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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Oct 12. 2024

이틀간 김치를 담갔다.

김치는 귀찮아도 손수 담가먹는 게 제일 맛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틀간 김치를 담그는데 시간을 바쳤다.

나는 좀 귀찮더라도 김치를 손수 해서 먹는다. 

마침 김치가 똑 떨어졌다.

김치 담그는 일을 미루다가 밥상에 김치가 빠지니 영 감칠맛이 떨어져서 마음먹고 이틀간 김치를 담갔다.

어제는 쪽파 두 단을 사서 파김치를 하고 얼갈이배추와 열무를 같이 버무려서 얼갈이배추김치도 담갔다.

아이와 함께 있는 공간에서 동시에 김치를 담그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나는 파김치를 후딱 만들어놓고 급히 얼갈이배추와 열무를 씻어서 소금에 절였다. 

다 중단하고 얼갈이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는 동안 일단 아이를 빨리 재우고 다시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아이가 저녁 9시가 조금 넘어가자 잠이 들었고 부엌으로 와서 김치 양념장을 만들었다.

양념장이 부족해서 중간에 두 번이나 다시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다.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얼갈이배추김치가 완성이 되었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잠이 들었고 혼자서 고요한 밤에 빨간 김치를 담갔다.  

김치를 만드는 일이 사실 굉장히 단순한 과정인데 양이 많다 보니 

좁은 주방에서 큰 살림도구를 꺼내서 야채를 씻고 절이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다. 

아무튼 김치는 믿을 수 있는 식재료로 내가 직접 손수 담가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

김치를 만들고 주방을 정리하고 나니 피로가 쏟아져서 눕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렸다.

육퇴 후 남는 달콤한 자유 시간을 어떻게든 쏠쏠하게 잘 활용하고 싶은데 

육퇴 후 눈에 추가 달린 듯 피로가 쏟아져서 번번이 한 시간도 못 버티고 잠들어 버리곤 한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고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한다.

오늘은 배추김치를 담가야 해서 남편이 아침을 먹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로 갔다.

주말은 정말 가족들 삼시세끼 챙겨주다 보면 그냥 하루가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말 창피하지만 주말에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주말 내내 활동성 넘치는 아이를 데리고 보내는 일이 정말 숨 막히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남편과 아이가 집을 나가야 고요한 부엌에서 배추가 절여진다.  

나의 김치는 아이가 없는 공간에서 절여져야 제맛이 난다. 

오늘은 이렇게 배추김치를 담그고 산에 다녀와서 저녁밥을 차렸더니 하루가 지나갔다.

가족 공동체를 꾸리고 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개인주의자의 싱글라이프를 살아보고 싶다.

배추김치가 맛있게 잘 담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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