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동기부여, 실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번이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경력 단절 5년 차. 나 스스로에게 “그래도 잘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문득 나를 위해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워진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나의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독일어 B1.
2021년부터 2022년까지, 8개월 동안 매일 4시간씩 결석 없이 강의실을 지켰다. 낯선 땅에서 언어라는 장벽을 넘기 위해 보냈던 그 치열한 아침들. 그 시간은 분명 내 40대 삶의 첫 페이지였다.
하지만 지금, 독일어는 많이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그 시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 한 번의 이주.
2023년, 독일을 떠나 룩셈부르크로 거처를 옮기며 나는 다시 한번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아이들이 혹시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처음 몇 달은 내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허둥대며 보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지냈지만 말이다.
영어.
2023년부터 집 밖에서 나의 주 언어는 영어가 되었다. 아이들 학교 문제부터 까다로운 행정 처리까지, 일상생활을 큰 문제없이 해내게 되었다. 타국에서 내 목소리로 살아간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물론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프랑스어 B1.
2025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다시 언어 공부를 시작했다. 당장 유창하게 나를 소개할 실력은 아닐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책을 펼친다. 이 꾸준함만큼은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싶다.
그리고 잠시나마 해외 취업을 꿈꾸며, 퇴직 후 처음으로 이력서를 써 내려갔다. 나의 새로운 이력서는 전 직장에서 쌓아온 소중한 경력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이제 나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나라는 사람의 현재를 증명하는 일일 것이다. 이력서라는 그릇만큼은 단단히 준비해 두었다.
이렇게 나는 매일 조금씩 나만의 성취를 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성실한 불합격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실하게 준비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는 없는...
나의 여정에서 아무것도 아닌 자리에서 무언가로 나아가는 길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아마도 뛰어가지 못할 것이다. 대신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다.
그 속도가 비록 느릴지라도, 그것 역시 나의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