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외’도허티가 콘테 체제에서 부활할 수 있는 이유

by Haru

지난 2일, 토트넘 홋스퍼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안토니오 콘테 감독 선임 소식을 알렸다. 올해 여름에 선임했던 누누 산투 감독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며 불과 약 4개월 만에 경질됐기에, 토트넘은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는 콘테 감독을 선임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콘테 감독은 확실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선수단의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장점들을 보유하고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콘테 감독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에 특히 일가견이 있다.

일례로, 그는 과거 맨유 시절의 부진한 모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던 로멜로 루카쿠를 인테르에서 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또한 폴 포그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등도 콘테 감독의 지휘 하에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따라서 토트넘의 선수들도 콘테 감독을 만나 과거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시즌 부진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맷 도허티는 콘테 감독 체제에서 보다 훨씬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백 3에 적합한 도허티

도허티는 2020-21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으로 이적하기 전에, 울버햄튼에서 대략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활약을 한 바 있다. 그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때는 단연 2018-19 시즌이다.

당시 도허티는 팀의 백 3 체제에서 우측 윙백으로 활약하며 리그 수위급 측면 수비수의 활약을 보였다. 특히 도허티 특유의 상대 페널티박스 안 침투 움직임은 상당히 위협적인 무기였다. 매 경기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가던 도허티는 18-19 시즌에만 총 45경기에 출전하여 8개의 골과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도허티의 포지션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도허티는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부터는 대부분의 경기를 백 4의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출전했고, 이전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이 백 4를 사용할 때는 백 3을 사용할 때보다 도허티의 움직임에 더욱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도허티의 최대 장점은 상대 박스 안에서의 움직임인데, 백 4에서 출전할 때는 팀의 수비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이러한 움직임이 거의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토트넘의 감독은 콘테이고, 그는 유럽에서 백 3을 잘 활용하기로 가장 잘 알려진 감독 중 한 명이다. 백 3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도허티는 콘테 감독과 좋은 궁합을 자랑할 공산이 크다.

콘테 감독은 공격 전개에 윙백들을 종종 활용하곤 한다. 팀이 공격할 때 윙백들은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하기도 하고, 터치라인을 따라 뒷공간 침투 움직임을 가져가기도 한다. 도허티는 후자의 성향을 보이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오프 더 볼 움직임에는 일가견이 있는 선수고, 콘테 감독의 전술에 상당히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왼쪽 윙백으로서의 가능성

현재 토트넘의 주전 윙백은 레길론과 에메르송이다. 이 중 올해 여름에 토트넘으로 이적해 온 에메르송은 시즌 초반에는 꽤나 고전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레길론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른데, 그는 지난 8일 진행됐던 에버튼전에서 볼 소유권 상실 18회, 빅 찬스 미스 1회 등, 좋지 않은 수치들을 기록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따라서 도허티에겐 오히려 주포지션인 오른쪽 윙백보다, 레길론이 자리 잡고 있는 왼쪽 윙백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더 해볼 만할 것이다. 도허티는 이미 2015-16 시즌에 왼쪽 수비수로서 23경기를 소화하기도 했고, 아일랜드 국가대표팀에서는 종종 왼쪽 윙백으로 출전했던 경험이 있어서 왼쪽 윙백 자리는 그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팀 내에서 레길론과 도허티 이외에 왼쪽 수비수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에는 벤 데이비스와 라이언 세세뇽이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공격적인 능력이 부족하여 윙백보단 스토퍼 자리에 더 적합한 선수고, 세세뇽은 아직까지도 근육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도허티의 왼쪽 윙백 활용은 꽤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콘테 감독의 리그 데뷔전인 에버튼전에선 도허티가 후반전에 교체로 출전하여 약 20분가량을 왼쪽 윙백 자리에서 뛰었다. 앞으로도 도허티가 왼쪽 윙백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콘테 감독도 당연히 그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2016-17 시즌, 마르코스 알론소의 사례

이미 콘테 감독은 도허티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 그 선수는 바로 2016-17 시즌 첼시의 리그 멤버였던 왼쪽 윙백 ‘마르코스 알론소’다.

알론소는 주력이 부족하고 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좋은 오프 더 볼 움직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도허티와 매우 흡사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백 4에서는 애매한 활약을 보여주지만, 백 3에서 활약을 만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도허티가 알론소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킥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알론소는 날카로운 왼발 킥력을 갖추고 있어서 상대의 압박이 느슨해지면 언제든 좋은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투입할 수 있다. 반면 도허티는 알론소만큼의 위협적인 킥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도허티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컷백’이다.

도허티는 울버햄튼 시절에도 낮고 빠른 컷백을 이용해 팀의 공격 상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종종 연출해냈다. 도허티의 컷백 능력은 그가 18-19 시즌에 두 자릿수의 도움을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토트넘에는 이미 케인과 손흥민이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존재하므로, 두 선수와 도허티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팀의 득점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콘테와 알론소의 사례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16-17 시즌 당시 첼시를 이끌고 있었던 콘테 감독은 시즌 시작을 앞두고 자신의 안목으로 피오렌티나로부터 마르코스 알론소를 영입해왔었다. 그리고 이 시즌, 알론소는 총 35경기에 출전하여 6개의 골과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며 첼시의 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콘테 감독이 알론소를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도허티 역시 그의 휘하에서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제2의 마르코스 알론소’가 또 다른 런던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것이다.

도허티는 콘테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리그에서 단 ‘7분’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콘테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이후, 교체로나마 리그에서 곧바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도허티에게도 좋은 신호다. 만일 도허티가 주어지는 기회 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다면, 그의 주전 경쟁에도 드디어 청신호가 켜질 수 있을 것이다.

도허티는 2020-21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에 합류한 이래로 실망스러운 모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젠 콘테 감독이 부임했고, 상황은 180도 뒤바뀔 수 있다. 과연 도허티가 콘테 감독 체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여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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