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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Sep 25. 2024

조직의 쓴맛

연재소설 : 러브코딩 3화 - 조직의 쓴맛

중만은 단말기 모니터를 초조하게 바라보며 키보드를 무의미하게 두드린다.

민수의 책상에 있는 전화가 울린다.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민수, 머뭇거리다가 수화기를 든다.


“예, 정보시스템실 이민수입니다.”

민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간다.

“아, 그거요?”

민수는 중만을 힐끗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다시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예 10분 후에 될 것 같습니다... 예, 조금 있으면 됩니다... 예.”

민수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중만이 웃으면서 말한다.

“민수 씨 구라 잘 치는데?”

민수가 변명하듯 말한다.

“10시 반부터 된다고 하셔서...”

민수의 대답에 중만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웃는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중만이 갑자기 전화를 건다.

“네, 신계약팀 김중만입니다. 파일 구성 작업이 완료되었네요, PNBS 온라인 좀 열어 주시겠어요?”

중만은 모니터를 주시하며 말을 이어간다.

“예 방금 작업이 끝난 NCOOST 파일도 오픈해 주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마친 중만이 일섭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보고한다.

“대리님, 작업 다 마쳤고요, 온라인 오픈 부탁했습니다.”

“아, 그래?”

일섭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서 과장 자리로 간다.


이제서야 전산 사고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중만, 피곤한 듯 깍지 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뒤로 젖힌다.

그리고 의자에 편하게 기댄 채 조용히 읊조린다.

“오케이, 오케이…”

홀가분해진 중만은 민수를 흘끗 쳐다보며 싱긋이 웃는다.

민수도 중만을 따라 어색하게 웃는다.


윤승철 대리가 신계약팀 옆을 지나가다가 사복을 입은 중만을 쳐다본다.

“어제 야간작업 뻑 났어? 사복 입고 출근했네?”

중만은 여전히 머리 뒤로 깍지를 낀 채 건성으로 대답한다

“예.”

“무슨 에러?”

“데이터 에러요,”

중만은 승철과의 대화를 피하려는 듯 하품을 한다.

승철은 민수에게 눈길을 돌리며 묻는다.

“새로 온 조수야? 이제 야간에 도는 일일마감 작업은 조수에게 넘기면 되겠네.”

중만은 대답 대신 머리 뒤로 깍지를 낀 채 민수 쪽을 보며 웃는다.

민수가 벌떡 일어나 승철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이민수입니다.”

승철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민다.

“윤승철입니다.” 

승철은 돌아서며 중만을 향해 말한다.

“수고!”

“예. 가세요.”

무성의하게 대꾸하는 중만은 승철이 가는 뒷모습을 힐끗 쳐다본 후 혼잣말을 지껄인다.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구만.”

“누구인데요?”

“응, 시스템2과 영업인사팀 윤승철대리라고...”


서과장에게 보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일섭이 회의를 소집한다.

“신입사원도 오고 했으니 회의실에서 회의 좀 할까?”

신계약팀 팀원들이 일어나서 회의실로 향한다.



회의실, 중만이 일섭에게 묻는다.

“보고는 잘하셨어요?”

“응, 보고했어, 오늘 아침에 마감작업 복구하느라 수고 많았어.”

“과장님께서 다른 말은 없었고요?”

“뭐,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지. 다음에는 신상품 반영할 때는 테스트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아.”

“요즘 들어 에러가 자주 나네요. 인원도 없는데 신상품은 쏟아지니까 대처하기가 힘들어요.”

중만이 은근히 불만을 드러내자 일섭은 신입사원 카드를 내민다.

“그래도 신입사원이 왔으니 업무 로드가 차차 풀릴 것이고... 이민수씨가 중만씨 업무를 분담해서 할 수 있도록 OJT를 빨리하도록 해.”

중만이 민수에게 묻는다.

“대학 때 전산 전공했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산을 지원했어?”

“입사할 때 적성검사에서 응용 소프트웨어 직군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전산 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전산학과를 나오지 않은 것이 괜히 미안한 현수.

현수의 마음을 읽었는지 일섭이 나선다.

“뭐 전산 인력을 그렇게 뽑으니까... 여기 전산 전공인 사람 별로 없어. 프로그램 코딩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해?”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오전 교육이지?”

“예. 9시 반부터 12시까지입니다.”

“그러면 오후에 틈틈이 업무 OJT를 하도록 하지, 중만씨가 일일마감 작업을 맡아서 설명하고 신규씨가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 가르쳐 주도록 하자고.”

신입사원에게 일일마감 작업을 맡기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 중만이 우려를 나타낸다.

“신입사원이니까 아무래도 데이터 리포팅 작업을 하면서 업무를 익혀야 하지 않을까요? 일일마감작업을 맡기에는 짬밥이 모자랄 것 같은데요.”

일섭이 싱긋이 웃으며 중만을 간단히 제압한다.

“내 말은 일일마감작업 결과 체크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뜻이야.”

“아, 내일부터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중만은 민수를 바라보며 씩 웃는다.


신규가 나서며 묻는다.

“저는 무엇을 하면 되는 거죠? 저는 OJT 해주는 것이 처음이라서...”

“우선 캐비닛이 있는 각종 매뉴얼을 알려주도록 해.”

중만은 웃으면서 신규에게 말을 이어간다.

“커피 동전통 들고 다니느라 힘들었지? 그것도 민수씨에게 넘기고.”

“앗 싸~.”

신규는 팀 막내 전담 업무에서 벗어난 것에 환호한다.


“중만씨,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은 어때?”

일섭이 업무 쪽으로 회의 방향을 튼다. 전투가 시작된다.

“현업에서 의뢰한 예정이율 반영 작업 있잖아요, 개발 시스템에 반영된 것을 현업이 확인을 해줘야 하는데, 현업에서 이것에 대한 테스트 결과가 아직 안 왔습니다. 이번 달 15일까지 메인 시스템에 반영해야 되는데... 현업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전화해서 담당자를 계속 쪼아 붙여야지, 뭐 다른 방법이 있겠어?”

중만의 푸념에 일섭은 오히려 중만을 다그친다.

그래도 지지 않고 고개를 쳐드는 중만.

“시간이 촉박한데 이러다가 우리가 또 독박 쓰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시스템 반영보고서는? 준비됐어?”

일섭은 과감하게 한 수를 건너 띄며 중만을 잠재운다.

“예, 작성 다 했고, 결재만 받으면 됩니다.”


일섭이 신규쪽으로 총구를 돌린다.

“신규씨는?”

“이번에 현업에서 의뢰한 데이터 리포팅이 좀 그래요”

“뭐가 그렇다는 것이지?”

“지점별 신상품 해지 현황 리스트를 뽑아 달라고 하는데요.”

“뭐가 문제인데?”

부하직원을 조으는 듯 달래는 듯 아리까리하게 말하는 노련한 일섭.

그런 일섭에게 보고인 듯 대화인 듯 애매하게 대응하는 닳아빠진 신규.

둘은 그렇게 밀당이 이어간다.

“영업통계화면을 이용하면 볼 수 있는 자료인데 굳이 데이터 리포팅을 해 달라고 하네요.”

“담당자가 누구야?”

“정기창입니다.”

“이제 고과철이 다가오니 자기 실적 챙기려고 수를 쓰는구만... 신규씨가  알아서 결정해... 이런 일에 내가 나서기는 좀 그래.”

치고 빠지는 일섭, 역시 짬밥 많이 먹은 티가 난다.

그러나 약은 신규는 회심의 카드를 내민다.

“위에서 치고 들어오면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일섭은 능구렁이 담 넘듯 어물쩍 넘어간다.


한바탕 전투를 치른 회의,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중만이 민수에게 묻는다.

“민수씨는 타자 잘 쳐?”

“아직 쳐 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단말기 안 쓸 때 키보드 타자 연습도 좀 하고 그래. 그래야 일일마감작업 결과를 체크할 수 있지.”

이렇게나 친절한 중만에게 정성껏 대답하는 민수.

“예.”

일섭이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듯 옛날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민수 씨는 참 좋을 때 회사 들어왔어. 예전에는 코딩시트에 프로그램 코드를 적어서 프로그램 짰는데, 요즘은 단말기에 직접 프로그램을 코딩하잖아.”

중만도 만만치 않다는 듯 꼽사리 낀다.

“세월 참 좋아졌죠, 단말기를 2인 1조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작년 초까지만 해도 단말기 한 대로 네 명이 썼었는데.”

일섭이 회의를 마무리한다.

“이만 마치지, 민수씨는 나가서 나하고 인사하러 다니자고.”

“예.”

무척이나 알차고 평화로왔던 회의가 마무리된다.



회의실에서 돌아와 양복 상의를 입는 민수, 일섭과 함께 서과장 자리로 간다.

“과장님, 이번에 새로 온 신입사원입니다.”

일섭의 소개에 옆에 있는 민수가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이민수입니다.”

서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민다.

“반갑습니다. 보험회사 전산실 팀들 중에서 신계약팀에 온 것이 대단한 행운인 거 알죠? 잘해 봅시다.”

민수는 서과장과 악수하며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서과장이 옆에 서있는 일섭을 보며 말한다.

“언제 신계약팀 식사나 한번 합시다.”

“예, 그럼 가보겠습니다.”

“예, 수고!”

존댓말과 반말을 적절히 섞어서 말하는 서과장.

민수는 서과장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짐작해 본다.



일섭은 민수를 데리고 계약관리팀 자리로 가며 말한다.

“여기는 계약관리팀이야.”

일섭이 계약관리팀 사원들을 향해 말한다.

“우리 팀에 새로 온 사원입니다. 이민수씨라고.”

“안녕하십니까, 이민수입니다.”

민수가 허리 숙여 인사한 후 팀원들과 돌아가며 악수한다.


일섭은 민수를 데리고 옆 팀으로 자리로 옮긴다.

“여기는 입금팀.”

일섭이 임금팀 사원을 향해 말한다.

“우리 팀 신입사원, 이민수씨.”

“안녕하십니까, 이민수입니다.”

민수는 팀원들과 돌아가며 악수한다.

그리고 회사 유니폼을 입은 여사원에게 손을 내민 민수.

소라는 민수가 내민 손을 무시하고 목례로 인사한다.

“정소라예요.”

예상치 못한 소라의 도발에 당황하는 민수, 내밀었던 손을 쑥스럽게 걷어 들이며 인사한다.

“이민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가 잘 부탁드려야죠.”

현수의 인사를 곱게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소라의 인사.

민수는 헷갈린다.

여우 같은 소라는 그런 민수를 장난스럽게 쳐다본다.

소라의 당돌한 눈빛에 당황하며 시선을 돌리는 민수. 


민수는 일섭을 따라 팀들을 옮겨 다니며 인사한 후 신계약팀으로 돌아온다.

마침 사무실에 점심시간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입사원도 오고 했는데, 오늘 점심은 바깥으로 나가서 먹을까?”

일섭의 제안에 아침을 못 먹은 중만이 적극적으로 말한다.

“요 앞 부대찌개 집이 어떨까요?”

“좋지.”


신계약 팀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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