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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18. 2024

개족보

연재소설 : 러브 코딩 20화 - 개족보

출근 시간 전의 조용한 사무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민수는 텅 빈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빠르게 키보드를 치고 있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던 민수는 인기척을 느껴 고개를 든다. 

소라가 물수건을 들고 민수 곁에 서 있다.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라의 물수건을 낚아채서 중만 책상, 단말기 테이블, 민수의 의 책상 순으로 후다닥 닦는다. 그리고 웃으면서 소라에게 물수건을 건네며 말한다.

“됐죠?”

“오늘은 힘이 넘치시네요.”

소라가 웃으며 말한다.

“예. 오늘은 살 것 같아요.”

소라는 웃으며 민수 바로 앞자리의 신규 책상을 닦는다.

민수는 단말기를 보며 키보드를 빠르게 친다.

모니터 화면에 제대로 된 데이터 리포팅 작업 결과가 나타난다.

“앗싸!”

민수는 단말기 쪽으로 기울였던 몸을 뒤로 재치며 탄성을 낮게 지른다.

그 소리에 소라가 민수를 쳐다본다.



신계약팀 일행이 커피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민수씨, 어제 많이 늦었어?”

중만이 커피를 마시며 민수에게 묻는다.

“11시 전에 집에 갔어요.”

“어제 조영숙이 변경 요청한 것 때문에 늦은 거야?”

“예, 다 끝냈고 이제 넘기기만 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일섭에 민수에게 말한다.

“그거 쉽게 넘겨주지 마, 그 여우가 민수씨에게 선생님이라 부르기 전에는, 알았지?”

민수는 일섭의 엉뚱한 충고에 어색하게 웃는다. 

중만도 웃으며 일섭에게 묻는다.

“그게 쉬울까요?”

“그러니까 중만씨가 바람 좀 잡아줘.”

“하하, 예, 알겠습니다.”


일행이 커피를 들고 사무실 쪽으로 움직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민수는 수첩을 펼치고는 전화수화기를 잡는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잠시 망설이는 민수,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민수는 빈 회의실로 들어와서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기가 놓인 자리에 앉는다. 

수첩을 보며 전화기 버튼을 누른다. 신호가 가고 진구가 전화를 받는다.

“영업부 수출팀 양진구입니다.”

“어, 진구니? 나 민수다.”

“아침 일찍 웬일이야?”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다짜고짜 말하는 민수, 진구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뭐 급한 일이야?”

민수가 사정하듯이 말한다.

“응, 좀 급해. 오늘 좀 만나야겠다.”

“나 오늘 약속 있는데.”

진구의 말에 민수가 막무가내로 말한다.

“아이씨, 좀 만나!”

“오늘 저녁에 여자 친구 만나기로 했어.”

그 말을 오히려 반가워하는 민수.

“아, 잘됐네. 나도 여자랑 같이 갈게.”

“뭐? 너가 여자 생겼어? 진짜야?”

“아니, 재희.”

“재희? 하하하.”

그 말에 웃은 진구, 빈정 상한 민수가 한마디 내뱉는다.

“아이씨, 왜 웃어?”

진구는 얼른 말을 돌린다.

“신촌역 6번 출구로 나와서 50미터만 내려오면 해물 와인 레스토랑이 있어, 거기서 봐.”

“와인? 너가 이제 별짓을 다 하는구나.”

발랑 까진 바람둥이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민수.

“거기 소주도 있어. 7시에 보자.” 

민수는 전화를 끊고는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다시 전화 버튼을 누른다.



민수는 계약서비스부에서 받은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를 보며 메모지에 플로차트를 그린다. 

민수의 책상에 전화가 울린다.

“예, 정보시스템실 신계약팀 이민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조영숙이예요.”

“예, 안녕하세요.”

“저가 부탁드린 데이터 리포팅이 나왔나 싶어서 전화를 드렸어요.”

“아, 그거요?”

민수는 의뢰한 리포트 리스트를 쉽게 내주지 말라는 일섭을 힐끗 본 후 통화를 이어간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러면 언제쯤 나올까요?”

“글쎄요, 생각보다 변경할 부분이 많네요.”

민수의 능청스러운 말에 영숙이 잠시 생각한 후 말한다.

“다 되면 전화 좀 부탁드릴게요.”

“예.”

민수가 전화기를 내려놓자 옆에서 단말기 모니터를 보며 일하던 중만이 묻는다.

“조영숙?”

“예.”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민수. 중만도 모니터를 바라보며 공범처럼 웃는다.

민수는 다시 메모지에 플로차트를 그리며 일을 한다.



민수는 메모지를 보며 일을 하다가 벽시계를 힐끗 쳐다본다, 6시 20분.

눈치를 보며 책상을 정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중만에게 인사한다.

“저….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민수는 눈치를 보며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선다.



민수는 신촌 지하철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재희를 본 민수는 재희가 서 있는 곳으로 미소 지으며 다가간다.

“좋은 일 있어? 왜 그렇게 웃으면서 와?”

재희의 말에 쑥스러워하는 민수, 그냥 미소로 얼버무린다.

그 모습을 본 재희도 함께 미소를 짓는다.

음반 가게에서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마음으로는 항상 사랑을 말하지만, 막상 네 앞에 서면 태연해지려 하고, 둘이 있을 때면, 널 안아주고 싶지만….’

민수와 재희는 음악 속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민수와 재희가 진구가 알려준 레스토랑에 들어서며 주위를 둘러본다.

민수는 진구와 그의 여자 친구 상희가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간다.

다가서는 재희를 향해 진구가 말을 건넨다.

“정말 오래간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래, 너도 양복 입고 있으니 이제 좀 인간 같다.”

이어서 진구 옆에 앉은 진구의 여자 친구 상희를 향해 인사하는 재희.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언니.”

민수도 상희에게 인사한 후 재희와 자리에 앉는다.

진구는 민수와 재희의 잔에 소주를 채워준다.

이어서 진구가 주문한 킹크랩이 접시에 담겨서 나온다.

“야, 킹크랩~ 너희들이 회사에 다니니 좋긴 좋다. 이런 것도 다 먹어보고.”

웃으며 말하는 재희에게 진구가 묻는다.

“너는 대학원 다닌다면서? 어떻게 지내?”

“얘가 언제 적 이야기를 하니? 졸업하고, 다른 것 준비하고 있어.”

“다른 거 뭐?”

그 말에 민수가 대신 대답해 준다.

“응, 미국 유학 준비 중이야.”

그 말에 진구는 민수와 재희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참, 어렵게들 산다, 민수 너 어떻게 할 거야, 재희가 유학 가면?”

진구의 말에 민수가 재희 눈치를 보며 말한다.

“에이, 우리는 친군데, 뭘 그래.”

“뭐, 친구?”

그 말에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하는 진구는 옆자리의 상희에게 묻는다.

“상희야, 남자하고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어 없어? 그것 말해 봐.”

“에이, 두 분이 친구 사이라잖아요?”

상희의 말에 화가 더 난 진구가 민수에게 큰 소리로 따진다.

“너 이 자식, 재희가 좋다고 나한테 말했어, 않았어? 그래도 친구라고?”

쩔쩔매며 말하는 민수.

“내가 언제?”

재희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민수에게 묻는다.

“어머, 그랬니?”

화가 난 진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상희가 나선다.

“오빠, 두 분 일이신데,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성질이 원래 저래요.”

궁지에 몰린 민수, 상희의 말을 핑계 삼아 빠져나온다.

“저러다 제풀에 죽어요, 하하.”

재희도 이렇게 말하며 슬쩍 빠져나간다.

진실을 말했지만, 오히려 외통수에 몰린 진구.

“이것들이….”

진구가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민수가 잽싸게 소주잔을 들면서 말한다.

“자, 한잔하자.”

일행은 건배하며 술을 마신다.


“세 분이 꽤 친하신가 봐요?”

상희의 말에 진구가 또 열을 내며 말한다.

“말도 마, 저것들이 졸업할 때쯤 여행을 가는데 나를 데리고 갔었잖아, 둘이 무슨 일 생길까 봐.”

“어머 그랬어요?”

상희가 웃으며 말하자 민수가 나서서 해명한다.

“재희가 너를 데리고 가자고 했지, 내가 그런 것은 아니야.”

“무려 2박 3일 동안 끌려다녔어.”

진구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자 재희가 반박한다.

“그때 너도 재미있었으면서 왜 그래?”

상희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한다.

“어머, 오빠가 조금 전에 화낼 만도 했네요.”

진구가 또 지랄하기 전에 민수가 얼른 화제를 돌린다.

“저번 출장은 잘 다녀왔어?”

“이게 불리하니까 딴 데로 말을 돌리지?”

심술을 부릴듯한 진구의 말에 민수와 한 패인 재희도 거든다.

“어머, 출장도 다니니?”

재희 말에 자랑하듯 말하는 진구.

“어, 이번에 독일 갔다가 크리스털 백조를 사 왔어.”

“어머, 비쌀 텐데.”

상희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오빠가 저에게 선물했어요.”

“저번에는 남미 갔다가 보석상자도 선물로 사 왔잖아.”

민수가 눈치 없이 나서며 말한다.

“오빠, 그것은 누구한테 선물했어?”

진구는 당황하며 민수를 바라본다.

민수는 ‘아차’하며 얼른 둘러댄다.

“아, 그거요, 우리 어머니한테 선물했어요.”

눈치 빠른 재희도 진구를 위해 나선다.

“어머 그랬니? 어머니가 좋아하셨겠다.”

바람둥이 진구를 위해 열심히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민수.

“첫째 아들인 나도 선물을 못 했는데, 우리 집 다섯째 아들 진구가 선물하니 좋아하셨지.”

“너희 집은 삼 형제잖아? 그러면 진구가 넷째 아들 아닌가?”

민수 집안 사정을 잘 아는 재희가 의아한 듯 민수에게 묻는다.

“응, 그 중간에 철수라도 있어.”

“철수? 철수가 누군데?”

“응, 있어, 우리 집 미니 푸들, 그 미니 푸들 이름이 철수야.”

“뭐, 철수가 개야?”

재희가 웃자 진구가 억울하다는 듯 말한다.

“너희들 개 족보라고 들어 봤어? 이게 바로 개족보야. 내가 개한테도 밀렸어.”

“어쩌다 그렇게 되었니?”

재희가 웃으며 묻자 민수가 설명한다.

“작년에 내가 제대하고 집에서 놀 때 진구가 우리 집에서 출퇴근했잖아. 그때 진구가 한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철수 동생 온다'라고 그랬어. 그래서 개 동생이 되었지 멀쩡한 인간을 설마 개 동생으로 만들었겠어?”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가 이어지며 시간이 흐른다.


“야, 2차 가자.”

진구가 말하면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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