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을 기억한다.
추억, 약속, 이름, 상처, 그리고 최고의 순간.
그중 몇몇은 너무 오래 머물러, 마음 어딘가를 눌러 앉는다.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선, 때론 잊어야만 하는 것도 있다.
말 한마디에 무너졌던 순간, 다신 돌아오지 않을 사람,
잘못된 선택, 스스로에 대한 실망, 혹은 미련처럼 얽힌 감정들.
그것들은 계속 들고 있기엔 너무 무겁다.
기억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지만,
모든 기억이 삶을 밀어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아가야 할 길에 발을 잡는 기억도 있다.
나는 한때 누군가에게 말없이 버려졌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을 지우기 위해, 그와 함께 들었던 노래들,
그가 다녀갔던 길, 그와 함께 나눈 말투까지도 모조리 지우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잊으려 애쓸수록 선명해졌다.
결국 지우려는 행위 자체가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있던 셈이었다.
또 어떤 기억은 잊었다고 믿었는데,
어느 날 문득 어떤 냄새, 어떤 장면에 의해 되살아난다.
마치 덮어둔 책이 스스로 펼쳐지는 것처럼.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 기억은 내가 떠올리고 싶어서 떠올린 게 아니구나.’
반대로, 내가 정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던 기억은
생각보다 희미해졌다.
그 사람의 마지막 목소리, 그날의 공기, 손끝의 온기.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붙잡고 싶었던 것들이
먼지처럼 날려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기억과 망각은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지혜로워야 한다.
어떤 기억은 품어야 하고, 어떤 기억은 흘려보내야 한다.
잊어버리는 건 외면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선택이다.
기억하는 건 집착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중심이다.
기억하는 것은 간직하는 것이고,
잊는 것은 미련을 덜어내는 일이다.
기억과 망각,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오늘도 하루를 견딘다.
그리고 나는 그 두가지를 애증이라 부르고
평생 데리고 살기로 했다.
누구나 그렇듯, 그렇지 않듯
나는 오늘도 상반된 언어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