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숙제이고 숙제지만 자유로운 것들

by 주씨

나는 '상반의 말들'을 12편까지 구성했다.

처음엔 그저 하나의 실험이었다.

말과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들,

겉과 속이 엇갈리는 인간의 모순들.

그걸 문장으로 붙들어두면

내 마음도 조금은 정리될 줄 알았다.


12편을 쓰는 동안,

나는 점점 그 시리즈에 매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엔 빨리 끝나길 바라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글쓰기는 자유라기보다는 의무에 가까웠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쓰고 싶다’는 마음보다 앞섰던 날이 더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 편을 마무리한 바로 그날,

브런치에서 알림이 하나 떴다.

“내일은 연재일입니다.”


순간 멍해졌다.

목차대로 글을 다 쓰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스템은 나에게 또다시 다음 회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것도 하나의 상반이었다.

"끝인 줄 알았지만, 다시 시작되는 것들도 있구나."

나는 마침표를 찍었는데,

세상은 쉼표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주 일요일엔 연재를 쉬었다.

사실,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턱밑까지 차올라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았다.

쓰지 않음으로써 나를 지키고 싶었다.


브런치에서 나는 아직 시작하는 작가다.

많은 구독자나 화려한 조회수보단,

지금 내 글을 읽어주는 소수의 독자들에게

더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오늘은 써야 해.”

“이번 글은 더 잘 써야지.”

누구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데,

나는 나 자신에게 늘 기한을 준다.


가끔 나는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혼잣말을 하듯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걸까?”


바로 그때,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인생에 숙제가 있다는 건, 꽤 괜찮은 삶이지 않아?”


그 문장이 조용히 나를 붙잡았다.

그래,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책임을 다하는 데서 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자유롭기 때문에 매번 써야 했고,

매번 썼기 때문에

나는 진짜 자유로워졌다.


'상반의 말들'은 그런 의미에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내가 멈췄다고 해서

시리즈가 끝나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조용히 전하고 싶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택한 숙제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를.

그 의무가 때론 버거워도

당신만의 루틴이

결국 당신을 가장 자유롭게 만들 테니까.


누구나 그렇듯, 그렇지 않듯

나는 오늘도 상반된 언어를 쓴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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