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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중 Apr 02. 2024

내 친구 YS

“우리는 신기한 조합이야 “

그냥 기록된 친구

신기하다. 취향도 취미도 다르다.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친구다. 첫인상은 뽀글 머리에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밝은 친구였다. 낯가림이 심한 나와는 정반대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해 주고 거리낌 없이 대화를 한다. 처음 본 사람하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정적만 흐르는 내성적인 나와는 정반대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 사귀는 게 나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마치 중고등학교 때나 걱정할 만한 이야기 같지만 작은 지방에서 생활한 나는 오히려 학창 시절에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다들 아는 사람들끼리 초중고를 나오기 때문에. 하지만 남자 동기가 많지 않아 그중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우리는 친해졌다. 첫 입학 후 지방에서 올라와 아무도 모르는 환경 속에서 심지어 내성적이었던 난 이 친구가 없었으면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같이 대학생활을 하며 우리는 참 많이 달랐다. 활동적인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와 운동신경은 전혀 없는 나, 즉흥적인 친구와 조금은 계획적인 나, 정말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그래서 친해진 게 신기할 정도. 술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가장 많이 보내는 곳은 학교 앞 술집이 아니겠는가? 우리도 다른 대학생들과 똑같이 매번 수업 전 후로 술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술자리에 가서도 항상 친구에게 의지를 많이 했었다. 친구는 모르겠지만 항상 옆에서 의지하며 대학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나는 바로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친구 때문에 군대에 가기 싫을 정도로 의지를 했다. 하지만 친구는 학교를 더 다니다가 군입대를 할 계획이라 우리는 1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는 군대로 이 친구는 새로운 2학년을 맞이했다.


그렇게 둘 다 다른 시기에 군대를 전역하고 만났다. 내 성적인 나는 군대에서 참 많이 바뀌었다. 늘 친구의 결정을 기다리고, 친구가 원하는 대로. 내 의사를 전달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군대를 전역하고 난 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고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줄 알게 되었다. 나의 이러한 변화는 나도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을 제일 먼저 알아봐 준 친구가 이 친구다. 친구는 내가 군대 전역 후 이렇게 바뀌어서 좋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그때는 내가? 하며 넘겼지만 감동이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변화를 알아봐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이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바라봐주고 오히려 본인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변함이 없다. 늘 대학교 1학년 때처럼 메시지의 답이 느리고 계획적이지도 않다.


친구는 내가 변해서 좋고,

난 친구가 변함이 없어 좋다.

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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