가고

닮고 싶었던 건 닮지 못한 채

둘의 틈에서 자란다


어느 날은 아버지의 무릎으로

어느 날은 어머니의 눈빛으로

나는 나를 알아본다


물려받은 건

목소리나 손 모양만이 아니라

살아내는 방식이었다는 걸

이제야 조금은 알겠다


어버이날,

그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날에도

나는 그들을 닮은 두 개의 구조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당신들의 사진을 볼 때

어느 쪽을 바라보아도

내가 있음을 느낀다


누구나

내가 살아 숨 쉬는 곳에

당신들께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길


2025년 05월 08일 어버이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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