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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8시간전

나쁜 손

연재소설 : 러브코딩 21화 - 나쁜 손

생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 각자가 생맥주를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언니, 오빠가 옛날 학교에 같이 다닐 때 어땠어요?”

상희의 질문에 재희가 웃으며 대답한다.

“쟤? 하하하, 엄청 날라리처럼 하고 다녔어.”

“야, 이 씨, 너 죽을래?”

진구가 재희를 협박하듯 말하자 민수가 나선다.

“그 말 맞잖아, 너 인천에서 통학할 때 ‘쪼리’라는 고무 슬리퍼 신고 학교 다녔잖아?”

“어머, 불량스러워라. 학생이 아니라 깡패였네.”

상희가 이렇게 말하자 진구가 웃으며 소리친다.

“이것들이 정말!”

“맞는 말이잖아, 깡패, 민수하고 너하고 동네 깡패들하고도 싸웠잖아.”

재희가 예전의 사실을 털어놓자 진구는 민수 탓을 한다.

“그거는 민수가 싸움이 붙어서 내가 도와주다가 그렇게 된 거지. 민수, 안 그래? 말 해봐.”

불똥이 다시 민수에게로 튀자 민수가 변명한다.

“옆자리 있는 놈들이 술에 취해 우리에게 시비를 거는데 어쩔 수 없었던 거 너도 알잖아.”

“어머,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물고 물리는 이들의 말에 한껏 흥미진진해진 상희, 진구에게 묻는다.

재희가 웃으며 진구 대신 말한다.

“민수하고 동네 깡패들하고 파출소에 잡혀갔지. 하하하.”

재희가 그때 일을 생각하며 진구에게 말한다.

“그때 내가 파출소에 잡혀 있는 민수를 만나러 갈려니까 너가 말렸던 거 생각 나.”

“민수가 너 못 오게 했어. 동네 깡패들이 너 얼굴 알아서 좋은 것 없다고, 민수가 그 정도로 널 좋아했잖아, 지금도 그렇고.”

“나도 민수가 좋아해, 그런데 남자로 느껴지지는 않아.”

자연스럽게 나오는 재희의 말. 한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민수가 당황한다.

진구는 화를 내며 재희에게 말한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민수 앞에서 너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그 말을 듣고 무안해진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 화장실 갔다 올게.”


재희가 미안한 듯 민수의 뒷모습을 보다가 진구에게 고개를 돌린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 갈 건데, 민수가 나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 힘들잖아.”

“갔다가 빨리 마치고 돌아오면 되잖아.”

진구의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재희.

“최소 3년이야, 3년, 그렇게 민수를 외롭게 하고 싶지는 않아.”

“참 어렵다. 너희들.”

내뱉듯 말하는 진구, 답답한 듯 담배를 꺼내서 문다.


진구는 화장실에서 돌아온 민수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어이, 이 서방! 좀 잘해, 자식아!”

“뭘?”

민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며 자리에 앉는다.

그것이 재희를 더 미안하게 만든다.



생맥줏집에서 나온 일행이 택시 다니는 길가에 선다.

“나는 우리 상희 집까지 바래다줄 거야, 너희들도 택시 타고 가.”

진구의 배려에 재희가 말한다.

“아냐, 지하철 타고 갈 거야.”

막무가내 진구가 다시 상희에게 강하게 말한다.

“민수랑 택시 타고 가!”

그것이 싫지 않은 민수도 재희에게 말한다.

“그래, 택시 타고 가.”


진구가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다.

“먼저 타고 가.”

진구는 재희와 민수의 등을 떠밀어 택시에 밀어 넣는다.

“오늘 둘이 집에 들어가지마, 알았지!”

택시에 탄 민수와 재희를 쳐다보며 소리치는 진구. 재희가 무안한 듯 잽싸게 받아친다.

“미친놈.”

택시 문이 닫히고 택시가 출발한다.


택시가 달리지 재희가 민수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어떻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니?”

“그렇지? 아직도 학생 때 놀던 티를 못 벗었지?”

진구의 짓궂은 말 때문이라고 생각한 민수가 변명하듯 말한다.

“그것이 부러워서 그래.”

재희가 웃으며 말한다.

“나는 공부하러 가는 너가 더 부러운데.”

“피~.”

민수의 말에 재희가 거부하듯 반응을 보이며 웃는다.

그러다가 잠시 후 재희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나 유학 가지 말까?”

민수는 재희가 유학 가는 것을 바라지 앉지만. 차마 가지 말라고 말하지 못한다.

민수와 재희는 달리는 택시에 말없이 앉아 있다.


택시가 멈추고 민수와 재희가 택시에서 내린다.

“이 택시 타고 집에 가.”

“아니야, 집까지 바래다줄게.”

택시를 보내고 둘은 길을 걷는다.


가로등을 따라 인적이 떨어진 길을 걷는 민수와 재희.

민수는 재희를 부축한다는 생각으로 재희의 옆구리에 그의 오른손을 올린다.

그렇게 재희의 허리에 손을 올린 민수, 재희의 부드럽게 들어간 허리 라인에 재희가 여자로 느껴져 당황한다. 여자 골반 위의 허리선이 이렇게 오묘한 줄 몰랐다. 또 이렇게 요염한 줄도 몰랐다.

당황하기는 재희도 마찬가지, 재희는 그냥 앞만 보며 아무 말 없이 길을 걷는다. 그러나 민수의 손길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민수는 머리 속이 복잡하다. 재희의 옆구리에서 손은 떼려니 그것도 어색하고 그냥 허리를 잡고 가지니 재희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고. 어쨌든 재희의 허리선이 너무나 감미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민수 자기 몸에서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이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민수, 재희에 대한 불손한 생각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재희에게 황송한 민수는 그의 오른손을 재희의 옆구리에서 천천히 떼려 한다.


재희는 민수의 손이 떨어지려 하자 그녀의 오른손으로 민수의 손등을 잡는다.

민수는 다시 재희의 허리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지만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둘은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걷는다.

연립주택 입구에 도착하고 민수는 재희의 허리에서 손은 뗀다. 둘은 어두운 계단을 걸어서 올라간다.


민수와 재희가 계단을 올라와 3층 재희 집 문 앞에 선다. 여전히 어두운 문 앞.

재희가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잠긴 문을 열려고 한다. 현관문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 열쇠가 아닌가?”

재희가 다른 열쇠로 문을 열려고 한다. 

어둠 속에서 현관문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민수가 재희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현관문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민수의 동작에 재희가 긴장한다.

현수는 자기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서서히 재희의 얼굴 쪽으로 그의 고개를 숙인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그 틈으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온다. 재희 동생 호성이 문고리를 잡고 있다. 호성이 문 앞에 있는 민수와 재희를 번갈아 쳐다본다.

민수와 재희가 호성과 마주 보며 당황한다.

“어, 형님, 안녕하세요?”

“응, 호성이, 호성이 안녕.”

당황한 민수는 재희에게 황급히 말한다.

“나 집에 갈게.”

재희도 당황한 듯 짧게 말한다.

“응, 잘 가.”

민수는 쫓기듯 계단을 뛰어서 내려간다.


민수는 연립주택 입구에서 나와서 혼자서 어두운 길을 걸어간다.

혼자 길을 걷던 민수는 오른손으로 재희를 허리를 감쌌던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 재희의 허리 굴곡 각도를 가늠해 본다.

민수는 그 손을 들어서 바라본 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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