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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Oct 15. 2023

죄와 벌

단편소설


  불행스럽게도 K의 꿈에 또 한 번 그 친구가 나왔다. 친구는 죽일 듯 날카롭게 K를 쬐어봤다. 자신을 죽여버리겠다는 결의에 찬 증오가 전해지는 순간, K는 꼼짝 않고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인가. 잠에서 깬 K는 땀에 젖은 셔츠를 뒤로한 채, 어디 쫓기는 사람처럼 헉헉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꿈이구나, 또 한 번 비슷한 꿈을 꿨구나. 체념하고는 맥없이 내뱉었다. K는 은밀하게 삶을 통어하는 무의식의 세계, 그 한가운데 여전히 친구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좌절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 운명의 쇠사슬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막연한 생각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금의 비극적 상황을 초래한 근원적 사건, 가해의 기억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곧, 눈앞에는 표독스러운 적대의 잔영이 먹구름처럼 드리웠고, K는 조금의 요령도 피우지 못한 채 또 한 번 자신에게 내려진 응당한 신의 체벌을 느껴야만 했다. 고통의 무한한 주기, 그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의 무간지옥 죄수, 그게 바로 K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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