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쿵쿵따

다둥이네 이야기 제14화

by 여름

휴일 저녁, 현수가 책상에 앉아 노트북에서 나오는 원어민 음성을 따라 영어를 발성하고 있다.

“워크 코멘스드 어바웃 피프틴 먼스 어고우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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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방문이 열리고 현수가 공부하는 방으로 들어서는 혜진, 폴짝폴짝 뛰어와 현수 무릎 위에 서슴없이 올라앉는다. 마치 자기 자리인 양... 현수는 혜진의 당돌한 침입에 어이가 없어 웃으며 묻는다.

“혜진이는 아빠 좋아?”

“응.”

“그럼,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하는 약아빠진 혜진.

“둘 다 좋아.”

현수는 무릎에 앉은 깍쟁이 혜진의 양 볼을 양손으로 꼬집으며 말한다.

“노래 불러봐,”

“아기곰 부를까?”

“응, 불러줘.”

아기곰 첫 소절이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리는 혜진, ‘아기곰’ 동요를 모르는 현수가 대신 부르기 시작한다.

“한 마리 아기곰이 거미줄에 걸렸네...”

예전에 혜진에게서 배운 동요 음률에 ‘아기곰’ 단어를 덧붙여 동요를 부르는 현수, 자기가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 싶어 노래를 멈춘다.

현수가 부르는 동요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혜진이 말한다.

“도토리 부를까?”

엉터리 동요로 애매해진 분위기, 현수가 혜진의 제안에 얼른 호응한다.

“응, 불러줘.”

혜진이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기 시작한다.

“떼굴떼굴, 떼굴떼굴, 도토리가~.”

현수도 동요 중간에서 혜진을 따라 함께 부른다.

“..., 떼굴 떼굴 떼굴 떼굴.,,”

‘떼굴, 떼굴’만 반복하는 현수가 답답한 혜진, 노래를 멈추고 현수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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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굴, 떼굴’에 맞추어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접으며 설명하는 혜진.

“자, 따라 해 봐, 떼굴떼굴, 떼굴떼굴.”

그렇게 손가락을 접다 보니 혜진의 열 손가락이 다 접힌다.

“이렇게 ‘떼굴떼굴’을 열 번하는 거야.”

“여덟 번인데?”

현수의 지적을 무시하고 다시 노래 부르는 혜진, 유치원에서 배운 손동작 율동에 맞추어 낭랑한 목소리로 동요를 부른다.

“떼굴떼굴, 떼굴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골짝에서 왔지~.”

‘도토리’ 동요를 모르는 현수, 혜진이 부른 동요의 마지막 소절을 따로 부른다.

“산골짝에서 왔지~”

노래 부르는 혜진이 귀여워 혜진의 양볼을 꼬집는 현수, 이제 공부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며 말한다.

“동생들도 아빠방에 놀러 오라고 해.”

“알았어.”

혜진이 현수 무릎에서 내려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 나간다.

잠시 후 손에 수첩만 한 책자를 들고 현수방으로 들어오는 혜진.

“인주하고 한주는 지금 엄마랑 동화책 보고 있어.”

“그래?”

혜진이 현수의 무릎에 다시 올라앉으며 말한다.

“아빠, 쿵쿵따 게임해.”

“아, TV에서 나온 그거? 끝말잇기 하는 거 말이지?”

“응”

아직 끝말잇기할 정도의 어휘력을 갖추지 않은 혜진에게 현수가 궁금한 듯 묻는다.

“혜진이 쿵쿵따 게임 할 줄 알아?”

“응, 알아.”

혜진은 구멍가게에서 사 온 손바닥만 한 얇은 책자를 보며 조잘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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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냐 하면, 내가 가가멜 하면 아빠가 멜로디하고, 또 내가 디디알 하면 아빠는 알코올하고… 또 내가 올리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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