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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Dec 19. 2023

SHOW ME THE DIAMOND

About my bucket list

 나는 밑도 끝도 없이 엉뚱하게 나의 치병기를 랩으로 작곡해서 불러보고 싶어졌다. 쇼미 더 머니의 래퍼들이 이런 나를 보면 재미있는 아줌마라고 피식거릴지 모르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조금 엉뚱한 면이 있긴 했다. 그런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태양이 작열하나 늘 맨발로 산을 타는 나의 스웩이면 랩을 하는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즘 힙한 힙합의 ‘힙’자도 모르지만 말이다. 30대 중반의 4살 아들을 키우는 샤론 스톤은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의 낡은 감성에 정체되어 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 그동안 어쩌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따발총처럼 순식간에 뱉어내는 현란한 랩을 하는 래퍼들을 보면 총탄에 맞고 쓰러진 전사처럼 나는 그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많이 늙었구나. 쟤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랩이라는 장르는 나 같은 아줌마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냥 버킷리스트에 써 두었던 랩 창작을 해보기로 했다. 뭐 어떤가? 노래 못한다고 노래방에 가지 말라는 법이 있던가? 내가 두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나의 드라마를 목청껏 불러보는데 큰 희열과 즐거움이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내가 요즘의 어린 래퍼들처럼 따발총 랩 스타일을 소화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랩의 형식을 빌려서 나의 감정을 표현해 보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생각나는 대로 가사를 써 내려가 봤다.

 아직 날 것 그대로의 가사들이지만 다듬어서 나의 치병기를 랩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실현해 보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나는 희귀암 환우가 되어 큰 절망과 큰 슬픔을 통과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 자연치유의 길에서 암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다이아몬드 같은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다.


Diamond cancer


아들 낳고 암도 낳고 어쩌다 난 쌍둥이 맘?

배를 쩍 갈라내어 혹 덩어리 도려내니

갓난 아기 분유 타랴 똥 기저귀 갈아주랴 하루가 모자라

엄마는 방사선 쐬고 오마 my baby don’t cry

아침부터 암 병동엔 암 환자들로 만 원이네

이 세상에 나 말고도 암 환자가 천지빽가리

암에는 어린이든 어른이든 남녀노소 위아래가 없어

어쩌다가 뭘 먹고 뭘 보고 뭘 들었길래

혹이 이리도 많이 생겨 버린 건지

아는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

put your hands up!


데이터도 하나 없는 희귀암이라

전이 재발될 때마다

수술하라네

WHAT?

3번, 4번 수술한 사람들이

천지빽가린데 그중

7번 수술한 환우도 있다네!

나도 lucky seven 찍으러 가는 건가?

WHAT THE HELL!


이 몸이 무슨 누더기 이불이냐?

여기저기 혹 있다고

쑤셔대고 쪼아대고 뜯어내서

너덜너덜해진 뒤에

헌 옷 수거함에

버려져야 하는 것인가?

너무해!

난 싫어!

난 존엄해!


난 병원 대신

날마다 산으로 가

신발도 양말도 모두 벗은 채

멧돼지를 만나던

호랑이를 만나던

반달곰을 만나던

두렵지 않지

나는 암 환자니까

다이너마이트 암을

가졌으니까!

Cancer is my bodyguard!


여자 혼자 어떻게

산을 타냐고?

why not?

여자가 무슨

장애인은 아니잖아?

right?


남편도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올케도

모두가 날 응원해 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나도 잘 알아

But that is my way!

내가 나를 가장 잘 위로해

내가 나를 제일 잘 응원해

오직 나 자신에게 의지해

That is my way!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my way를 걸어갈 순 없지

오직 나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는 hero


월화수목금토일

날마다 산으로 들어가

전망대에 올라

허공에 대고

소리쳐!

힘내라고! yeah

할 수 있어! yeah

잘한다고! yeah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

발등에 떨어지곤

하는 날들이

수두룩 낙엽처럼

쌓이고 쌓이는 동안

나의 발바닥은

굳은살로 딱딱해졌네

이게 짐승의 발이지

여자의 발인가?

그래도 나는 내 두 발을

가장 신뢰해 I trust my foots!

금쪽같은 나의

발바닥에서 bling bling 광채가 흘러

Cancer is not dynamite!

Cancer is a diamond!


다이아몬드 암으로

죽었던 삶이 bling bling

광채가 나지!

You know what?

너는 아직 암의 정체를 몰라!

널 해치려 온 게 아냐

그 의미를 못 알아듣는

네게 강수를 두는 거지!

죽어있던 삶에 불을 켜라고!

turn it on! turn it on!


오직 오늘뿐이야!

어제도 내일도

생각하지 마

잠들면 끝이야!

인생이 광채가 나지!

I’m a reach!

I have a diamond cancer in my body! yeah!


코카스파니엘

같은 세 살배기 아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네

쌍둥이맘

이마에 땀이 식을

날 없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산으로 기어가네

아침이 오면 3살 아들내미

흔들어 깨워 눈곱 떼어내고

세수부터 시켜 NoNoNo

쉬부터 싸고 양치부터 시켜

양치하기 싫다고

도망가는 아들 run away

뽀로로만 켜주면 얌전해지네

아가 어린이집 가자!

엄만 산에 가야지!

너를 키워내야지!

어깨가 무겁지!

허벅지를 키워야지!

엉덩이도 키워야지!

I’m a rich!

I have a diamond cancer in my body!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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