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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도 bando May 17. 2022

책 소개 | 가격 타협 없이 시장에서 승부 보는 비결

사람들이 '그 가게'를 들르는 이유를 만들기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사람들이 꼭 한 번씩은 들르는 매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약속 장소에서 한 번쯤은 다이소에 출석한 경험이 있을 텐데요. 일본에는 비슷한 가게 중에 '무인양품'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이 브랜드는 가격이 저렴하지도, 상품이 화려하지도 않지만 세련된 분위기로 행인들을 이끌곤 합니다. 어떤 현실적인 사람들은 이를 두고 '막상 사서 쓸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른 걸 사지 않을까?' 하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 말로 '시X비용' 이라고 하지요. 이런 말이 생겨날 만큼 현대인들은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은 곳에 돈을 더 소비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왜일까요? 작가 에가미 다카오는 이 현상에 아래와 같은 의문을 던집니다. 


'무인양품은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가?' 


*본 글은 에가미 다카오의 아래 서적을 참고하여 작성된 독후감입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59757398&orderClick=LAG&Kc=


# BGM: Moment - FIVE NEW OLD

https://www.youtube.com/watch?v=U2AkU0AGYYE



비싸다고? 비싼 게 아니라는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무인양품에서 제일 잘 나가는 상품 중 하나인 버터 치킨 카레는 1인분에 294엔, 즉 한화 2940원에 달하는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식품 전문 회사도 아닌,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파는 이 약 삼천 원에 가까운 카레에 고객들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뭘까요? 고가의 상품이 팔리는 데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1. 가격 이상으로 얻는 보상이 있다 (e.x. 과시, 대체 불가능한 편리함, 문제 해결)

2. 신뢰가 있다 (e.x. 입소문을 많이 타니까, 실패율이 n%인 브랜드임을 아니까)


이 두 가지를 한 곳으로 응집시킬 수 있다면 어떤 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을까요? 여기서 에가미 다카오가 제안한 수단은 바로 '콘셉트 (concept)'였습니다. 무인양품은 '이것으로도 좋다 (これでいい)'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결핍과 타협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적당한 요소만으로도 일상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브랜드 가치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더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서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볼까요? 

사진 1. 무인양품 공식 홈페이지 'What is MUJI?'

무인양품은 '이것으로도 좋다 (これでいい)'는 문구를 소재의 선택, 공정의 점검, 포장의 간략화로 보충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앞에서 말한 적당한 요소에는 소재, 공정, 포장이라는 3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요소를 지키고자 노력한 결과는 누가 사도 불만이 없을 법한 품질로 실현됩니다. 이게 바로 무인양품을 '실패하지 않는 브랜드'로 만들어준 비결입니다. 즉, 고객은 294엔어치 카레를 꼭 먹어야 해서 산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실현한 무인양품을 믿기 때문에 투자한 셈입니다. 이를 통해, 비싸지만 비싸 보이지 않도록 하는 힘을 '이것으로도 좋다'라는 콘셉트 하나에 응집시킬 수 있었습니다.   


품질 외에도, 가공되지 않은 디자인과 절제된 매장 분위기가 무인양품의 콘셉트를 극대화하는데 한 몫했다고 봅니다. 다들 무인양품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저는 무인양품 매장의 따뜻한 색감, 푹신한 소파, 지친 기분을 달래주는 아로마 가습기가 떠올라요. 무심하게 지나가는 직원들을 보아도 '이 가게가 지금 나에게 물건을 팔고 있구나'라는 느낌보다, 그냥 MUJI라는 집주인이 자신이 가꿔온 살림살이를 소개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개쯤은 결제당하고 나오는 나를 볼 수가 있 어쩌면 이것도 작가가 말하는 무인양품의 독특한 판매 방식에 포함될까요? 에가미 다카오는 무인양품이 상품이 아닌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판매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생활, 그리고 그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고객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채워주길 바라는 것이지요.             



콘셉트는 현재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행동 지시'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무인양품의 사례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정말 콘셉트가 다일까? 그렇다면 우리 회사도 지금 당장 강점을 만들어서 그걸 콘셉트로 내세워야 될까? 하고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회사를 이제 막 차릴 거라면 YES, 아니라면 둘 다 NO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사업 방향을 갈아엎어서 없는 콘셉트, 없던 강점을 쥐어 짜내 만들고자 한다면 결국 콘셉트와 상품평이 엇갈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케이스는 콘셉트를 안 만드느니만 못할 거예요. 그럼 콘셉트는 아예 손을 떼는 게 낫나요?라고 한다면, 이 또한 NO입니다. 아래 항목들을 통해 콘셉트 기획 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준비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1. 목표가 있는가?

브랜드 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작가는 콘셉트를 '미래에 대한 행동 지시'로 정의합니다. 그 사례로 포르쉐를 드는데요. 과거 포르쉐는 명품 스포츠카로 유명했으나 명성에 비해 고장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에 당시 CEO였던 벤델린 비데킹은 일본 도요타의 철저한 납품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포르쉐를 '고장 나지 않는 명품 스포츠카'로 만들기로 결심하지요. 그러나 고장 없는 제품이 과연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요? 사용 기간이 길수록 대체되기 쉽다는 이치를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벤델린이 원하는 바는 문자 그대로의 고장률 0%가 아니었을 겁니다. 이를 목표로 과거의 문제를 개선하자는 의지를 바깥에 알린 것이지요. 여기서 작가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 이럴 때 포르쉐 직원은 회사에서 무엇을 하면 될까? 간단하다. 

포르쉐가 고장 나지 않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면 안 될까? 이 또한 간단하다.

자동차가 고장 나지 않도록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즉, 벤델린은 리더로서 '고장 나지 않는 명품 스포츠카'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제시한 것뿐입니다. 회사는 향후 집중해야 할 분야가 확고해졌을 뿐이고, 직원들은 이에 따라 단결되는 힘이 강해졌을 뿐입니다. 여기서 발생한 노고의 흔적들이 비로소 상품으로써 실현되면서, 벤델린의 목표가 포르쉐를 상징하는 하나의 콘셉트가 된 셈이죠. 이처럼, 콘셉트는 현재 우리가 가진 강점 그 이상으로 미래지향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작가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2.  본질을 추구하는가?

회사의 목표가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상품의 가치를 돌아볼 단계입니다. 고객이 실제로 눈여겨보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작가 에가미 다카오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조르지오 알마니'의 서로 다른 본질 비교를 통해, 본질의 유무가 상품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본질이란,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이 근본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재정의한 것입니다.  


작가는 유니클로가 옷을 '패션을 위한 부품'으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마치 낱개의 레고를 하나의 집으로 만들듯이, 여러 개의 아이템이 조합되어야 비로소 패션이 완성된다는 발상이지요. 이에 걸맞게 유니클로는 기본에 충실한 상하의 아이템을 매 시즌 론칭하고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은 다른 말로 바꾸어보면 누가 입어도 무난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성별, 종교, 인종과 같은 문화적 조건, 신체적 조건 따위 초월할 수 있는 마법의 콘셉트이죠. 유니클로의 'Lifewear=普段着(후단기; 보통 옷)'라고 하는 브랜드 콘셉트는 바로 여기서 탄생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알마니는 어떨까요?  

사진 2. 유니클로 공식 판매 사이트 인용 사진
사진 3. 조르지오 알마니 공식 LOOKBOOK 인용 사진

작가의 말에 따르면, 조르지오 알마니가 창작하는 옷의 본질은 그들의 미의식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미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지요. 지금 공식 사이트를 확인해보면 사실 알마니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간 탓에 브랜드 메시지가 살짝 본질과는 동떨어진 감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 와중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눈에 띕니다. 


'a way of being and presenting oneself, certainly incorporating clothing and accessories, but also including gestures, ways, behaviours and attitudes;

- 옷과 액세서리뿐 아니라, 제스처, 방법, 행동 그리고 태도를 통해 나 자신을 확립하고 드러내는 방식'


저는 바로 이 부분이 작가가 책에서 마저 설명치 못한 알마니의 미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3을 보아도, 고급진 원단과 디테일한 핏이 유니클로의 정사이즈 T셔츠와 확연히 대비되죠. 즉 알마니가 생각하는 옷의 본질은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이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가공하는 일이 그들의 미의식이자 콘셉트입니다. 따라서 만약 상품 기획 단계에서 헤매고 있다면 내 상품이 본질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닌 물건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앞서 말한 1단계를 포함하여, 이 두 가지 준비물이 모두 완벽히 구비되었다면 가격과 타협하지 않고 내 상품을 자신 있게 알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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