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 싶었던 마음과 놓아야 했던 현실 사이
때론 너무 좋아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숙제가 되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처음엔 열정이었고 감탄이었고 설렘이었다.
하루 종일 생각해도 지치지 않았고, 내가 그것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건 일정이 되고 의무가 되고,
안 하면 불안하고, 해도 기쁘지 않은 일이 되었다.
반대로 너무 버겁고 밉다고 여긴 것들도 있다.
늘 피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고 싶었고,
내게 불편함만 안겨주던 대상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엔 그게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그것 없이는 지금의 내가 유지되지 않을 것 같고,
불편함 속에서도 나를 붙잡아주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우리는 종종 말과 다르게 행동한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멀어지고,
싫다는 마음으로 외면하지만 이상하게 다시 돌아서 있다.
감정은 분명한데, 삶은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좋아해서 멀어지고, 싫어서 가까워지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반복된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나중엔 그것이 버거워졌다.
기대가 커서일까, 스스로의 기준이 높아져서일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샌가 압박이 되었고,
감탄이었던 일이 자책의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계속 이어갔다.
지쳐가면서도 붙들었고, 때론 미워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했다.
내가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는, 그 일의 본질보다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나 자신을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하기 싫어 피했던 일, 어설프게 다뤘던 일들이
오히려 내 삶을 이끌어준 적도 있다.
불편했지만 꼭 필요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결국 내가 미워했던 것조차 내 일부가 되었음을 알게 됐다.
삶은 그렇게 단정적이지 않다.
‘좋다’는 이유로 끝까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싫다’는 이유로 완전히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정은 자주 바뀌고, 감정과는 무관하게 붙잡아야 할 것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런 모순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좋아하면서 멀어진 것들,
미워하면서도 결국 곁에 남겨둔 것들.
그 모든 역설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누구나 그렇듯, 그렇지않듯.
나는 오늘도 상반된 언어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