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알려주니, 그녀의 질문이 쏟아졌다.

엄마의 공부방 3. 그녀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

by 여름하늘

가까운 이웃 중에 번역가로 일하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까지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다. 일단 언어를 배우는 데 거부감이 전혀 없고, 나 같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타고난 사람이다.


그녀에게 한글을 알려주니, 질문이 쏟아졌다.


“같은 모음이라고 했는데, 어떤 건 옆에 붙고 어떤 건 아래로 가네?”
“ㄱ, ㄴ, ㅁ, ㅅ, ㅇ이 어떻게 입 모양이라는 거야?”
“너의 스마트폰 자판이 너무 재미있다.”
“이름 부를 때 붙는 ‘아’는 뭐야? 일본어 ‘상’이랑 같은 거야?”
“받침이 너무 신기해. 진짜 블록 같아.”
“자음에 집중하다 보니까 모음을 자꾸 잊어버리겠네.”


내가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그건 원래 그래.”, “그냥 외워야 해.”, “느낌으로 익혀야 해.”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규칙과 예외들. 규칙, 불규칙 그리고 반규칙까지... 이건 그냥 불규칙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의 질문은 대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아주 높은 단계로 가면우리도 “그건 그냥 느낌이야”라고 말하게 되지만, 적어도 초보 단계에서는 대부분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다.



한글 초급용으로 내가 준비한 사용하는 흐름은 이렇다.


1. 영어 단어 apple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a-pple, 두 개의 음절이지만 한 줄로 쓴다.

> 하지만 한국어는 다르다. 각 음절이 하나의 블록이 된다. 애-플. 두 개의 블록.

2. 그다음은 자음이다.

> 자음은 소리보다 입과 혀의 모양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 본인들에게 g, n, m 소리를 내면서 혀의 위치를 느껴보라고 한다.

3. 그다음 모음.

> 모음은 하늘, 땅, 사람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며 모양이 만들어진다.

4. 마지막으로 받침.

> 자음 + 모음 + 자음. 받침은 소리를 ‘닫아주는’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따라가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시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넘기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그날 우리는 한글에 대해 20분 남짓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라는 이유로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한글에 관심이 없던 다른 이들까지, 나의 또 다른 그녀들까지. 즉흥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동안의 나의 노력이 조금은 의미 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이제는 하나의 ‘자산’처럼 느껴진다. 타국에서 살아가다 보면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이는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고, 어떤 이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출발점이 고맙다.


그림9.jpg 그날의 기억


영어 버전도 나의 기록을 위해 남겨둔다.


1. syllable

Think about the word apple. It has two syllables: ap-ple.
But in Korean, each syllable becomes one block. 애 - 플

Q: How many blocks are there in 애플? → 2


2. How do we make a syllable in Korean?

We need a consonant (자음) and a vowel (모음).

Sometimes, we also add another consonant at the end.


3. Let’s start with consonants.

Think about the shape of your mouth when you make the sound.

Try these sounds: g, n, m.
When you say “g,” think about where your tongue is.
When you say “n,” think about your tongue again.
When you say “m,” think about your lips.


4. Now, let’s talk about vowels.

Korean vowels come from three elements: heaven, earth, and human.

The dot represents “human,” and it shows the direction of the sound.


5. Can we add one more sound at the end?

Yes, this is called 받침 (batchim).

Consonant + vowel + consonant

ㄱ + ㅏ + ㄴ → 간
ㄴ + ㅜ + ㄴ → 눈

Batchim “closes” the sound.


6. Korean vowels are not random. They follow a clear system.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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