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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중 Apr 01. 2024

그릇씻기

“설거지를 완벽히 끝내다 “

그냥 기록된 일상


배달 음식을 줄이니 밥을 하는 것보다 설거지가 일이다. 매일 끼마다 끊임없이 설거지가 쌓인다. 하루라도 거르는 날에는 설거지를 하기 힘들 정도로 싱크대가 꽉 차버린다. 소파에서 보면 제발 좀 씻겨달라는 것처럼 보인다. 싱크대 위로 테트리스처럼 쌓인 것을 보면 얼른 가서 씻고 싶다. 그릇이 많아지더라도 이쁜 그릇에 소분해서 먹는 정갈한 한 끼가 좋다. 밥을 먹기 전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면 없던 식욕도 생기고 대접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날이다!” 싶은 날에는 설거지가 부담스럽더라도 찬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이쁜 그릇을 꺼낸다.


맛있는 한상을 먹고 나면 뿌듯함과 함께 설거지 시작이다. 그릇을 따뜻한 아니 나는 뜨거운 물에 불린다. 세제을 퐁퐁 짜고 거품을 만든다. 피어오르는 거품을 보면 기분이 좋다. 어린 시절에도 매일 거품목욕을 하고 싶던 나였다. 몽글 포슬한 그 거품이 좋다. 이제 그릇들을 하나씩 닦아준다. 더러워진 그릇들의 이물질들을 조금씩 벗겨낸다. 그릇에 상처가 나면 안 되기에 적절히 손의 힘을 조절하면서 닦는다. 마지막으로 이제 거품과 이물질들을 모두 씻어낼 차례다. 뜨거운 물에 기름때와 함께 더러워진 거품을 씻어낸다. 뽀득거리며 반짝이는 그릇을 보면 만족스럽다. 깨끗해진 그릇과 싱크대를 확인하면 무언가가 완벽한 끝난 그 느낌. 그게 좋다.


정갈한 식탁 위에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꼭 뒤에 이러한 설거지를 해야 한다.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것들에는 이렇게 뒤에 치워야 하는 것들이 있다. 모든 일이 그렇다.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많아지고 있다. 수없이 쌓이고 있는 메일함, 문자는 999개를 찍기 십상이다. 다양한 SNS를 관리하고 있고, 집에도 다양한 가전제품이 있고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완벽하게 무엇인가 완료된 느낌. 이러한 느낌을 받기 어려운 세상이다. 완료가 아닌 꾸준히 관리해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하루의 마무리인 저녁. 저녁식사 후 설거지가 하루에서 완벽하게 끝내는 일 중 유일하다. 문자가 999개가 쌓여도 하루에 하나는 꼭 완벽히 끝내고 있다.


오늘도 맛있는 밥도 먹고 설거지까지

완벽히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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