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2화 - 험난한 신고식
신계약팀은 사무실 출입구 바로 앞에 있다.
네 개의 책상이 모서리를 따닥따닥 맞붙여 사각형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일섭과 신규 자리 사이에 단말기 테이블이 놓여있다.
그리고 일섭과 마주 보고 앉은 중만의 자리 쪽도 마찬가지 구조로 되어있다.
중만 자리, 그 옆에 단말기 테이블, 또 그 옆에 빈자리.
그 주위에 5개 팀이 더 있으며 모두가 이러한 형태로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다.
일섭은 프로그램이 인쇄된 전산 장표 리스트를 보며 빨간색 볼펜으로 프로그램을 체크하고 있다.
일섭 자리 옆의 단말기 테이블에 앉아있는 신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일마감일지에 숫자를 적고 있다.
맞은편 단말기 테이블에 앉아있는 중만,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바쁘게 키보드를 친다. ‘두두두두 탁탁탁’.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중만은 청바지에 검붉은 티셔츠 차림을 하고 있다.
새벽에 오퍼레이터의 호출을 받고 사복 차림으로 기계실로 나왔던 중만, 그곳에서 오류를 해결하지 못해 사무실로 곧장 출근했다.
중만은 모니터로 프로그램을 샅샅이 흩고 있다.
그러나 에러 원인을 찾지 못해 초조하다.
더군다나 일섭까지 나서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으니 중만은 미안한 마음에 미칠 지경이다.
프로그램 이곳저곳을 손대다 보니 너덜너덜해진 프로그램을 보며 중만의 머릿속이 더 꼬여간다.
‘도대체 어디가 잘 못 된 것이야?’
중만은 얼마 전에 새로 삽입한 ‘연급지급방법’ 로직을 다시 추적한다.
분명 컴퓨터는 에러의 원인을 알고 있다.
그러니 에러 코드를 뱉어 낸 것이고...
컴퓨터는 연급지급방법 에러의 비밀을 숨긴 채 중만을 비웃고 있다.
‘연급지급방법’ 로직과 치열하게 대결하는 중만, 답답함에 사무실 벽시계를 슬쩍 본다.
기획팀 직원이 신입사원들을 몰고 신계약팀 일섭 자리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던 일섭이 고개를 들며 기획팀 직원을 쳐다본다.
모니터를 심각하게 보고 있던 중만은 신입사원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모니터로 눈길을 돌린다.
기획팀 직원이 민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이번에 신계약팀 신입사원으로 배정된 이민수 씨입니다.”
소개받는 민수는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중만을 제외한 주위의 직원들이 일제히 기획팀 직원과 신입사원들을 바라본다.
일섭은 민수를 보며 누구인지 알겠다는 듯 싱긋이 웃으며 말한다.
“이 사람이야? 조금 전에 출근하는 것 봤어.”
일섭의 말에 쩔쩔매는 표정의 민수.
안 그래도 지각 때문에 쪼이고 있는데 일섭이 그것을 다시 말한다.
일섭이 일어서서 민수를 향해 손을 내민다.
“안일섭입니다.”
민수는 주눅이 든 자세로 손을 내밀어 일섭과 악수한다.
“대리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섭이 자리에 앉으며 기획팀 직원에게 말하다.
“응, 수고해.”
기획팀 직원은 신입사원들을 데리고 사무실 통로를 따라 이동한다.
민수를 떨구어내고 가는 그들을 야속한 눈길로 바라보는 민수.
일섭은 중만 옆에 비어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민수에게 말한다.
“저기가... 아,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이민수입니다.”
“아, 그래, 이민수 씨, 저기가 이민수 씨 자리야.”
그러면서 신규를 향해 말한다.
“지금 좀 급해서 그러는데 신규 씨가 신입사원 좀 챙겨 줘.”
일섭은 다시 프로그램이 인쇄된 리스트를 넘기며 일에 열중한다.
신규가 민수 자리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유신규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민수입니다.”
민수는 신규가 내민 손을 잡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신규는 단말기 테이블로 다시 돌아가서 앉으며 민수에게 급박한 상황임을 알리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중만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치고 있다.
잘 못 온듯한 느낌이 드는 민수, 불안함이 엄습한다.
민수는 자리에 뻘쭘하게 앉아서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사무실의 모니터에 집중하며 키보드를 치는 직원, 모니터를 함께 보며 옆 사람과 심각하게 대화하고 있는 직원,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며 볼펜으로 표시하는 직원 등의 모습을 쳐다본다.
민수는 사무실 풍경을 둘러보다가 맞은편 건너의 소라와 눈이 마주친다. 민수는 당황해서 엉거주춤하게 일어나려다가 다시 앉아서 소라에게 목례를 한다.
소라는 민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민수를 쳐다본다.
얼떨떨한 표정의 민수는 소라의 눈길을 피한다.
중만은 단말기 모니터를 골똘히 바라본다. 초조한 듯 검지와 약손가락으로 키보드의 왼쪽과 오른쪽 이동 표시 자판에 교대로 누른다. '툭탁툭탁' 키보드 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 화면의 커서가 왼쪽 오른쪽으로 반복적으로 계속 움직인다.
민수는 중만이 치는 키보드 소리에 고개를 돌려 모니터 화면을 멀찌감치 바라본다.
중만은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가 민수의 눈길을 느낀다.
“이름이...?”
“이민수입니다.”
“아, 그래요, 이민수 씨, 내가 지금 바빠서 그러는데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중만은 다시 키보드를 치며 모니터 화면에 집중한다.
신규 책상에 있는 전화기의 벨이 울린다.
“정보시스템실 신계약팀 유신규입니다.”
수화기에 대고 말하고 있는 신규, 계속 그렇게 말을 이어간다.
“아 PNBS온라인요? 30분 후에 열립니다.”
“예, 어제 신계약 건이 많이 들어와서 아직 데이터 구성 중이기 때문에요.”
“네, 네, 수고하세요.”
신규는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심드렁하게 혼잣말을 한다.
“여기 영업소 사원 성질 되게 급하네.”
그리고는 팀원들이 들으라는 듯이 말한다.
“오늘이 월 마감 날이라 영업소에서 전화가 많이 올 것 같아요.”
신규 말이 거슬리지만 중만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프로그램 로직에서 오류를 끝내 찾을 수 없는 중만, 혹시나 해서 데이터를 체크한다.
모니터에 뜬 데이터 항목을 보던 중만.
“어?”
코드로 지정되지 않은 데이터 값 ‘3’이 들어와 있다.
드디어 범인을 잡은 중만,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놈이었어?’
중만은 연금지급방법 코드 ‘3’이라는 데이터를 예외처리하는 로직을 추가한다.
새벽부터 중만을 갖고 놀던 컴퓨터에게 복수하듯 힘차게 키보드를 친다.
‘두두두두, 타타타, 탁!’
민수는 바쁘게 일하는 팀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하게 앉아 있다.
일섭은 뒤편의 서 과장 있는 곳을 힐끗 본 후 말한다.
“중만 씨, 30분 내로 에러 잡을 수 있겠어?”
“에러는 방금 잡아서 프로그램은 수정했고요, 이제 파일 구성 작업만 돌리면 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그래? 에러 잡았어? 나도 찾고 있는데 안 보이던데...”
일섭은 프린트한 전산 장표를 덮으며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끗 쳐다본다.
“그러면 10시 반 정도면 온라인을 오픈할 수 있는 거야?”
중만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렇게 되도록 해야죠.”
중만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모니터를 보다가 다급하게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기계실이죠, 김중만이에요. 예. 예. 잘 지내시죠?”
수화기 너머 있는 오퍼레이터에게 중만의 부탁이 이어진다.
“온라인 파일 관련 작업을 방금 돌렸거든요. 좀 급해서 그러는데 이 작업 프라이어리티 (작업 할당 순위) 좀 올려 주실 수 있을까요?”
오퍼레이터의 자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중만.
“네, 고마워요, 작업 id는 PNBPSCRE 방금 들어간 JOB입니다.”
“네, 그렇죠.... 지금 온라인 안 된다고 전화가 오고 난리예요.”
중만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한다.
“네, 부탁드릴게요.”
중만은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은 후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의 특정키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며 작업 진행 상태를 체크한다.
“오케이, 오케이... 프라이오리티를 빵빵하게 올려줬구만.”
중만은 일섭을 바라보며 말한다.
“작업 들어갔어요, 한 5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일섭은 옆자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신규를 향해 말한다.
“PNBP 작업 좀 뛰워 봐.”
신규가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한다.
“예 여기 돌고 있습니다.”
일섭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초조한 듯 말한다.
“어, 작업이 들어갔네. 이번에는 작업이 제대로 돌아야 할 텐데...”
민수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의 벨이 울린다, 뻘쭘하게 앉아 있던 민수는 머뭇거리다가 수화기를 든다.
민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예, 정보시스템실 이민수입니다.”
민수는 수화기를 들고 한참을 듣다가 신규에게 묻는다.
“PNBS가 안 된다고 하는데요.”
“30분 후에 된다고 하세요.”
신규의 말에 민수가 수화기에 대고 말한다.
“그거 30분 후에 된답니다.”
민수는 상대방의 말을 듣다가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아, 예... 저 거기...”
민수는 중만의 눈치를 보며 어찌할 줄 모른다.
중만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듯 민수에게 말한다.
“마감 작업이 늦어져서 그렇다고 하세요.”
민수는 수화기를 든 채 중만을 보며 알겠다는 듯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감 작업이 좀 늦어져서 그런 겁니다... 아, 네... 네... 수고하세요.”
수화기를 내려놓는 민수를 보며 중만이 웃으며 말한다.
“이민수 씨 첫날 신고식이네, 잘했어요.”
중만이 신규에게 묻는다.
“아, 참, 신규 씨, 아침에 커피 마셨어?”
“아니요, 아직요.”
중만은 일섭에게 말한다.
“대리님, 커피 한 잔 하시죠.”
“그러지.”
100원짜리 동전을 담아놓은 명함통을 들고일어나는 신규가 현수에게 말한다.
“커피 한잔하러 가요.”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규를 따라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신계약 팀원들은 복도에 설치된 커피 자판기에 서 있다.
신규는 동전을 커피 자판기에 하나씩 집어넣는다.
“그래도 에러를 찾았으니 다행이야.”
한숨 돌렸다는 듯이 말하는 일섭에게 중만이 말한다.
“그거 찾느라 등에 식은땀이 다 났어요.”
일섭이 자판기 버튼을 누르며 중만에게 묻는다.
“그런데 아침 식사는 했어?”
“정신이 없어서 못 했어요.”
신규가 중만을 바라보며 묻는다.
“기계실에서 몇 시에 전화받았어요?”
“새벽 두 시 반에 전화받고 세 시 넘어서 기계실에 도착했어.”
“무엇 때문에 에러가 났나요?”
신규의 물음에 중만이 변명처럼 대답한다.
“데이터 에러, 이번에 연금지급방법과 관련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데이터가 들어와서 에러가 났어, 어휴... 찾는 데 한참 걸렸네.”
“아, 그놈의 데이터...”
“이민수 씨, 어제 술 마셨어요? 술 냄새나는데?”
커피 마시던 중만이 묻자 당황한 민수가 둘러댄다.
“예, 동기들하고 마셨습니다.”
“아, 그래서 지각했구먼.”
아침 조회시간에 들어오던 민수를 본 일섭이 지각 이유를 알겠다는 듯 말한다.
그러자 중만의 웃음이 터진다.
“지각했어요? 우리 팀 출근 첫날부터? 우하하... 초장부터 직장생활 꼬였네. 하하하.”
민수의 당황한 표정을 본 중만, 그제서야 민수와 아직 인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 참 아직까지 내 소개를 못했네, 아침에 난리를 치르다 보니. 김중만입니다.”
중만이 손을 내밀자 민수도 어떨 결에 어색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다.
중만은 옆에 있는 신규도 소개한다.
“이쪽은 유신규 씨, 이민수 씨보다 1년 일찍 왔지.”
“예...”
신규와 이미 통성명한 민수는 소개하는 중만의 성의에 어색하게나마 대답을 한다.
신규가 나서며 민수의 어색함을 덜어준다.
“조금 전에 인사했어요.”
일섭이 그런 신규에게 부탁한다.
“아침부터 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네. 우선은 신규 씨가 이민수 씨 좀 챙겨줘.”
“예, 영업소에서 전화가 많이 올 것 같은데 먼저 들어가 볼게요.”
신규가 커피를 든 채 사무실로 들어간다.
“중만 씨, 조수가 왔으니 이제 한숨 놓겠어.”
녹초가 된 중만을 위로하듯 일섭이 말한다.
“하하, 빨리 업무를 넘겨야지요.”
“이민수 씨가 이제 중만 씨 후임으로 일을 하게 될 거야.”
커피 마시는 자리에서 일을 지정받는 민수, 조금 당황스럽다.
“예...”
중만이 민수의 호구 조사를 한다.
“민수 씨는 집이 어디예요?”
“자양동입니다.”
“오, 자양동, 여의도에 있는 기계실까지 멀지 않네.”
민수가 앞으로 겪을 일을 걱정하며 말하는 중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민수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대답한다.
“버스로 한 시간 조금 더 걸립니다.”
직업적인 관점으로 고쳐서 말하는 중만.
“하하, 새벽에 택시로 15분이면 갈걸. 강변도로로.”
그러면서 일섭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참, 대리님, 신입사원 환영회는 언제 하지요?”
“오늘은 중만 씨가 피곤하니까, 내일 하지.”
“민수 씨 내일 저녁 시간되죠?”
민수는 이제 같은 팀원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대답한다.
“예.”
일행은 마시던 커피잔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