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론스톤 Jan 13. 2024

자연치유 라이프 스타일

마음에 자연이 깃들도록 마음을 활짝 열어주세요.

지난 월요일부터 독감 증상으로 고생했더니 일주일이 통째로 지나가 버린 듯하다.

눈 떠 보니 토요일 아침이다. 독감 바이러스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갈취당한 기분이다.

아직도 콜록콜록 기침이 나오고 몸이 뻑적지근하다. 독감이 지독하긴 지독한 모양이다.

한증막이나 숯가마에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지지고 오고 싶은 기분이다.  

독감이 완전히 다 나으면 시간을 내서 한증막을 가든지 숯가마를 가든지 어디든 가서 지지고 오기로 했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육아와 치병의 무거운 짐을 양쪽 어깨에 짊어지고 한시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달려왔던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아이 생일 기점에 병원을 다녀온 후로 짱짱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이 풀려버린 것 같다. 그간 '몸'이라는 기관에서 고된 일을 하느라 여러모로 노고가 많았던 세포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시위를 한 것이다.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잘 알아차려야 한다. 지나치게 무리하거나 애쓰지 않고 그때그때 적절하게 잘 쉬어줘야 한다. 나는 몸의 신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엄살을 피울 일도 아니지만 무시하거나 방치하게 되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오늘은 자연치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지난 글에서도 나는 자연치유에 대해서 문화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경험한 자연치유는 낯선 타국을 여행할 때 마주치는 인종이나 일종의 문화 예술과도 같은 분야였다. 낯선 문화권에 적응하기까지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탐색할 수 있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타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마음자세이다.

나의 마음이 얼마나 활짝 열려있는가에 따라서 그 문화가 온전히 흡수되어 내 것이 될 수 있다.

또 마음이 꽉 닫혀있어서 그 나라의 문화는 타국의 문화일 뿐 어떤 도움도 에너지도 될 수 없을 수도 있다.

익숙한 것은 편안하다. 그러나 변화에는 필히 불편함이 따른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연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환우들이 이렇게 낯선 타국을 여행하는 마음으로 자연치유를 접근한다면 마음이 한 결 더 가볍고 설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자연치유는 대부분 메이저 대학병원에서도 손볼 수 없을 만큼 심한 말기암환우들, 희귀 암환우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코스처럼 여겨졌다. 용기를 내서 자연치유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더라도 막연하고 막막한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져서 두렵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 감정을 나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설레는 유럽 여행 같은 것이라면 나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서점에 가서 론리플래닛부터 샀을 것이다. 자연치유의 길을 들어설 때 마음가짐은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의 마음자세로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설레는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는 첫 번째 작업인 것이다.


두 번째 작업으로는 나의 베이스가 될 만한 산을 찾아야 한다.

산과 숲이 있는 자연환경이 무너진 나의 심신을 단련시키는 나만을 위한 헬스장이 되고 요가원이 될 것이다. 많은 환우들이 최상의 환경을 찾아서 지리산, 오대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물론 오대산이나 지리산은 천혜의 자연환경이고 암환우들에게 정말 좋은 치병 환경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족 구성원들의 직장과 아이의 교육 문제 등등을 고려하면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족들이 나를 위해서 장거리를 뛰어다녀야 하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고 시내를 왔다 갔다 하기도 어려웠다. 또 강원도나 지리산은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잘 녹지 않아서 산을 타는 게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거처에서 1시간 내외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충분했다. 너무 높거나 낮지도 않고 험하지는 않으면서 능선을 탈 수 있는 그런 산이 좋다. 매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해발 400 전후의 적당한 높이의 산을 두고 매일 실천하는 편이 실행하는 면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다. 근거리에 있는 산에서 체력이 어느 정도 단련되었다면 가끔 오대산이나 지리산으로 백팩킹이나 템플스테이를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산을 오를 때에는 맨발로 타면 좋겠지만 맨발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산의 적당한 구간을 정해놓고 올라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빙글빙글 맨발 걷기를 하거나 그냥 맨발을 땅에 대고 간식을 먹으며 한참 쉬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에는 김포 문수산의 중봉쉼터를 맨발 구간으로 정해두고 빗자루를 가져다 놓고 낙엽이 떨어지면 낙엽을 쓸며 따로 관리를 하곤 했다. 중봉쉼터는 산성 바로 아래에 있어서 공기도 맑고 평평한 쉼터 땅바닥이 있어서 맨발로 걷기에도 좋았다. 여름에는 쉼터의 나무 그늘이 있어서 시원하게 그늘 아래에서 맨발 걷기를 즐길 수 있었고 겨울에는 성곽 아래쪽으로 걸었다. 성곽 아래는 햇볕이 따뜻하여 일광욕을 하며 맨발 걷기를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맨발로 걸어 올라와서 이 구간에서 1시간씩 걷고 쉬었다가 내려가곤 했다.


산행 시간은 계절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자연치유를 하는 환우들은 스키어들이 겨울 시즌을 준비하듯이

봄, 여름 치유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봄에는 겨울 동안 눈을 덮고 움츠렸던 새싹들과 순들이 돋아나며 생명의 기운이 솟아나는 계절이다. 이 시기에는 제철에 나는 새순과 새싹 같은 신선한 봄나물들로 식단을 꾸려가며 식이를 관리해 가면서 산행 시간의 기본값을 5시간으로 설정해 놓는다.

문수산의 경우는 산성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했지만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시즌이기에 산에 올라가서 산에서 충분히 머물다가 내려오는 것이다. 이 생체 리듬을 3월부터 9월까지 유지한다. 여름이 끝나고 나면 역동적으로 보낸 봄, 여름 시즌을 정리하며 비교적 가벼운 산행을 하며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가을과 겨울은 봄, 여름에 비하면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햇빛은 자연치유를 하는 환우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천연 치료제이다. 어떻게든지 햇볕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 나는 불투명 비닐을 이용하여 일광욕돔을 만들어서 옥상에 설치하여 전신 일광용 하는 데 사용했다. 10월 초까지는 오전 11시~오후 3시 사이에는 옷을 다 벗고 일광욕 돔에 들어가서 20분씩 전신 일광욕을 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겨울에는 실내로 옮겨야 했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창가에 일광욕 돔을 두고 오전 11시~3시 사이에 들어가서 5분 내지 10분 전신 일광욕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전신 일광욕을 20분씩 늘린다. 여름에는 산행 시 피부를 햇볕에 노출시키기 위해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입산했다.

얼굴이 아프리카 사람처럼 너무 까맣게 타서 얼굴만 유아용 선크림을 바르고 몸에는 햇빛의 효과적인 흡수를 위해서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다.


가을과 겨울에는 2~3시간 정도의 산행이면 충분하다. 추운 겨울에는 맨발로 산을 걷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김포는 따뜻한 편이라 강원도처럼 눈이 많이 내리거나 녹지 않아서 발이 푹푹 빠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날씨가 심하게 춥지 않다면 맨발로 산을 탔지만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날은 구리로 만든 어싱화를 꺼내서 탔다. 겨울은 이런 식으로 뚫고 가면 되었다. 우리나라 산에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고 전라도 쪽으로는 편백나무도 많았다. 소나무와 잣나무, 편백 나무들은 천연 항암제인 피톤치드를 가득 뿜어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산에는 천연 항암제인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특히 봄, 여름에는 피톤치드가 왕성하게 나오기 때문에 산행 시간을 늘려서 산에서 많이 머물다가 올 수록 이득이 많았다. 여름철 나의 배낭에는 모기장 주머니가 들어있었다. 산에 올라가 돗자리를 깔고 캐노피 모기장을 펼쳐서 그 속에 들어가 모기들을 따돌리며 낮잠을 즐기곤 했다.


식이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칫하면 무분별하게 휩쓸리게 될 수 있는 우를 범하기 쉽다. 녹즙부터 시작해서 생채식, 치유식, 단식 등등 각기 일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이 나의 몸 상태에 알맞은가,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는가, 어렵거나 복잡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잡아먹고 있지 않는가, 경제적 면역을 손상시키지 않는가 등등을 따져보면 그것이 내게 알맞은 식이법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늠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녹즙도 시도해 보고 생채식으로 생현미를 씹어 먹기도 해 보았다. 그러나 실제 치병의 현장에서 이 모든 것들을 챙기는 일들에 지나치게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고갈되었다. 그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자연치유의 길에 들어선 암환우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권위'를 가지고 제시한 '이론'들을 참고는 하되 그 창살에 갇히거나 묶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수시로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누구도 내게 최적화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디까지나 이론은 이론일 뿐이었다. 실전 현장에서는  달랐다.


나는 치병의 한쪽 바퀴가 되어 줄 식이의 대원칙을 정했다. 첫째, 현미 채식의 비건 지향적인 식단을 유지한다. 둘째, 오백식품(흰 설탕, 흰밥, 밀가루, 정제염, 화학조미료)은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무엇보다 다작을 통해 '침'의 천연 효소를 먹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소 50번씩은 씹어서 삼킨다.

넷째, 냉장고를 가득 채우지 않는다. 그때그때 신선한 야채를 조금씩 사서 먹는다.

다섯째, 소식한다.


이런 원칙들 하에 나만의 식단이 짜여졌고 나는 매달 식단을 짜서 그 식단을 참고하며 즐거운 식이를 끌고 나갔다. 녹즙을 먹겠다고 값비싼 녹즙기를 사거나 그걸 갈아먹기 위해 값비싼 유기농 채소들을 사서 갈고 내리고 보관하고 마시고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다 제외시켰다.  

그것만 뺐을 뿐인데도 일상이 상쾌하고 가벼워졌다. 그것은 치유의 핵심이 아니었다.


핵심은 마음에 있었다. 스스로 두려움과 공포를 물리치고 주체적으로 무심하게 나아가는 힘이 자연 치유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이것은 집의 대들보와 같은 역할을 했다. 대들보는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세워서 서까래를 튼튼하게 떠받치고 있었다. 대들보가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기와를 얹었다한들 그 집은 와르르르 무너지게 될 것이다. 마음을 닦아서 세우는데 정성을 들인다면 지붕에 누수가 생기더라도 누수를 잡아서 수리를 보면 해결될 문제였다. 자연치유의 길을 결심했다면 공포와 두려움 없이 편안하고 듬직한 대들보 같은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런 집은 대대손손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흘러 오래될수록 허름한 대로 편안하고 고즈넉한 집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고즈넉한 집에 들어가 앉아서 여여한 마음으로 뜰을 바라보며 지나간 과거는 흘러간 대로 내버려 두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오지 않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활활 하고 생명력으로 가득한 찰나를 충만하게 보내는 것이 자연치유의 길을 걸어가는 초발심자가 가장 먼저 지나야 할 관문인 것이다. 선정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고요와 평온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간 우리는 수많은 관계와 상황에 얽매여서 무엇을 위해서 달려왔는지도 모른 채 숨을 헐떡이며 바삐 살아왔는지 돌아보면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레몬꽃과의 행복했던 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