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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Jan 02. 2024

자네, 해봤어? 해보고 말해.

실행력이 곧 생명력이다.

나는 수많은 번민 끝에 자연치유의 길을 가겠다는 큰 결단을 내렸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동안에 주어진 5시간을 치병에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감기라도 걸려오면 가정 보육을 해야 했기에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아이의 건강 관리에도 힘써야 했다. 나는 치병할 적당한 산도 구하고 산 밑에 시골집도 구해놓았다. 물리적인 환경은 모두 준비가 되어있는 셈이었다.

이제부터 나의 정신적인 추진력과 실행력으로 날마다 치병의 업적을 쌓아가는 일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내가 혼자 산을 가는 일에 있어서 가족과 지인, 산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며 내뱉는 말이 있었다.

“여자 혼자서 산을 타는 것은 위험해요!” 대부분 많은 사람들에게 산은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산에는 뱀도 살고 강원도 같이 깊은 산에는 멧돼지도 살고 늑대처럼 생긴 들개도 있으니 위험할 수 있었다.

또 인적이 드문 산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폭행과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산에서 길을 잃어서 조난을 당할 수도 있었다. 산에서 일어날 부정적인 경우의 수들을 따져보면 따져 볼수록 산은 정말 위험하고 여자 혼자서 감히 다녀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게 산을 타는 일은 생명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업무나 마찬가지 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어떤 상황에서도 산을 타야만 전망이 있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 이 업을 매일 나와 함께 하며 힘들어도 함께 산을 탈 만한 사람을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다. 그런 걱정과 염려들이 산으로 향하려는 나를 자꾸만 머뭇거리게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 생명을 살리는데 도움을 줄 수도 없었고 오로지 내 두 다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걸어가야만 풀 수 있는 과업들이었다. 나는 혼자서 미지의 길을 걸어가는 일이 조금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도 의지할 수도 없었고 의지하지 않기로 했다. 각자 자신들의 생업만으로도 여유가 없을 만큼 바쁜 현대사회를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이렇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주중에는 내게 주어진 하루의 다섯 시간을 늘 혼자서 산을 탔다.

인생을 살면서 홀로 여백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되는지 조금은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에도 혼자 왔고 언젠가 마지막 관 뚜껑이 닫히기 전에도 혼자 가야 할 것이다.

우연히 내게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홀로 담담하게 걸어갈 수 있는 깡다구와 근육이 생긴 것이었다.

산을 타는 일이 그냥 단순히 걷는 행위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로 역동적인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맨발로 산을 탔기에 발바닥이 항상 산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다리가 튼튼해질 뿐만 아니라 산 고개를 넘고 넘다 보니 단전도 튼튼해지고 비활성화 상태였던 두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성장기 유아들에게 발바닥으로 마구 뛰어다니고 오감을 자극시켜줘야 두뇌 발달에 이롭다는 오감발달교육이 성인인 내게도 적용이 되는 것 같았다. 방구석에서 슬픔과 절망에 사로잡혀서 웅크리고 엉엉 울고 있던 나는 맨발로 산을 걸어 올라가는 행위를 통해서 진취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배꼽 아래에 단단하게 생겼다. 발이 자극되다 보니 머리가 맑아지고 비워져서 창의적으로 나를 위한 식단을 짜고 레시피를 만들어가며 나름대로 채식의 묘미와 재미를 만들어갔다. 청국장 와플도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건강에 이로운 청국장을 끓이지 않은 상태로 와플에 팥고물처럼 곁들여서 먹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산을 맨발로 타는 실행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강황 데낄라 샷잔도 술을 먹을 수 없는 내가 가끔 분위기를 즐기고 싶을 때 써먹었다.

혼자서 산을 타면 웃을 일도 딱히 없었지만 그냥 나무 둥치에 피어난 이름 모를 버섯을 보고도 자지러지게 웃어버릴 수 있는 재치도 생겼다.


나는 현대 정주영 회장님의 “자네, 해봤어? 해봤냐고? 해보고 말해.” 이 한마디 속에 담긴 실행력의 힘을 완벽히 이해했다.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하고 이론과 지식을 앞세워서 부정적인 경우의 수들을 열거하느라 바쁠 때, 과연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사실 그들은 긍정적으로 나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험을 무릅쓰고 길을 뚫고 가는 실행의 힘 속에는 창조력과 생명력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진정으로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고 싶다면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오로지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 나를 토닥이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렇게 날마다 혼자서 배낭을 꾸려 메고 맨발로 문수산을 타는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두려울 게 없었다.

그래도 산에서 뱀을 만나면 산이 떠나가라 “꺅!으악!저리가!”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문수산에는 뱀들이 많이 산다. 겨울잠을 자러 갔는지 요즘은 뱀들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맨발로 하얀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단박에 문수산성까지 올라갔다.

지금 당신의 삶이 시들시들하고 무기력하다면 눈 내린 산을 맨발로 걸어보라. 단박에 그대의 인생이 싱싱해진다. 겨울철 설빙마찰 산행이 바로 ‘살 맛’ 나는 인생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나만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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