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대곶로 508번 길 6
오늘은 연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김포 월곶면에 있는 재래식 한증막을 갔다. 한증막 맛을 봐버려서 동네 사우나는 영 뜨뜻미지근한 게 성에 차지 않았다. 남편이 자신도 몸이 찌뿌둥하다며 한증막을 따라왔다.
이곳은 버스나 전철이 다니지 않아서 자차나 택시를 타고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오후 2시쯤 되니 주차장이 꽉 차고 실내에 사람이 꽉 찼다. 실내 시설은 어딘가 엉성한 구석이 있고 노후되어서 세련되지 못했다. 마치 80~90년대에 정지되어 있는 듯한 인테리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년 지기 단골손님들이었다. 나는 한증막을 상반기에 1~2번 정도 오는데 이곳 재래식 한증막도 작년 이맘때쯤에 왔던 것 같다. 오랜만에 왔더니 한증막 가격이 이천 원이 올랐다. 나는 미리 집에서 목욕을 하고 왔기에 바로 탈의실로 가서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찜질복도 재래식 한증막 로고가 없고 어디 다른 스파 사우나 이름이 찍혀있는 찜질복이었다. 두꺼운 등산 양말도 잘 챙겨 신고 나와서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40분경이었는데, 이미 한 팀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가 두 번째 손님이었다. 나는 대형 타월 두 개를 겹쳐서 뒤집어쓰고 엉덩이 깔개용 멍석을 들고 몸을 굽혀서 뜨거운 한증막으로 들어갔다. 한증막의 뜨끈뜨끈한 온도에 나는 오늘 휴일을 하얗게 불태우고 올 작정이었다. 나는 겨우 3분 정도 앉아있었을까? 너무 뜨거워서 더는 못 참고 한증막 문을 열고 나와버렸다. 얼굴에서부터 등, 엉덩이까지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구운 계란이 된 것처럼 내 몸에서도 훈연의 향기가 났다. 실제로 이 한증막에서는 한증막에서 구워낸 구운 달걀을 팔고 있었다. 나는 아이스 감식초 하나를 시키며 사장님께 이 한증막에 대한 소개와 장점 등등을 질문하며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오늘 여사장님께서 설 쇠시고 바쁘셔서 대신에 아드님이 대타로 나오셨다고 했다. 아드님께서 너무나 친절하게 인터뷰도 응해주시고 구운 달걀까지 서비스로 주셨다.
나는 대여섯 번을 한증막을 들락날락 하고 나서 소금방에 들어가서 완전히 뻗어버렸다.
소금방은 한증막 옆에 있는 방인데 한쪽 벽이 한증막이라서 등을 대고 앉아있으면 등이 따끈했다.
멍석 아래에는 소금이 깔려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열기로 소금방이 은근히 따뜻해지면서 은근히 땀이 났다.
코 골며 잠자기 딱 좋은 온도와 조도가 있는 곳이었다. 나는 소금방에 들어온 한증막 전문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다. 송추의 참성단부터 시작해서 안 가본 데가 없다는 아주머니들은 서로 한국의 명성 높은 한증막과 숯가마들의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공감하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이 한증막을 오려고 용산에서 오셨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들은 시설을 보고 오는 게 아니라 한증막을 보고 오는 거라며 이 집이 한증막 맛집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넘쳐났는데 코로나 이후 많이 줄어들었다고 이 한증막 집도 없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하셨다.
습식 한증막이라 오후 3시에는 한증막에 물을 뿌렸다. 물을 뿌린 후에는 30분간 한증막 휴식 시간이다.
휴식이 끝나면 다시 한증막에 들어갈 수 있는데 물을 뿌린 뒤라 극렬하게 뜨거운 온도를 체감해야 했다.
아주머니들은 전부 "아~좋다. 딱~좋다. 어이~좋다."를 연발하며 들어와서 엉덩이를 딱 붙이고 인내심 있게 그 자리를 꽤 오래 지키고 있다가 나오셨다. 나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은 못돼서 3분 정도 타월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다가 "앗! 뜨거워! 앗! 뜨거워!" 까치발로 허리를 굽히고 잽싸게 한증막 문을 열고 달려 나오곤 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와서 아이스 감식초를 먹는 그 새콤달콤한 맛이 정말 끝내준다. 사실은 한증막도 좋지만 그보다 아이스 감식초랑 미숫가루 마시러 여기 오는 거다. 오후 2시 이후가 되니 자리 펼 곳 없이 꽉 찼다.
우리 옆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있었는데 라면 냄새를 폴폴 풍기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나는 그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라면 냄새를 맡다가 자리를 박차고 다시 한증막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남편은 누워서 쿨쿨 자고 있었고 나는 그 사이에도 몇 번이나 한증막을 들락날락하며 열정과 냉정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배가 고프다며 한증막을 철수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들어갔다 나오기로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남편은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샤워를 해야겠다고 했고 나는 샤워를 하지 않았다. 한증막에서 땀을 흘린 후에는 씻지 않고 그대로 말려서 가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아주머니들로부터 익히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에게도 씻지 않고 가는 게 더 좋다고 말해두었지만 남편은 찝찝하다며 씻고 나오겠다며 결국 깨끗하게 씻고 나왔다.
모처럼 아이 하원 시간에 끄달리지 않고 마음 놓고 한증막 힐링을 하고 왔다.
아직도 내 손등을 코에 대고 있으면 훈연의 향기가 은은하게 난다.
가끔씩 이렇게 한증막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줄 필요가 있다.
피부가 매끈매끈하니 부드러워진 것 같다.
이것이 아줌마들이 그토록 찬양하는 한증막 에스테틱인가?
전생에 쌓인 피로까지 싹 다 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