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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도 bando Jun 03. 2022

책 소개 | 만약에 가난한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예술은 사실 가난하지 않다

문득 그런 생각 들지 않나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완전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 혹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언젠가는 끊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종종 커리어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현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법한 고민이지요.


20대 사회 초년생의 신분으로 신사업 임무를 맡게 되었을 때, 저 역시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있었습니다. 텅 빈 사수의 자리, 부족한 인사이트, 희박한 확률을 논하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비평은 신사업처럼 장거리 달리기를 해야 하는 사람에겐 너무나 크나큰 방해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제보다 더 나은 방법들을 찾기 위해 서점에 들렀어요.


경영 자기 계발 코너에 멈춰서, 세일즈에 관련된 온갖 책을 눈으로 훑어내리다가 딱 옆에 있던 책에 시선이 머물렀지요.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 너무나도 자극적인 제목입니다. 오른쪽엔 세일즈 책이, 왼쪽엔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예술 책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짧은 고민 끝에 저는 왼쪽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내가 예술가가 됐건 과학자가 됐건, 절대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싶었거든요.   


오늘은 '제프 고인스 -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를 리뷰해보겠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94747859

#BGM: 리플레이(LEEPLAY)님의 Cigarettes After Sxx 플레이리스트

https://youtu.be/BpwDFKFkpOY

 


부모 세대가 예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거부한다

'밥 빌어먹기 딱 좋은 직업'

'본업으로는 별로인 직업'


...


'너 그러다 딱 굶어 죽는다!'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을 다시금 꾸면 이런 이야기들 많이 듣지 않나요? 우리는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세대를 거쳐 '예술=가난'이라는 공식을 대물림받아왔습니다. 이 책의 저자 제프 고인스는 그 공식이 미신이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예술가를 고달픈 인생으로 묘사해온 과거의 창작물들과 역사적 배경이 이러한 미신을 만들어냈다고 말하지요. 돈이 없고 영혼이 힘들 때만 영감이 떠오르는 아티스트를 보면 아예 근거 없는 공식인 건 아닙니다. 다만 제프는 사람들이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보기를 원합니다. '예술가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역대 예술인의 반전 인생을 알려주는데요. 그의 이름은 미켈란젤로입니다.

사진 1. 미켈란젤로 초상화

보통 아티스트라고 하면 자신의 재능을 그 어떤 세속적인 것과 타협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유독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10대의 미켈란젤로는 피렌체의 거장 도메니코 기를란다요를 찾아가 돈을 받고 일하게 해 달라는 대담한 부탁을 했습니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 때 예술가는 지금의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하대 받는 직업이었을 뿐 아니라, 예술계 거장에게 돈을 내고 수련을 받았으면 받았지 거꾸로 돈을 내놓으라는 선언은 감히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기를란다요는 그에게 그림을 가르쳤고, 미켈란젤로는 그림 외에도 기를란다요를 위한 잡무를 뭐든 도맡았습니다. 그 결과, 미켈란젤로는 그의 스승의 작품에 누구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훗날 천지창조,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를 그린 매우 유망한 예술가로 탄생할 수 있었지요. 만약 미켈란젤로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돈을 악한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 본인의 스승을 찾는 대담함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기억될 수 있었을까요? 여기서 제프 고인스는 예술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합니다.



예술로 먹고살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

제프는 예술이 아주 어려운 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아래와 같이 행동할 자신이 있다면 그 일을 도전해보라고 말합니다.



1. 모방해라

2. 후원자를 찾아라

3. 본업을 활용하라

4. 협력해라

5. 공개적으로 해라

6. 공짜로 일하지 마라

7. 간직해라, 함부로 팔지 마라

8. 다양해져라

9. 돈은 예술을 위한 수단이다. 예술을 위해 돈을 벌어라



제프는 이 9가지 행동 수칙을 통해 예술을 수익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데요. 축약하자면 예술가라는 이름에 갇혀서 궁상떨지 말고 갓생 살아라는 뜻입니다. 어휘력.. 여ㅌ 위 조건 중에서 저는 특히 6번과 7번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앞에서 이 책을 어쩌다가 사게 됐는지 설명했던가요? 처음엔 그저 제목에 이끌려 본업과 별 상관없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제가 일적으로 배워야 했던 내용은 상통했고, 그 결과 실제 업무를 할 때에도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아군인 듯 다가오는 후발 주자로부터 제 브랜드를 지키려고 노력했지요.


이 노력이 왜 필요할까요? 동 블로그의 '신신 노트' 콘텐츠 1편(아래 URL 참고)에서도 다뤘다시피 신사업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힘든 영역입니다. 임원이 나서서 프로젝트를 이끈다 한들 장기적 손실을 수년간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개중에는 지친 나머지 회사의 자산(지분, 브랜드 등)을 비싼 값에 매각하거나, 고객에게 혜택을 무차별적으로 나눠주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막상 회사가 말도 안 되게 성장하고 나면 당시 받은 돈은 헐값일 텐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에 현혹되지 않도록 내가 속하고 행하는 모든 일은 가능한 간직 하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마인드셋을 갖게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4a5bcd71da36487/7


그런데 여기서 새롭게 안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예술과 신사업이 둘 다 창의를 요한다는 사실이요. 그리고 하나 더, 빠른 보상이 오기 어려운 시스템에 놓여있다는 사실도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남들보다 눈에 띄려면 훨씬 섬세하고, 혁신적인 마스터피스를 내놓아야 합니다. 마치 르네상스 예술 시장에서 화가 겸 건축가라는 독보적인 커리어 행보를 보인 미켈란젤로처럼 말입니다. 잘 기획된 상품은 오랜 관찰에서 비롯하고, 관찰의 시간은 영겁처럼 외롭습니다. 그래서 예술과 사업은 아무나 하지 말라는 소리가 나오지요.


그렇지만 함께 문제를 관찰하고 고민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보상의 시간은 더 빠르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직장에서건, 제3의 장소에서건 나의 의견에 반박하거나 살을 보태주는 사람이 있어야 프로젝트에 추진력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일이 슬슬 재미없어진다', '커리어를 바꿀까' 등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는 것도 어쩌면 제프가 말한 9가지 수칙 중 몇 가지가 결핍되어 생기는 현상 아닐까요? 다들 오늘 자기 전에 한 번 체크해봅시다.


저는 우선 조언을 구할 멘토가 없다는 것, 혼자 일해야 한다는 것, 벤치마킹할 선두주자가 없다는 것, 아차 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팔릴 환경에 있다는 사실이 가끔 무력감을 일으킵니다. 그때마다 '굶어 죽지 않도록' 책을 통해 멘토 분들을 만나 조언을 빌리고 있습니다. 제프 조인스가 말했던 2번, '후원자를 찾아라'는 어디까지나 후원자를 찾기만 하면 되지, 그 후원자가 꼭 누구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니까요. 그런 저에게도 장점 하나는 있습니다. 바로 저 스스로가 제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제프는 이 책에서 우리를 전 NASA 우주비행사 출신 화가 앨런 빈 앞으로 데려다줍니다. 앨런은 예술을 사랑하고 사명감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그림 실력이 타 화가들과 맞먹을 정도로 특출 난 건 아니지만, 그 스스로가 우주에서 직접 보고 겪은 아름다움을 반드시 이 땅에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앨런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쓰는 Tool에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 2를 봐주세요.

사진 2. A New Frontier (새로운 국경) by 앨런 빈

종이판 위로 무수히 찍힌 투박한 발자국이 보이는지요. 바로 우주인의 발자취입니다. 그는 제프 조인스가 제안한 9가지 행동 수칙 중 '3. 본업을 활용하라'를 실천했습니다.



"전 다른 예술가가 항상 사용하는 똑같은 재료를 썼어요. 붓과 손가락 끝, 팔레트 나이프


...


어느 날 저는 '왜 내가 이런 땅의 기법을 사용하는 거지? 나에겐 달에서 쓰던 망치가 있는데. 또 달의 표면을 뚫던 해머 드릴이 있는데. 여기에 훈련용 방한 부츠도 있잖아. 나는 내 방한 부츠와 망치와 해머 드릴을 사용해서 질감을 표현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기법은 시장에서 먹혔습니다. 앨런 빈은 그를 제외한 이 지구 상 어떤 누구도 갖고 있지 않는 툴을 썼으니,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작품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오랜 시간 서투른 그림 실력으로 고군분투하던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대박 난 사건이 아닐까요.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아무리 어렵고 작아 보이는 일도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언젠가 성공으로 귀결된다는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예술을 좋아하시나요? 예술을 위해 굶어 죽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도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본래 얻고자 했던 실무적인 지식은 얻지 못했지만 다시 달리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 준, 그보다 큰 교훈을 얻고 가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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