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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Nov 11. 2024

카페인 덕에 글을 썼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계획에 없던 일들을 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다.

덕분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 남편이 아침부터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왔다.

나는 특별한 계획 없이 하루를 느긋하고 편안하게 보내기로 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쉬다가 공원에 가서 한 시간 가량 맨발로 걸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서 느긋하게 책을 읽었다.

오늘 읽은 책은 80세의 벽이라는 책이었다.

80세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이 무너지고 병과 사의 경계에 서게 되면서 마주치는 여러 벽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내용이었다.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병원,의사,약에 대한 벽을 주제로 저자가 하는 이야기들이 공감이 되었다. 

내가 육종암 진단을 받은 이래로 지난 5년 동안 암병동을 드나들며 느꼈던 것들과

자연 치유의 길을 가게 된 지점에서 많은 부분에서 교집합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은 80세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내용이 암이라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하고 읽어볼만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정말 오랜만에 앉아서 80세의 벽이라는 책을 펼쳐서 읽어보았다.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좋아서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중간에 조금 지루했는지 잠시 졸아서 침을 살짝 흘린 시간이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 한번 떼지 않고 책 한권을 다 읽었다. 

물론 저자의 모든 생각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저자와 대화를 하듯 책을 읽어갔다.

간만에 책을 국수 말아먹듯 읽고 났더니 어찌나 배가 고픈지 나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치병을 하며 혼밥과 혼산(혼자 산타기)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허전해서 뜨끈한 것을 먹고 싶어졌다. 고심 끝에 고른 메뉴가 콩비지 찌개였다.

따끈하게 비지찌개 한그릇 먹고 나니 오후 2시 30분이었다.

나는 계양산으로 갔다. 노란 대문에 주차를 하고 목상동 솔밭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오전에 공원에서 맨발 걷기도 했고 어제 도봉산을 맨발로 타다가 오른쪽 엄지를 다쳐서 

계양산을 맨발로 타는 것은 자제하기로했다. 

나는 신발을 신고 천천히 걸었다. 

솔밭에서 계양 산성쪽 방향으로 2시간 가량 터벅 터벅 걷다가 내려왔다. 

가을 햇볕이 따뜻하고 참 좋았다.

간만에 느끼는 휴일의 여유가 좋았다. 괜시리 카페에서 라떼를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카페에 들렸다. 키오스크 앞에서 뭘 마실까 고민을 하는데 내 뒤에 손님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눈 앞에 보이는 것을 클릭했는데 커피가 들어간 라떼였다. 잘못 주문했다는 것을 계산이 끝나고 주문이 들어간 뒤에 알게되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커피의 맛이 나쁘지 않았다.

홀짝 홀짝 다 마셨다. 

카페인 덕에 이 새벽에 뜬 눈으로 게으름을 찢고 나와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잠이 안 오면 계획에 없던 일도 만들어서 할 수 있다.

나는 밥도 새로 짓고 감자 볶음과 멸치 볶음을 하고 설거지도 끝냈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내일 낮에 무진장 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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