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중 Mar 26. 2024

내친구 WS

"참 끈질긴 인연이야"

그냥 기록된 친구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다. 사실은 중학교도 같이 나왔다. 친하지 않았을 뿐.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니는 친구는 아니었다. 고등학교의 한 무리에 우리가 같이 있었을 뿐이었다. 여느 남자 고등학생들처럼 시답잖은 개그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그들만의 언어들 그 와중에 우리 둘만 그 개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성인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 무리도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다. 어떤 친구는 대학을 가고, 어떤 친구는 대학을 안 가고, 어떤 친구는 지방을 가고, 어떤 친구는 서울로 가면서 우리는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그래도 내 친구와는 종종 연락을 했다. 고등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그리고 거기에 속한 무리 안에서 우리는 사회생활 중이었고, 우리는 졸업이 되고 나서 벗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친해졌다.


성인이 되고 나서 우리는 무리보다는 둘이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여러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리랑 놀 때만큼 텐션이 높지 않지만 잔잔한 이 만남이 나를 편하게 만들어준다. 이 잔잔한 만남이 좋다. 요즘 사는 이야기, 앞으로의 미래 등 무거운 이야기부터 가벼운 일상이야기까지. 모든 대화 속 불편하게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대화가 이렇게 평온할 수 있을까? 모두가 대기업을 원하고 공기업을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 시대에 일반 사기업인 작은 회사를 다니는 나는 고민이 많았었다.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도전하는데 나만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게 아닌지. 때마다 일찍 회사에 들어가 꾸준히 다니는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해준 친구다. 친구는 그냥 한 말인지 모르지만 난 아직도 그 말을 안고 회사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힘든 회사생활을 버티는 한 마디 동력을 만들어준 게 고맙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친구는 항상 만남을 가진 뒤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는 나를 싣고 날랐다. 집 앞에서 픽업하고 집 앞에 데려다 놓고! 덕분에 택시비를 참 많이 아꼈다. 여자친구한테도 쉽지 않은 걸 해내줬다. 그때는 몰랐는데 참 고맙다. 택시비를 아껴서 그런 건 아니다. 이렇게 고마운 친구에게 감정이 예민한 나는 종종 짜증을 낼 때가 있는데 이 친구는 항상 웃음으로 대응하여 짜증을 오래 낼 수 없다. 좀 민망할 정도.


오히려 대학을 간 후 나는 서울, 친구는 경주.

멀리 떨어졌는데 더 단짝이 된 신기한 친구.

내친구다.



매거진의 이전글 환기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