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자립적인 사업을 하려면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할까요? 이전 글에서는 추진력을 늦추는 조직의 구조와 전문가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들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한 사람의 힘으로 개선하는 일이 어렵지만, 전문가가 부재하는 점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전문가를 데려오거나, 데려올 수 없다면 내가 바로 전문가의 경지에 다다르면 되지요. 오늘은 이 부분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전 아직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변 환경이 마땅치 않다면 나 혼자라도 한계를 이겨내고 리부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내 일을 남에게 맡기면서 좌절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시행착오를 통해 목표에 다다르는 것이 현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과정을 아래 '3. 현황'에서 일기 형식으로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일기 형식인 관계로 '-다'체를 쓰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제1장. 해외 대기업과 컨택하게 되다
온라인 입점은 포기했다. 기획 지시를 준 사람도 왜 결과물을 들고 오지 않는지 물어보는 일 없이 허무하게 끝났다. 신규 영업도 예전과 같이 나 혼자서 영업처별 메일을 쓰고 제안서를 만드는 식으로 실행했다. 하루에 보낼 수 있는 메일이 많게는 3 통이었다. 목표 수치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돌아오는 성과는 없었다. 온라인 홍보, 대행사 활용,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효율적인 수단은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가장 원초적인 방법으로 고객을 찾았다. 하루는 '대기업과 일해야 그나마 인지도가 올라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게 전사의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날 바로 대기업에 컨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실 무서웠다. 세일즈 사원 1명이 만나달라고 해서 만나줄 깜냥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까이면 까이는 거지 뭐. 안 해보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전화를 돌렸다. 기억상 3군데 정도의 대기업에 전화를 돌렸는데, 그중 단 1곳만이 매달리고 매달려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날이었다.
제2장. 중요한 것은 끊기지 않는 연락
대기업 담당자와 접촉하게 된 건 앞으로 겪을 시행착오 중 하나에 불과했다. 담당자와 몇 번의 연락을 나눈 결과, 내가 속한 회사는 인지도가 없었고, 담당자가 느끼기에 이 회사와 담당자의 회사 간 비즈니스 접점이 불분명했으며, 그 담당자 또한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만한 권한자가 아니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연락이 끊겼고, 나중에 보니 차단 리스트로 빠지게 되었다.
그 후로 눈을 낮춰 중소기업 몇 군데를 중심으로 영업을 했으나 별 소득은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무역 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기관에서 주최하는 무역 행사 홍보 연락이었는데, 우리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본 것이다.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는 일이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두들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정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어도 좋으니 행사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제대로 된 첫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고, 거기서 우리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중견 기업 2곳과 만나게 되었다. 남은 건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최대한 그들과 연락을 이어가는 내 의지에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쉽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그들은 우리 제품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당시 나와 연락하고 있던 많은 기업들이 흥정을 요청했다. 흥정에 응하기에는 사내 의사결정권자의 의견이 부정적이었다. 중간에서 최대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고객들이 답장하는 빈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타깃을 재설정했다. 재설정 이후의 잠재 고객은 동종업계 사람들이 아닌 2차, 3차적으로 연관성을 가진 업계 사람들로까지 확장되었다.
제3장. 첫 번째 거래를 성사시키다
타깃을 재설정하여 영업을 지속해 오던 중, 중간상 역할을 하는 신규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에 한국 출장을 가게 되니 그 김에 함께 보자는 연락이었다. 처음부터 F2F 미팅을 요청하는 고객은 흔치 않은지라 바로 보고를 올려 날짜를 확정했다. F2F 미팅이 순탄했는지 고객은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 구매 의사를 밝혔다. 정식 거래는 아니었지만,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영업을 한 끝에 마침내 첫 번째 거래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동안 꺼져가는 불씨처럼 희미해졌던 의욕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현황은 약 1년 간 제가 실제로 수행해 온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일기입니다. 성과나 보상이 불분명한 걸 알면서도,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일이 마켓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느껴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수행해 왔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보상이 없을 거란 것도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성과가 있습니다. 그 성과는 1)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고객이 많아졌다는 것과, 2) 그중 어떤 고객은 친절하게 신사업의 방향성을 조언해 주었으며, 3) 실제로 1곳 이상의 고객을 발굴하게 되었다는 것, 4) 어떤 장소에 가서 어떻게 접근해야 고객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반성점으로는 환경을 극복하는 일에 있습니다. 첫 번째 거래를 발생시키기 전 저는 약 3개월 간의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정확한 가이드의 부재와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몸소 느낀 그 기간 동안은 세일즈 업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계속 느리게 움직이는 스스로를 보며 '어쩌면 환경은 핑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속한 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건 전문가의 관점에선 너무나 감정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은 23년은 채찍질을 더 해보려 합니다. 진정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준비한 10 중 9를 부정당하는 환경에 놓여있더라도 묵묵히 걸어가 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그렇다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신사업을 활성화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지 계획해 볼까요. 누군가 제게 목표는 큰 것부터 작은 것으로 내려가는 것이라고 알려줬습니다. 늘 갖고 있던 가장 큰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현재 회사일수도 있고 미래의 회사일 수도 있는) 제가 속한 회사 이름이 마켓에서 명성을 떨치는 일입니다.
회사가 유명해지려면 테슬라처럼 CEO가 유명해지거나, 삼성이나 애플처럼 제품 자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큰 매력을 가질 수 있어야겠지요. 그런데 '우리 회사 제품은 시장성이 없거나 타사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없어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고객이 그 제품을 사가야만 하는 이유 (소구점)를 꼭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품 수요가 생길만한 고객층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 조사를 반드시 꼼꼼히 해서 세그먼트를 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시장조사는 남이 반대해도 혼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23년도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성실함과 끈기가 되겠습니다.
성실함과 끈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무언갈 습관화하는 일입니다. 60일이면 습관 하나를 만들 수 있다고 하지요. 업무적으로 습관화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매일 아침 마켓 관련 기사를 1개씩 읽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기사를 바탕으로 주 1회 이상 잠재 기업을 조사하는 일입니다. 잠재 기업 리스트를 하나 만들어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각 회사 사이트로 들어가서 기업 분석을 하면 현재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과제가 뭔지, 비즈니스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내야 좋을지 알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나면 세 번째로 비즈니스 접점이 발생한 기업에 직접 제안 연락을 해야 합니다. 처음엔 반응이 시큰둥하더라도 아까 말한 소구점을 잘 활용하거나, 정기적으로 회사를 알릴 수 있는 레터를 혼자서라도 만들어 흥미를 이끌어 내는 일이 중요하겠습니다.
이 모두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오겠네요.
1. 대목표 : 유명한 회사를 만든 성공경험 가지기
2. 중간 목표: 유명한 제품 1가지 만들기
3. 단기 목표: 아래 데일리 업무 60일 동안 실천
- 매일 아침 마켓 관련 기사 읽기
- 주 1회 잠재 기업 리스트
- 주 1회 기업별 조사 & 제안
- 정기 뉴스 레터 작성 및 개선
마의 60일 동안은 위 계획을 실행에 옮겨보고, 60일 후에는 다시 반성점을 분석하면서 데일리 업무를 하나씩 수정해 보면 어떨까요. 슬럼프에 빠져있을 땐 다 놓아버리기보다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쪽이 더 생산적이니까요. 특히 사수 없이 일하는 분들이라면 위와 같은 3단계 목표 설정을 통해 방향성을 잡아보길 바랍니다. 다른 분들의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1주년을 응원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