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설혹 길이 레드카펫이든 산길이든

by 주씨 Mar 22. 2025

1. 제대 후, 공허함 속에서 시작된 미친 도전

2015년 4월, 나는 군대를 제대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세상이 낯설었다.

내일 당장 해야 할 일이 없고,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그때 부천에 살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엄마가 TV에 나온 속초 건어물집 오징어를 먹고 싶어하셔. 택배로 좀 보내줄 수 있어?"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래, 내가 자전거 타고 갈게."


친구는 황당해하며 소리쳤다.

"야, 너 장난하냐? 그냥 보내달라고 한 거잖아!"


나는 진지했다.

"아니야, 나 내일 자전거 타고 부천으로 갈 거야."


친구는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했다.

"너 안 오면, 다시는 나랑 친구 하지 마라."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이상했다.

정말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나는 오징어를 가방에 넣고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


2. 미친 도전의 시작 – 싸구려 자전거와 정장 차림


아버지의 자전거를 탔다.

MTB? 로드 자전거? 아니다.

그냥 동네에서 타는 싸구려 자전거였다.

그런데 이름은 멋있었다. "자이언트."


나는 검은색 로퍼에 천으로 된 세미 정장,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스냅백을 눌러 썼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이게 뭐야?"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웠다.

너무 이상하니까, 오히려 자연스러운 미친 도전.



---


3. 미시령 터널 – 무서움과 싸우다


미시령 터널 앞에서 톨게이트 직원에게 물었다.

"안전장비 없이도 갈 수 있나요?"


그 직원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상관은 없는데… 진짜 갈 수 있겠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상관없다면 괜찮아요."


그리고 그 순간, 지옥이 시작되었다.

터널은 끝이 없었고,

뒤에서 들리는 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특히 고속버스 소리는…

진짜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뒤돌아보는 순간, 사고가 날 것 같았으니까.



---


4.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 그리고 내 안의 목소리


산길을 가다가 중간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너무 힘들었다.


그때 내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 때 보니까 다 산이던데, 아직 이 앞은 모르잖아. 좀만 더 가보자."


나는 그 말에 홀린 듯 자전거를 다시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기특하다.

그때는 그냥, 너무너무 힘들었다.



---


5. 텅 빈 터널 – 내 인생 가장 후련했던 순간


그렇게 달리다가, 텅 빈 터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러브홀릭스의 ‘Loveholic’을 들으며,

내 목소리가 울리는 걸 들었다.


세상은 조용했지만,

내 안은 폭발하는 듯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 혼자,

텅 빈 터널 속을 달리면서, 마음껏 소리칠 수 있었다.


그것이 내 삶에서 가장 후련하고, 가장 시원한 순간이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진짜 자유는, 남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온다.



---


6. 부천 도착 – 그리고 깨달음


밤을 새고, 거의 걸어가면서 잠들 정도로 피곤했다.

고속도로에서 졸다가 사고 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부천역에 도착했다.

친구 어머니께 오징어를 전해드렸고,

낚지볶음덮밥을 얻어먹었다.

기념사진도 찍었다.


만약 다시 하라고?

주저하지 않고 다시 할 거다.


그때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설악산을 아주 멋진 곳에서 구경 할 기회도 없었을 테고,


초록이 우거진 산속 풀냄새도 못 맡았을 테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도 못 봤을 테고,


차 없는 터널에서 누구보다 크게 노래도 못 불렀을 테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고,

그 순간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


7. 미친 도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때 친구들이 많이들 말하곤 한다.

"야, 너 진짜 대단하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그 때의 일이 술 안주거리다.



그때 이상하게 자존감이 올라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친 도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나는 원래 별 기대도 없었는데,

내가 한 행동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레드카펫이든 산길이든, 자존감으로 걸어라.


만약 내 앞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다면,

자존감으로 걸어라.

"나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마음으로.


만약 내 앞에 거친 산길이 주어진다면,

그것 또한 자존감으로 걸어라.

"나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마인드로.


우리 모두는 대단하고 멋진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를 뿐.


그러니 항상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자.

죽을 때까지, 대단한 열의로 자존감을 갖는 데 온 힘을 다하자.

undefined
undefined
브런치 글 이미지 3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브런치 글 이미지 7
작가의 이전글 토끼와 거북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