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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중 Mar 28. 2024

점심산책

“날 좋은 날은 산책을 해요”

그냥 기록된 일상


평일엔 회사에서 오전 내내 업무에 시달린다. 오로지 점심시간만 보고 달린다.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힘든 곳이 회사다. 일이 많은 그 자체로 힘들고, 일이 없으면 그 시간도 고역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의 직장생활에서 열정보다는 지구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열정의 에너지보다는 꾸준한 지구력을 키우는 것이 지금은 좋고 그 장점이 분명하다. 마치 연애 초의 설렘보다는 편안한 연애를 추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점심시간만 보고 버텨낸다.


점심을 빠르게 먹고 부리는 여유가 좋다. 밥은 천천히 먹는 게 좋은데도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로지 내 시간 없이 달려온 오전, 밥을 천천히 먹는 게 중요치 않다. 빨리 쉬고 싶고 여유를 부리고 싶다. 그렇게 빠르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 밖으로 나간다. 역시나 목에 사원증을 건 많은 직장인들이 보인다. 오전에 회사 창밖을 보면 그렇게 한적하던 거리가 직장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모두가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다들 오전 내내 이 시간만 기다린 것처럼 화기애애하다. 특히나 날씨가 좋은 날이면 다들 날씨가 좋다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다. 나 또한 날이 좋은 날이면 더욱 점심시간이 행복하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과 시원한 바람, 무엇보다 조용하던 사무실과 서로 눈치를 보며 설득하고 반대하며 치열한 회의실에서 나와 화기애애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날 기분 좋게 한다.


우리 회사 앞에는 모던한 카페가 하나 있다. 점심시간이면 붐비지만 높은 가격 탓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격 대비 맛이 좋은 테이크아웃 커피집이 더욱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 카페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을 같이 팔기 시작했다. 나도 점심 산책길에 그 아이스크림 맛을 보고자 그 카페로 향했다. 웬걸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 다들 유명하다고 점심을 먹자마자 카페로 다 몰린 것 같다. 따스한 햇빛에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보면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느꼈다. 점심시간의 날 좋은 한 산책을 좋아하는 건 날씨보다는 사람들의 저 활기참 덕분인 것 같다.


날 좋은 점심시간 산책,

따사로운 햇살보다는

따사로운 웃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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