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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16. 2024

패배의 쓴맛

연재소설 : 러브 코딩 18화 - 패배의 쓴맛

민수가 방에서 엎어져 자고 있다.

“민수야, 출근 시간이다, 빨리 일어나라.”

민수는 꼼짝도 않고 자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는 어머니,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있다.

“민수야, 이러다 또 늦겠다, 안 일어나나?”

겨우 머리를 들어 책상 위에 있는 시계를 본 민수는 힘들게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간다.


방 밖으로 나갔던 민수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방으로 들어온다.

양말, 와이셔츠, 바지 순으로 옷을 입은 민수는 책상 위에 벗어두었던 넥타이를 들어서 본다. 안도한다. 그리고 넥타이를 조심스럽게 목에 끼운 후 매듭을 조이고 양복을 입는다.


거실에 밥상이 차려져 있다.

그러나 민수는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신 후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는다.

“아침 안 먹나?”

힘들어하는 민수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말한다.

“아침을 도저히 못 먹겠어요. 다녀오겠습니다.”

민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어머니는 집을 나서는 민수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소라가 책상을 닦고 있는 조용한 사무실에 민수가 들어선다.

민수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작업일지를 꺼낸 후 단말기 테이블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일할 엄두가 나지 않는지 허공을 응시한 채 가만히 앉아 있다.

소라는 책상을 닦기 위해 중만 책상으로 다가온다.

“아유, 술 냄새!”

소라는 민수가 풍기는 술 냄새에 손사래를 친다. 그리고 몸을 숙여 중만의 책상을 닦는 소라, 다 닦은 후 상체를 세운다.

단말기 테이블을 닦으려는 소라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민수.

“그냥 가만히 앉아 계세요.”

그렇게 말한 소라는 민수가 앉아 있는 단말기 자리를 건너뛰어서 민수의 책상을 닦는다.

“고마워요.”

민수가 헤벌쭉하게 웃으며 말한다.

“웃으니까 바보 같아요. 아유, 술 냄새.”

소라는 민수에게 단호하게 말하며 책상을 닦는다.

책상을 닦고 돌아가는 소라의 뒷모습을 민수는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 단말기 키보드를 두드리며 작업일지에 마감 작업 결과를 적어 넣기 시작한다. 

잠시 후, 민수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간다.


민수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와서 급하게 화장실 칸막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윽고 ‘읍, 읍….’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민수는 화장실 칸막이 문을 열고 나온다.

민수는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고 손으로 수돗물을 받아 입안을 헹군다. 그리고 두 손을 세면대에 짚고 서서 거울을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다가 종이 타월을 빼내 얼굴을 닦고 화장실에서 나간다.


민수는 사무실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민수가 앉았던 단말기 자리에 중만이 앉아 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중만이 민수의 퀭한 얼굴을 보며 묻는다.

“민수씨,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습니다, 우웁….”

중만이 웃으며 말한다.

“에이,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민수는 중만 옆에 펼쳐져 있는 마감 작업일지를 쳐다본다.

“아, 이거? 내가 다 체크했어.”

민수는 중만이 건네주는 작업일지를 흩어 보는 척한 후 책상 서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프로그램 리스트를 꺼내서 책상 위에 올린다.


사무실 TV를 통해 나오는 사내 조회방송을 보고 있는 직원들. 

창백한 얼굴을 한 민수는 힘든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다. 

이윽고 아침 조회방송 종료 시그널 음악이 나오자 중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커피 한잔하실까요?”

팀원들이 일제히 일어서고 민수는 동전통을 들고 뒤따라간다.


신계약 팀원들이 자판기 앞에 모여 있고 민수는 자판기에 동전을 하나씩 집어넣는다.

커피 버튼을 누르는 일섭이 민수를 보며 묻는다.

“술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몸은 괜찮아?”

“괜찮습니다, 우웁….”

민수의 모습을 본 중만이 웃으며 말한다.

“말 시키지 마세요, 큰일 납니다.”

“이런 송사리….”

멍한 표정의 애련한 민수.

일섭이 중만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어제 누구하고 술 마신 거야?”

“어제 장동수 패거리들하고 마시더라고요.”

“제대로 걸려들었구만. 안 죽고 살아온 것이 다행이야.”

괜히 민수의 패배로 몰고 가는 분위기. 

민수는 괘념치 않는다. 우선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민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곧이어 '우웁' 하며 몸을 숙인다. 그리고 커피잔과 동전통을 들고 화장실로 내달린다.

팀원들은 뛰어가는 민수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민수 화장실로 뛰어 들어와서 화장실을 둘러본다.

화장실 칸막이 문이 다 닫혀있어 할 수 없이 민수는 세면대로 간다.

들고 있던 커피를 세면대에 쏟아버리고 동전통을 세면대 옆에 놓는다.

양팔로 세면대를 짚고 세면대에 한동안 그렇게 서 있는 민수.

민수는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고는 동전통 뚜껑을 덮어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화장실을 나선다.


민수는 퀭한 얼굴로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바지 주머니에서 동전통을 꺼내서 책상 위에 놓는다. 구겨진 영수증이 함께 딸려 나온다.

민수는 그 영수증을 손으로 한 번 더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좀 괜찮아졌어?”

중만이 묻는 말에 민수가 대답한다.

“예, 조금 전보다는 좀 나아졌습니다.”

“힘들면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

“괜찮습니다.”


중만은 다시 일에 집중한다.

민수는 책상 위에 놓인 프로그램 리스트를 건성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본다. 시간이 흐른다.


단말기를 보며 일을 마친 중만이 민수에게 말한다.

“민수씨 단말기 지금 쓰려면 써.”

민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단말기 앞에 앉는다. 그리고 메모지에 그려진 플로차트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민수는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민수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가 눈가가 불그스레한 초췌한 몰골로 화장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가던 길을 잠시 멈추었다가 방향을 틀어 비상계단 문을 열고 들어간다.


민수는 비상계단으로 들어서서 두리번거리다가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7층과 8층 사이의 계단참을 돌아 몇 계단 더 올라가서 계단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힘든 듯 머리를 벽에 기댄다.


비상계단으로 남준과 연형이 함께 들어온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셨어?”

남준이 피곤해 보이는 연형에게 묻는다.

“말도 마라, 어제 3차까지 마셔댔는데 죽겠다.”

“민수도 맛이 갔던데?”

“그렇겠지, 3차에서 자기 사수를 만나 술잔을 엄청나게 주고받더라고.”

연형의 말에 남준이 웃으며 말한다.

“그래? 자기 사수를 술로 보내려다가 자기가 맛이 가버렸네. 하하하.”

“무슨 소리야?”

궁금한 듯 묻는 연형, 남중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어제 단말기 마음대로 쓰려면 선배를 술로 보내 버리라고 말해 줬거든.”

“그래? 민수가 단말기 쓸 욕심에 자기 선배를 술로 보내려고 그랬던 거야? 야, 무서운 놈이네. 하하하.”


위쪽 계단에 앉아 아래층의 수다를 듣고 있던 민수가 힘들게 한마디 내뱉는다.

“저 송사리들….”

그 소리를 용케 들은 연형이 조심스럽게 남준에게 소곤거린다.

“위에 누가 있는 것 같다.”

남준과 연형이 뭔가 낮게 속삭이더니 이내 비상계단에서 빠져나간다.

민수는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잠에 빠져들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비상계단에서 두런두런하는 소리에 민수는 잠에서 깬다.

비상계단에 있던 사람들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민수도 일어나서 비상계단에서 나간다.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은 민수는 비어있는 단말기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렇게나 탐내던 단말기, 이제 쓸 엄두가 나지 않아 민수는 안타깝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민수는 대신 프로그램 리스트를 펼쳐서 한 장 한 장 건성으로 넘기며 본다.

시간이 흐르고 점심을 알리는 음악이 나온다.

“해장하러 가야지?”

힘들어하는 민수를 보며 중만이 말한다.

“밥을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요.”

“일어나, 안 먹으면 더 힘들어.”

민수는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간다.


신계약팀 일행은 식당에 앉아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중만이 민수에게 묻는다.

“민수씨 아침 안 먹었지?”

“예.”

“술 때문에 힘들더라도 식사는 해야 해. 식사하고 한 30분 정도는 괴롭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속이 오히려 편안해져.”

“예….”

신규가 조심스럽게 나서며 말한다.

“민수씨가 좀 억울할 만해요.”

“왜?”

“선배님이 어제 자살골 넣으셨다고 일환이 그러던데요?”

“내가?”

“선배님이 민수씨 술 많이 먹였다면서요?”

중만이 알겠다는 듯 크게 웃는다.

“아… 그러네. 나는 반가워서 몇 잔 같이 마셨는데. 이런… 그 바람에 민수씨가 떡이 되었구만… 조만간 저쪽하고 제대로 한판 붙어야겠어.”

미안한 마음에 민수의 기를 살려주는 중만. 그러나 민수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려고 한다.

“그게 아니고 저가 단말기 때문에 선배님께 술을 많이 드렸나 봐요.”

이유를 모르는 일섭이 다행스럽게도 오해한다.

“이런 송사리, 단말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술을 그렇게 마셨구만.” 

민수가 말을 더듬거리며 설명하려고 한다.

“스트레스가 아니고 아, 그거….”

일섭은 횡설수설하는 민수에게 핀잔을 준다.

“무슨 소리야? 아직 술이 덜 깼어?”


콩나물 해장국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으며 나온다.

일행은 식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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