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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생 Mar 01. 2021

<건축가들의 20대>를 읽고


건축에 익숙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건물에 친숙하지만 건축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건축에 친숙하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고, 건축 따위와는 결코 친숙해질 수 없어! 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위대한 건축가는 아무래도 세 번째 유형의 인간인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느낌이랄까요. 저는 아마 아직은 두 번째 유형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턱없이 적은 경험과 턱없이 적은 지식을 가지고 나름의 건축을 정립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네요. 그래서 이 책 <건축가들의 20대>는, 저의 내적 확신을 강하게 해 주었다는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저의 무지를 일깨워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쨌든. 이 책이 강하게 해 준 저의 확신은 '오리지널리티를 가지자!', 그리고 '나는 나다! 내 식대로 하는 게 옳다!'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휘둘렸어요. 주체적으로 결정한 게 거의 하나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정한 제 인생을 바꾸게 될 선택이 건축학과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건축가로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하는 게 옳을지, 현실과 등 돌리고 나만의 길을 걷는 게 바보 같은 선택이 되지는 않을지 이래저래 꽤나 흔들리고 있던 차에 마침 이 책을 읽게 된 것입니다. 건축의 역사에 찬란한 빛으로 남을 선배들이 전해주는 '너만의 길을 가라!'는 전언은,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과는 어찌 보면 모순되는 것 같지만, 그것을 강하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망설임 없이 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점은 5점(5점 만점). 사실 위에서 말한 것보다도 더 큰 수확은 도미니크 페로의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알게 된 것일지 모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검색하다, 그 찬란한 매스를 보고 한눈에 빠져들고 말았어요. 언젠가 파리에 가면 꼭 방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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