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17화 - 달리는 밤
민수를 포함한 일행 네 명이 식당에 들어선다.
식당 주인이 이들을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식당 주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듯 일환이 인사한다.
일행은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식당 주인이 소주잔과 수저를 쟁반에 담아 들고 와서 그들이 앉은 식탁에 내려놓는다.
“여기 골뱅이 큰 거 하고 계란말이 그리고 소주 세 병 주세요.”
일환의 주문에 식당 주인이 묻는다.
“소면 사리도 추가하는 거죠?”
“당연하죠.”
주문을 마친 일환이 민수를 보며 말한다.
“사무실에서 단말기 쓰다가 쫓겨 가는 것 같던데 하던 일은 다 마쳤어요?”
“못 끝냈습니다. 단말기를 만질 틈이 없어요.”
“단말기 없으면 그냥 노세요.”
은근히 불만을 드러내는 민수에게 일환이 포기하라는 듯 말한다.
“노느니 개 팬다고, 그냥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빈 단말기 보이면 그냥 가서 쓰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짜는 게 재미있어서요.”
근열이 웃으며 민수의 시건방을 걸고넘어진다.
“놀면 그냥 놀지 왜 죄 없는 개를 패요?”
일환은 민수를 두둔하듯 말한다.
“첫 바람이 무섭다고 지금 프로그램 짜는 게 제일 재미있을 때지.”
“늦바람이 무서운 게 아니고?”
일환의 어설픈 말을 지적하는 근열, 그러나 일환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받아넘긴다.
“늦바람이든 첫 바람이든 그것은 내가 알 바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들의 말을 듣던 경태도 나선다.
“민수씨 앞에서 사자성어를 엉터리로 쓰면 어떻게 해? 대화 수준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사자성어가 아니고 속담이겠지요.”
경태의 말도 검열해 버리는 근열. 술을 마시기도 전에 벌써 대화부터 달아오른다.
“사자성어든 속담이든 내 알 바 아니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PC를 만드니 얼마 안 있어 직원들 책상마다 PC가 안 놓이겠어?”
PC라는 흔하지 않은 용어를 쓰는 경태에게 근열이 묻는다.
“단말기하고 PC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요?”
“단말기는 메인프레임에 연결된 단순한 입출력 장치고, PC는 자체적인 처리능력을 갖춘 개인 컴퓨터, 물론 PC가 단말기 역할도 하지.”
경태의 차원 높은 대답에 만족한 근열이 민수를 보며 말한다.
“이제야 수준 있는 대화가 좀 되네. 우리가 개 패는 수준으로 말하면 되겠어요?”
모두가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종업원이 음식과 소주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테이블에 와서 내려놓는다.
일행은 서로의 술잔을 채우며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시스템2과 일행 네 명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근열은 그 일행 중의 한 명을 보며 탄식하듯 한마디 내뱉는다.
“아, 저 원수…”
그러고는 느닷없이 민수에게 질문하는 근열.
“민수씨, 술 잘 마셔요?”
“그냥 조금 마십니다.”
“아, 그래요?”
근열은 그렇게 말하는 민수를 향해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짓는다.
먼저 온 일행과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앉는 시스템2과 일행이 서로 인사한다.
그 와중에 저쪽에 앉은 동수는 이쪽을 보며 반갑게 손을 번쩍 든다.
“저 송사리, 우리 보고 좋아하는 거 봐라. 오늘 또 한 판 붙자 이거지?”
일환이 그런 동수의 모습을 보며 되뇐다.
“동기분이세요?”
민수가 묻자 일환이 내뱉듯 말한다.
“우리 동기 꼴통.”
그리고 함께 앉아 있는 연형을 가리키며 민수에게 묻는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이 민수씨 동기죠?”
“예, 우리 동기 박연형입니다.”
각각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일행들은 대화하며 술자리를 이어간다.
저쪽 테이블에 있던 동수가 술잔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동수가 경태에게 인사한다.
“여기서 또 보네.”
“예. 여기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동수가 민수에게 들고 있던 술잔을 건넨다.
“이민수씨? 박연형씨하고 동기라면서요? 자 한 잔 받아요. 나는 장동수입니다. 여기 최일환, 이근열하고 동기입니다.”
민수는 동수로부터 잔을 받으며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민수는 동수가 부어준 소주를 들이켠다. 그리고 그 잔을 동수에게 건넨 후 소주를 채운다.
“저기 앉아 있는 최승호 팀장님은 잘 모르시죠?”
동수가 승호를 가리키며 말한다.
“예, 인사드린 적은 없습니다.”
“저기 가서 인사 나누시죠. 나는 여기서 우리 동기들하고 이야기 좀 할게요.”
민수는 잔을 들고 최승호 팀장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간다.
“팀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신계약팀 이민수입니다.”
승호 자리로 다가간 민수, 들고 있는 술잔을 승호에게 내민다.
“예, 반갑습니다.”
승호는 민수의 술잔을 받지 않고 테이블에 놓인 소주병을 든다.
“내가 먼저 후배님에게 드려야지요.”
“감사합니다.”
민수는 승호에게 내밀었던 술잔으로 승호가 부어준 술을 받는다.
민수를 소주를 들이켜고 난 후 술잔을 승호에게 건네고 소주를 잔에 채운다. 그리고 동호가 앉았던 자리에 앉는다.
“어때, 회사생활은 할만해요?”
승호가 묻자 민수가 허풍 떨듯 대답한다.
“예, 재미있습니다.”
“재미? 언제 나하고 일을 좀 해봐야겠네, 정말 재미있는지, 하하하.”
시스템2과 막내인 연형은 같은 처지의 민수를 만나자 반가워서 너스레를 떤다.
“뻥 치고 있네, 재미는 무슨… 아직 똥오줌도 못 가리면서.”
함께 온 여사원이 민수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소라에게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예, 안녕하세요.”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며 술자리가 무르익는다.
호프집, 2차 술자리.
근열과 시스템2과 여사원이 빠지면서 술을 좀 마시는 인원으로 술 팀이 꾸려진다.
일행은 호프집 6인석 자리에 앉아 500cc 호프를 마시며 떠들고 있다.
그 와중에 동수가 일환에게 묻는다.
“저번 금요일 집에 잘 들어갔어?”
“아이씨, 묻지 마.”
일환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자 동수의 궁금증이 발동된다.
“왜? 무슨 일 있었어?”
“그날 버스 타고 집에 가다가 그만 잠이 들어서 버스 종점까지 갔잖아.”
“집까지 또 택시 탔겠네?”
동수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묻는다.
“버스 종점은 후미진 곳이라 택시 다니는 곳까지 걸어 나와야 했어.”
“그래서, 택시는 탔어?”
“아니…. 길을 지러 가려고 모래 야적장 위로 지나가다가 구두가 모래에 파묻혀 버렸어.”
동수는 술에 취한 일환을 구슬리듯 말을 시킨다.
“저런…. 구두는 찾았어?”
“구두를 찾다가 어두워서 포기했어.”
“그 새벽에 술에 취해서 신발을 찾겠다고? 하하하.”
일환의 말에 비웃듯 말하는 동수.
그러나 일환은 오히려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이건 약과야, 모래 쌓아놓은 꼭대기에 올라갔다가 내가 기절할 뻔했잖아.”
“왜? 귀신이라도 봤어?”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승호가 나서서 묻자 술에 취한 일환이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아, 글쎄, 웬 미친놈이 모래 언덕 꼭대기에서 막걸리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동수가 일환을 나무라듯 말한다.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너가 미친놈이지, 그 한밤중에 모래 언덕으로 기어 올라오는 놈이 어디 있겠어?”
승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일환에게 묻는다.
“그래서 집까지는 잘 갔어?”
“비닐봉지를 주워서 발에 감고 가다가 택시 잡아타고 갔어요.”
동수가 걱정하는 척하며 묻는다.
“너 신발 잃어버려서 집사람에게 또 혼났겠다.”
그러나 일환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나머지 신발 한 짝도 아파트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에 몰래 들어갔어, 마누라는 내가 신발 잃어버린 줄 몰라.”
그 말에 승호가 한심하다는 듯 웃으며 일환을 추켜세운다.
“그래, 자랑이다.”
승호가 불쌍한 일환을 위해 맥주잔을 들자 나머지 사람들도 맥주잔을 들어 잔을 부딪친다.
그렇게 술자리가 이어지다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난다.
일행이 호프집 밖으로 나온다.
한껏 취한 동수가 바람을 잡는다.
“파이널 매치, 오케이?”
“나는 집에 들어갈게, 모두들 조금만 마시고 집에 들어가.”
승호의 말에 근열도 따라나선다.
“저도 집에 가봐야 합니다.”
“에이, 한 잔 더해.”
동수가 근열을 잡아서 끌자 근열이 완강히 거부한다.
“안 돼, 집에 가봐야 해!”
승호와 근열은 일행들과 인사한 후 길을 걸어간다.
동수는 남아있는 술꾼들에게 가까운 경양식집을 가리키며 말한다.
“자, 저쪽으로 가자고.”
네 명의 술꾼이 경양식 집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와 있는 또 다른 일행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중만과 지급팀 강우 그리고 현업사원 기창이 자리를 잡고 앉아 이미 거나하게 취해있다.
중만은 들어서는 민수를 보고는 반가운 듯 손을 번쩍 들며 반긴다.
“민수씨, 이리 잠깐 와서 앉아.”
민수는 중만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하고 중만 옆자리에 앉는다.
민수와 함께 들어온 일행은 중만 일행과 떨어진 테이블에 앉는다.
“민수씨, 술 많이 했어?”
“지금이 3차입니다.”
“오, 그래?”
중만은 자기 맥주잔을 민수에게 건넨 후 맥주를 채워준다.
“요즘 고생 많지? 자 한잔 들어.”
민수는 맥주를 한잔 쭉 들이켠다. 그리고 그 잔을 중만에게 건넨 후 중만의 잔에 맥주를 따른다.
순간 민수는 낮에 남준이 한 말이 생각난다.
- 단말기를 마음껏 쓰려면 사수를 술로 보내라는 말.
이미 술에 취해 간이 커진 민수는 음흉한 미소를 띠며 중만의 잔에 맥주를 가득 채운다.
중만은 민수가 따라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다. 그리고 그 잔을 다시 민수에게 건넨 후 맥주를 따르며 말한다.
“오늘 지급팀에 가서 우리 팀이 민수씨를 버린 자식이라고 했다면서?”
“그냥 농담으로….”
민수가 얼버무리듯이 말한다.
“우리 팀에서 민수씨 새 장가도 보내줬는데 민수씨가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중만이 웃으며 민수를 몰아세운다.
“저는 좀 억울합니다. 신혼여행이라도 보내 주셔야 새 장가라 할 수 있잖아요.”
술에 취한 민수도 나름대로 지껄인다.
“민수씨 밝히는 거 좀 봐. 하하하”
중만의 말에 일행이 크게 웃는다.
건너편에 있는 동수와 일행이 무슨 일인가 싶어 민수가 앉아 있는 쪽을 바라본다.
민수는 들고 있는 맥주를 들이켠 후 다시 중만에게 건넨다. 정성을 다해서 맥주잔을 꽉꽉 채운다.
이번에는 강우가 민수에게 맥주잔을 내밀며 말한다.
“우리 집에 자주 와, 단말기 많이 쓰게 해 줄게.”
“감사합니다.”
강우는 민수의 잔에 맥주를 채운다.
이게 아닌데 싶은 민수, 연거푸 마신 맥주 때문에 배가 부르다.
민수는 강우가 따라준 맥주를 마시면서 중만 앞에 놓인 맥주잔을 슬쩍 본다. 그대로 있다. 중만이 맥주를 마셔줘야 하는데 하며 생각하는 민수.
맥주잔을 어렵사리 다 비운 민수가 강우에게 맥주잔을 건넨 뒤 맥주를 따른다. 뜻대로 안 되겠다 싶은 민수가 꼬리를 내린다.
“저쪽 자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몇 잔의 맥주를 연거푸 마신 민수가 말하자 중만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민수가 함께 왔던 일행의 자리로 돌아온다.
“민수씨 인기가 좋네.”
동수가 민수의 잔에 맥주를 채워주자 민수는 할 수 없이 또 맥주를 마신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술자리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민수는 점점 몽롱해진다.
시간이 흐르고 민수는 의자에서 머리를 숙인 채 잠자고 있다.
일환이 그를 깨운다.
“민수씨 일어나.”
자고 있던 민수가 술에 취한 눈을 뜨며 사방을 둘러본다.
중만과 함께 온 일행의 자리는 이미 비어있다.
민수는 일어나서 일행과 함께 술집을 나선다.
집으로 돌아온 민수는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온다.
양복을 벗어 책상 위로 던진다.
그리고 술에 취해 건들거리며 넥타이를 조금 풀어 머리 위로 올려서 빼낸다.
와이셔츠를 벗어서 방바닥에 획 던져 놓고는 앉아서 바지를 벗으려 한다.
그러나 민수는 바지를 다 벗지 못하고 옆으로 고꾸라져 잠에 빠진다.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와서 잠들은 민수의 바지와 양말을 벗긴다.
그리고 방바닥에 벗어 놓은 와이셔츠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서 방 안의 전등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