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날은 산책을 해요”
그냥 기록된 일상
평일엔 회사에서 오전 내내 업무에 시달린다. 오로지 점심시간만 보고 달린다.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힘든 곳이 회사다. 일이 많은 그 자체로 힘들고, 일이 없으면 그 시간도 고역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의 직장생활에서 열정보다는 지구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열정의 에너지보다는 꾸준한 지구력을 키우는 것이 지금은 좋고 그 장점이 분명하다. 마치 연애 초의 설렘보다는 편안한 연애를 추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점심시간만 보고 버텨낸다.
점심을 빠르게 먹고 부리는 여유가 좋다. 밥은 천천히 먹는 게 좋은데도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로지 내 시간 없이 달려온 오전, 밥을 천천히 먹는 게 중요치 않다. 빨리 쉬고 싶고 여유를 부리고 싶다. 그렇게 빠르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 밖으로 나간다. 역시나 목에 사원증을 건 많은 직장인들이 보인다. 오전에 회사 창밖을 보면 그렇게 한적하던 거리가 직장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모두가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다들 오전 내내 이 시간만 기다린 것처럼 화기애애하다. 특히나 날씨가 좋은 날이면 다들 날씨가 좋다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다. 나 또한 날이 좋은 날이면 더욱 점심시간이 행복하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과 시원한 바람, 무엇보다 조용하던 사무실과 서로 눈치를 보며 설득하고 반대하며 치열한 회의실에서 나와 화기애애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날 기분 좋게 한다.
우리 회사 앞에는 모던한 카페가 하나 있다. 점심시간이면 붐비지만 높은 가격 탓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격 대비 맛이 좋은 테이크아웃 커피집이 더욱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 카페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을 같이 팔기 시작했다. 나도 점심 산책길에 그 아이스크림 맛을 보고자 그 카페로 향했다. 웬걸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 다들 유명하다고 점심을 먹자마자 카페로 다 몰린 것 같다. 따스한 햇빛에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보면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느꼈다. 점심시간의 날 좋은 한 산책을 좋아하는 건 날씨보다는 사람들의 저 활기참 덕분인 것 같다.
날 좋은 점심시간 산책,
따사로운 햇살보다는
따사로운 웃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