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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11. 2024

음모의 싹

연재소설 : 러브 코딩 15화 - 음모의 싹

아침 식사를 마친 민수가 출근 준비를 한다. 

와이셔츠를 입은 민수, 넥타이를 매기 위해 와이셔츠 칼라 깃을 세운다. 

넥타이를 목에 끼우기 위해 넥타이 고리를 늘리다가 넥타이 매듭이 빠진다.

매듭이 풀어진 넥타이를 손에 들고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현수, 할 수 없다는 듯 목에 넥타이를 걸고 매듭을 만든다.

넥타이 매듭을 잡고 위쪽으로 쭉 당긴다 - 넥타이가 너무 짧게 매어졌다.

넥타이를 풀어서 다시 맨 후 쭉 당긴다 - 이번에는 너무 길게 매어졌다. 

손목시계를 본 후 다시 넥타이를 맨다 - 조금 짧다. 

민수는 아쉽지만 할 수 없다는 듯 방을 나선다.


거실에 있던 어머니가 현수에게 말한다.

“계절이 바뀌는데, 언제 양복 하나 사러 가야지?”

“집에 있는 것 아무거나 하나 입으면 돼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민수에게 어머니가 나무라듯 말한다.

“야가 무슨 소리 하노, 회사에서 입고 다니는 것인데.”

“그러면 언제 시간 내서 하나 사러 가시죠.”

“아예, 겨울 것까지 두 벌 사자.”

“예. 다녀올게요.”

현관에서 구두를 신고 인사하는 민수에게 어머니가 당부하듯 말한다.

“술 조금만 마셔라,” 

“예.”

“대답이야! 잘하지….”

어머니는 민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한다.



출근 전의 적막한 사무실, 민수가 들어선다.

상의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친 민수는 책상 서랍에서 마감 작업 점검일지를 꺼낸다. 그리고 단말기 테이블 의자에 앉아 단말기 스위치를 켠다.

단말기가 로딩되면서 검은 바탕의 모니터에 초록색 글자가 분주하게 펼쳐진다.

이윽고 민수는 키보드를 치며 간밤에 수행된 마감 작업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모니터 화면을 하나하나 넘겨가며 점검일지에 숫자를 적어가는 민수.

“어?”

화면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사무실로 들어선 중만이 양복을 벗어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 일일 마감 작업에 에러가 있는데요.”

민수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중만이 웃으며 말한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밤에 기계실에 불려 갔었어.”


중만은 민수가 내어준 단말기 테이블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것이 밤에 복구한 작업이야.”

“아… 예.” 

민수는 모니터에 나타난 화면을 보며 일일마감일지에 내용을 써넣는다.



커피 자판기 앞에서 신계약팀 팀원들이 차례대로 커피를 뽑는다.

중만이 일섭에게 간밤의 일을 보고하듯 말한다.

“대리님, 밤에 마감작업 에러 때문에 기계실에 갔었어요.”

“어떤 에러야?”

“공 차리 세븐(0C7), 데이터 이셉션 에러요. 숫자 필드에 블랭크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중만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묻는다.

“프로그램에 데이터 밸리데이션 처리가 안 되어 있어?”

“그러게 말이예요, 프로그램에 데이터 필드 체크하는 것이 빠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밸리데이션 체크를 추가해 놓았어요.”

중만을 보는 일섭의 표정이 바뀐다.

“잠도 제대로 못 잤겠네?”

“복구하고 집에 오니 4시던데요. 잠은 잤어요.”

“고생했어.”


일섭에게 말을 마친 중만이 민수를 보며 놀리듯 말한다.

“민수씨, 이 일 물려받을 때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하하하.”

옆에 있던 신규가 덩달아 웃으며 놀린다.

“하하하, 좋은 시절 다 간 거지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고….

그 말을 듣는 민수는 그냥 커피만 홀짝인다.

중만이 민수를 보며 말을 이어간다.

“데이터 리포팅은 잘되고 있어?”

“계약부에서 온 '설계사 연차별 계약 현황' 진행하고 있어요.”

“새벽에 나가서 에러 복구할 때 중요한 것은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순발력이야. 그러니 지금 데이터 리포팅을 하면서 순발력을 키워 놓으라고.”

“예.”

“들어가서 마감작업 에러 난 것 설명해 줄게.” 

신계약 팀원들은 커피잔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간다.


 

중만은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민수에게 마감작업 처리결과를 설명한다.

“에러가 났던 job이 ANBPISS3잖아.”

“예, 증권 발행하는 작업.”

중만은 작업 결과가 펼쳐진 화면의 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어간다.

“그렇지, 이 작업의 세 번째 스텝에서 여기 ABEND (Abnormal End : 비정상 종료) 코드가 S0C7이 뜨지?”

“아, 이것이 조금 전에 말했던 데이터 이셉션 에러인가요?”

“그렇지, JCL (Job Control Language) 세 번째 스텝 소스 프로그램 이름이 SNBSIS31이잖아. 그래서 그 소스 프로그램을 찾아서 살펴봐야 하고….”

중만이 키보드를 두드리자 모니터 화면에 소스 프로그램이 나타난다.

“여기 이 소스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이셉션 에러가 난 부분을 찾아야겠지?”

민수는 중만이 펼쳐놓은 화면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예.”

“그래서 어떻게 찾느냐…. 이렇게 체크 코드를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삽입해 놓았어.”

소스 프로그램에 DISPLAY ‘CHECK CODE 1'부터 DISPLAY ’CHECK CODE 15' 체크 문장이 삽입된 것이 보인다.

“예, 체크 코드를 화면에 보이도록 하는 것 말이죠?”

“오케이, 이 프로그램을 돌리면 에러 나기 직전까지의 체크 코드가 화면에 뜨겠지?”

“예.”

중만이 키보드를 두드려 작업 결과를 화면에 띄운다.

작업 결과에 ‘CHECK CODE 1’부터 ‘CHECK CODE 15’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다가 CHECK CODE 11’이 화면 제일 마지막에 표시되어 있다.

“여기 체크 코드 11에서 멈춰 있지?”

“예.”

중만은 다시 소스 프로그램 코드를 화면으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체크 코드 11 다음 문장인 이 필드에서 에러가 났었거든, 데이터 이셉션 에러. 숫자가 들어가야 하는 데이터 필드에 문자가 들어가면 이런 에러가 발생해.”

“어떻게 고치셨어요?”

“응, 프로그램 시작하는 부분에서 이 필드를 0으로 이니셜(Initial) 처리를 했지.”

“아….”

민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해서 EOJ!”

“EOJ가 뭔가요?”

민수의 물음에 중만이 뻐기듯이 말한다.

“End Of Job!” 

“아, 그 EOJ….”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민수에게 중만이 웃으며 말한다.

“이런 송사리, 적어, 적어, 까먹기 전에.”

민수는 웃으면서 펜을 들어 노트에 끄적거린다.



민수는 프로그램이 인쇄된 리스트를 보면서 빨간 펜으로 수정하고 있다.

신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일섭에게 말한다.

“대리님, 계약부에 회의 좀 다녀오겠습니다.”

“무슨 회의?”

“세 시부터 신상품 특약 코드 관련해서 회의한다고 해서요.”

“그래? 다녀와서 결과 좀 알려줘.”

“예,”


신규가 사무실에서 나간다.

민수는 메모지와 수정 중인 프로그램 리스트를 들고 신규가 쓰던 단말기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단말기 키보드를 두드리자 모니터 화면에 민수가 짠 프로그램 코드가 뜬다.

옆자리 있던 일섭이 고개를 돌려 민수를 쳐다본다.

민수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일섭을 바라본다.

“대리님, 단말기 쓰시려고요?”

“아니야, 계속해. 이 자리에 신규가 앉아 있는 모습만 보다가 민수씨가 앉아 있으니 조금 낯설어서 보는 거야.”

“아, 예….”

민수가 안심하듯 웃는다.

민수는 들고 온 메모지에 적힌 내용을 바라본다.    

민수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듯 양손 손깍지를 끼워 앞으로 쭉 내민다. 그리고는 양손을 흔들어 손가락을 부드럽게 한 후 키보드 자판에 손을 올린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던 일섭은 같잖다는 듯이 '픽' 웃는다.

키보드 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 화면에 코딩 문자가 전개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신규가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민수는 급하게 키보드를 치면서 마무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고는 프린터로 가서 코딩한 프로그램이 인쇄되는 것을 지켜본다. 

민수는 인쇄된 장표를 들고 자리로 돌아와서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며 펜으로 메모한다.


단말기 테이블에서 작업을 하던 중만은 민수의 일하는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는 자신의 책상 자리로 옮겨 앉는다.

“민수씨, 단말기 쓰려면 써.”

“예, 감사합니다.”

민수는 단말기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앉아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중만의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울리자 중만은 수화기를 든다.

“예, 정보시스템실 김중만입니다.”

중만은 수화기 너머 상대방의 말을 듣다가 말을 이어간다.

“예? 보험요율요? 잠시만요,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해 드릴게요.” 

중만이 단말기 모니터를 보고 있는 민수에게 말한다.

“민수씨, 단말기 잠깐 쓸 수 있어?”

“예.”

민수는 단말기 테이블에서 일어나 자기 자리에 옮겨 앉는다.


남준이 민수의 뒤를 지나가며 민수의 어깨를 툭 친다.

뒤돌아보는 민수, 조남준이 나가자고 손짓한다.

민수는 조남준을 따라서 사무실에서 나간다.


 

민수와 종이 커피 컵을 든 조남준이 비상계단으로 들어온다.

“너는 커피 안 마셔?”

“조금 전에 우리 팀 하고 마셨어. 너희 팀은 아침에 커피 타임 안 해?”

“지금 커피 마실 상황이 못 돼.”

“왜? 너희 팀 시스템 뻑(bug) 났어?”

“아니, 우리 팀 줄초상 났잖아.”

“줄초상?”

민수가 궁금한 듯 묻자 남준의 설명이 이어진다.

“멧돼지 하고 내 사수가 술 때문에 맛이 갔어.”

“멧돼지?”

민수가 궁금한 듯 묻는다.

“우리 팀 팀장.”

“왜 그렇게 불러?”

“멧돼지처럼 밑에 사람을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

그 말에 민수가 남준을 위로하듯 말한다.

“너가 고생이 많다.”

“안 그래도 내 사수가 멧돼지한테 하도 쪼여서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어제 멧돼지가 내 사수 달래려고 둘이서 술집에 갔잖아.”

“분위기가 안 좋겠네?”

“뭐 그렇지, 너는 어때?”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는 민수, 남준에게 털어놓는다.

“프로그램 짜는데 단말기가 없으니 힘들어. 우리 팀 단말기가 비어있을 때 잠깐씩 앉아서 코딩하려니 일하는 리듬도 끊기고 짜증도 나고 그렇지.”

“하하, 그래? 나는 지금 우리 팀 단말기를 널널하게 쓰고 있는데.”

민수가 부러운 듯 묻는다.

“너희 팀은 일이 별로 없어?”

“아니, 술 때문에 둘 다 맛이 가서 단말기 앞에 아예 앉을 생각도 못 해.” 

“그래서 단말기도 편하게 쓰는군… 덕분에 너가 땡잡았네?”

남준이 목소리를 낮추며 민수에게 방법을 알려준다.

“너도 단말기를 마음대로 쓰려면 너 사수를 술로 보내 버려.”

“그거참 좋은 생각이다.” 

민수와 남준이 음흉하게 웃는다.

음모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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