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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14. 2024

프로그래머의 하루

연재소설 : 러브 코딩 16화 - 프로그래머의 하루

민수는 자기 자리에 앉아 메모지를 보며 전산 용지 한쪽에 코드를 적고 있다.

사무실에 들어선 현업사원 기창과 혜영이 일섭 자리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전산 용지에 적어놓은 내용을 검토하던 민수가 뭔가 싶어 고개를 들다가 혜영과 눈이 마주친다.

민수와 혜영은 부끄러운 듯 이내 서로의 눈길을 피한다.

“무슨 일이야?”

왜 왔냐는 듯이 말하는 일섭, 항상 그렇듯 현업 인원의 방문은 그에게 달갑지 않다.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기창의 말에 일섭이 슬쩍 떠본다.

“데이터 리포팅?”

“어떻게 아셨어요?”

“보험관리부에서 우리 팀을 만나러 온다면 이유야 다 뻔하잖아?”

그 말에 기창이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잠깐 저기 회의 탁자로 가서 말씀을 좀 드려도 될까요?”

“나한테 약 칠 생각하지 마, 우리 팀 많이 바빠.”

자리에서 일어나며 툭 던지듯 말을 내뱉는 일섭, 한껏 벼르고 온 상대편의 기부터 먼저 꺾고 본다.

 

일섭과 기창 그리고 함께 온 혜영이 가까운 원형 탁자에 앉는다.

기창이 들고 온 문서를 일섭에게 내밀며 말한다.

“이번에 우리 부서에서 이런 자료가 필요해서 좀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일섭이 문서를 건네받아 살펴보는 가운데 기창의 설명이 이어진다. 

“보험약관대출 고객에 대한 청약 철회 현황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이 자료가 왜 필요하지?”

일섭의 떨떠름한 표정, 그러나 기창은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약관대출을 받아서 그 대출금으로 신계약을 가입하고 난 후 청약 철회하는 고객들을 알아보려고요.” 

“설계사와 관련된 것 아니야?”

“예, 그렇지요. 모집 실적에 쫓기다 보니 이런 건들이 빈번한 것 같아서요.”

“약관대출과 관련된 건이니까 이 데이터 리포팅은 지급팀에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니야?”

“지급팀에 알아봤는데 청약 철회를 반영해서 작업을 하려면 아무래도 신계약팀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일섭이 불만스러운 듯 혼잣말을 되뇐다.

“지급팀 송사리들….”

일섭은 보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하다가 민수를 부른다.

“민수씨, 좀 봅시다.”

“예.”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 탁자로 다가온다.

일섭으로부터 신랑 신부로 놀림받았던 민수와 혜영이 이제야 어색하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기창이 자리에서 일어나 민수를 향해 손을 내민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인사했죠? 정기창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민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창과 악수한 후 자리에 앉는다.

일섭과 민수의 대화가 이어진다.

“민수씨, 지금 하고 있는 데이터 리포팅 작업은 잘 되어가?”

“데이터 파일 구성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마쳐?”

“모레 정도에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응, 그래? 데이터 리포팅 의뢰가 또 들어왔는데, 민수씨가 맡아야 할 것 같아.”

민수는 혜영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아, 예….”

일섭이 보고 있던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를 민수에게 건넨다.

“여기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 한번 살펴봐.”

민수가 건네받은 문서를 살펴보자 기창이 옆에서 설명한다.

“보험약관대출 관련 고객의 신계약 청약 철회 현황을 조사하는 데이터 리포팅입니다.”

아무래도 신입사원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말, 일섭이 나선다.

“말이 좀 어렵지? 자세한 것은 여기 정기창씨나 박혜영씨에게 물어봐.”

민수는 문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짚어 가면서 살펴본다. 이 역시 혜영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

“처갓집에서 올라온 것이니까 잘해 줘.”

일섭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예….”

혜영을 의식한 민수가 문서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다. 

그러나 뒤늦게 말뜻을 알아챈 민수,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린다.

“예?! 아니….”

혜영은 민수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새색시처럼 고개 숙여 웃는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잖아요. 잘 부탁합니다.”

기창이 처갓집의 처남인 양 말한다.

웃느라 고개를 숙였던 혜영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무표정하게 고개를 든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민수 역시 농담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듯 무덤덤하게 묻는다.

“다음 주까지 부탁드릴게요.”

그 말에 일섭이 나선다.

“시간 신경 쓰지 말고 작업해.”

일섭은 다시 기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민수씨 단말기가 없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프로그램 짜고 있어. 그것도 좀 감안해야지.”

“에잉, 대리님, 잘 부탁드려요~.”

혜영이 아양을 떨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일섭.

“나한테 이래 봤자 소용없어. 여기 새신랑, 아니, 이민수씨에게 부탁해야 하는 것 아니야? 하하.”

혜영은 아무렇지 않게 민수에게로 말머리를 돌린다.

“선생님. 잘 부탁드릴게요.”

혜영의 말에 민수가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짓자 일섭과 기창이 웃는다.



자리에 앉아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며 메모하던 민수가 단말기 자리를 힐끔 본다.

중만이 단말기 모니터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키보드를 치고 있다.

민수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지급팀을 바라본다. 

지급팀 단말기가 비어있다.

민수는 보험관리부에서 받은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와 메모지를 들고 지급팀으로 간다.


지급팀의 최일환 자리로 간 민수.

일환은 서식 용지에 자로 줄을 그어가며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최 선배님,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일환은 하던 일을 멈추고 민수를 바라본다.

“선배님,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요?”

“데이터 리포팅 의뢰를 받았는데 약관대출 데이터 필드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서요.”

민수는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와 플로차트가 그려진 메모를 최일환의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설명을 이어가려고 한다.

일환아 단말기 의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좀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약관대출 관련 계약자 명세가 필요한데 이것을 어떻게 끌어올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요.”

“아이 거요.” 

일환은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를 살펴본 후 포스트잇에 파일 이름과 필드명 등을 적어서 민수에게 건넨다.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민수에게 일환이 으레껏 한마디 한다.

“언제 한잔해야죠?”

“혹시, 오늘은 어떠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민수, 일환이 웃으며 답한다.

“좋지요.”

민수는 이때다 싶어 쓰지 않는 단말기를 가리키며 묻는다.

“선배님, 이 단말기 좀 써도 될까요?”

“예, 쓰세요.”

“고맙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민수, 얼른 단말기 자리에 앉는다.

단말기 자리에 앉은 민수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자기 로그 온 id로 접속하여 그동안 작성하던 프로그램 코딩을 이어간다.


잠시 후 서류를 든 강우가 자기 자리로 다가와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앉아 있는 민수를 의외라는 듯이 바라본다.

민수는 그런 강우를 힐끗 보고서 인사를 한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신계약팀 이민수씨가 여기 웬일이야?”

“단말기 잠시 쓰고 있었습니다.”

강우가 웃으며 말한다.

“너희 집으로 돌아가.” 

“저는 우리 집에서 버린 자식입니다.”

능청스럽게 말하는 민수. 강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그럼 우리 팀으로 짐 싸 들고 오든지.”

민수는 급하게 키보드를 두드려 마무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단말기 잘 썼습니다.”

민수는 메모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신계약팀으로 돌아간다.

강우는 단말기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으면서 민수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고 웃는다.

“저 송사리…” 



어두운 창밖으로 맞은편 건물의 불 켜진 사무실이 보인다.

민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치다가 메모지에 적어놓은 작업 순서를 본다.


‘상품별 누적 건수 출력’

             ↓

‘설계사 영업연차별 누적 건수 출력’

             ↓

‘지역별 누적 건수 출력’     


민수는 ‘상품별 누적 건수 출력’ 작업 옆에 ‘OK’를 표시한다. 

그리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다시 치기 시작한다.

키보드 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 화면에 프로그램 코딩이 타자된다.     


IF  PAGENT = SAVE_PAGENT

   THEN   ADD 1 TO ACC_ITEM_CNT ACC_AGT_CNT ACC_AREA_CNT

   ELSE    PERFORM PITEM_PRINT

            PERFORM INIT_RTN …….     


책상에 놓인 전화가 울리자 민수는 수화기를 집어 든다.

“정보시스템실 신계약팀 이민수입니다.”

“최일환인데요, 지금 나가시죠.”

민수는 수화기를 들고 일환 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예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민수는 프로그램 리스트와 메모지를 책상 서랍에 쓸어 넣은 후 자리에서 일어선다.

“내일 뵙겠습니다.”

중만은 인사를 하는 민수를 바라보며 묻는다.

“퇴근? 오늘 좋은 일 있어?”

“예, 그냥…”


일환이 민수 자리를 지나치며 눈짓 신호를 보낸다.

민수는 일어나서 양복을 손에 들고 일환의 뒤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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