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얻는 법을 먼저 배운다.
처음 손에 쥐어졌던 장난감처럼,
세상이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들던 그 시절처럼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
삶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기가 있다.
그 다음엔
지키는 법을 배운다.
마침내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움켜쥐고,
때론 어른스러워지기도 한다.
사람을 지키고, 사랑을 지키고,
기억을 붙잡고,
무너질 듯한 하루에도
버텨야 할 이유를 만든다.
그런데 가장 늦게 배우는 건
잃는 법이다.
그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교과서에도, 뉴스에도, 책에도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이별은 언제나
피하고 싶은 이야기였고,
죽음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일이었으며,
상실은 늘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아무 말도 없이 찾아왔다.
그래서 더 아팠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를 잃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잡은 손을 놓아야
두 손이 자유로워지는 것처럼,
내가 더는 머물 수 없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놓는다는 건
포기와는 다르다.
포기는 아픔을 외면하는 일이고,
놓음은 아픔을 품은 채
걸어가는 일이다.
어떤 기억은
다시 꺼내보지 않기 위해
고이 접어 마음 깊숙이 넣어두고,
어떤 감정은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잊은 척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만들고,
우리를 자라게 한다.
손에 남은 상처들,
돌아오지 않을 사람,
끝나버린 계절,
말하지 못한 진심,
사라진 꿈,
놓쳐버린 기회들…
그 모든 잃어버림이
결국 나를 만든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자꾸 잃어가는 일이다.
사랑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지키려 했던 것들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흐려진다.
그래서 잃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삶을 온전히 견딜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잃음을 견뎌낸 사람이
다시 웃는다.
다시 사랑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놓는다.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남겨진 상처를 탓하지 않는다.
떠난 것들에 미련을 두기보다
비운 자리마다
내가 다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겐 잃음이 실패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겐 그것이 성장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오늘도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
누구나 그렇듯, 그렇지않듯
나는 오늘도 상반된 언어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