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록 토끼와의 경주에서 졌지만, 거북이들 중에서 가장 빠르다.
1. 비교는 언제 시작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비교하기 시작했을까?
아마 생각을 할 때부터일 것이다. 자아가 형성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고, 동시에 타인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이 남긴 말이다.
즉, 우리는 타인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부모가 기대하는 모습, 사회가 칭찬하는 모습, 사람들이 선망하는 모습.
비교는 그렇게 시작된다.
예를 들어보자.
한 가정에 두 아이가 있다.
첫째는 달리기를 잘한다. 둘째는 첫째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이때, 둘째는 타자인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어진다.
비교는 단순히 누가 더 뛰어난지를 가르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망, 사랑을 갈구하는 심리가 숨어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올림픽에서 1등은 모두의 찬사를 받는다.
각광받고, 주목받고, 영웅이 된다.
하지만 2등은 어떨까?
그는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1등만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그 순간 그는 생각한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었을까?"
질투와 욕심,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갈망.
이 모든 것이 비교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비교는 피할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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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교는 피할 수 없는가?
나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죽는 순간까지, 비교는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동물들도 비교한다.
더 강한 자, 더 빠른 자, 더 우세한 자.
자연의 법칙은 끊임없이 비교하고, 인간 사회 역시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비교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비교에는 나쁜 비교와 좋은 비교가 있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비교란 남의 가장 잘된 모습과 나의 가장 안된 모습을 빗대는 것이라고.
우리는 비교할 때, 절대 공평한 조건에서 하지 않는다.
상대의 최고의 순간과 나의 가장 초라한 순간을 나란히 놓고, 거기서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SNS에서 누군가 해외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방 안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나 자신과 비교한다.
친구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전히 제자리인 내 모습을 떠올린다.
유명인이 운동 후 멋진 몸을 공개하면, 거울 속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이렇게 비교한다.
언제나 상대방이 가장 빛나는 순간을 내 가장 어두운 순간과 견주며.
그러니 당연히 비교는 우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그 비교는 진짜 공정한 비교일까?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를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낸 불공정한 기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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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굳이 전래동화 속 이야기처럼 토끼를 이겨야 할까?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토끼다.
거북이는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토끼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거북이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난 비록 토끼에게 졌지만, 거북이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굳이 전래동화 속 이야기처럼 토끼를 이겨야 할까?
우리는 왜 항상 토끼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할까?
왜 세상은 거북이가 토끼를 이겨야만 의미가 있다고 가르칠까?
경주를 이기는 것만이 성공일까?
혹시 우리는 토끼와의 경쟁에만 집중한 나머지,
거북이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삶의 기준을 게임으로 친다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단순한 '속도' 게임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토끼가 이긴다.
하지만 삶의 기준은 항상 바뀐다.
만약 게임의 룰이 달라진다면?
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치타가 이기는 게임이다.
사냥 실력을 기준으로 하면 사자나 호랑이가 승자다.
높이 나는 능력을 본다면 독수리가 최고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우리는 너무 자주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만의 장점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비교의 틀을 조금만 바꾼다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거북이는 토끼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거북이는 물소를 사냥할 필요도 없다.
거북이는 치타처럼 빠를 필요도 없다.
거북이는 4시간에서 7시간 동안 숨을 참을 수 있고, 강한 치악력을 가지며, 단단한 등껍질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생명체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비교의 틀을 바꾸는 순간, 삶은 조금 더 여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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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존감의 새로운 정의
자존감은 단순히 **"나는 특별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자존감은 비교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되지 못할까?" → X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는가?" → O
우리는 자주 남의 무리에서 고민하며, 남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하지만 다른 무리에서 고민하지 말고, 내 무리, 나의 상황에서 고민해야 한다.
그들도 다른 것을 하고, 나도 다른 걸 하는 것을 인정하자.
나는 분명 토끼와 다르다.
하지만 내가 다른 분야에서 너보다 나을 거라고, 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한다.
자존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진짜 자존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